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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노 Jul 01. 2019

약간의 거리를 둔다

짧은 시간에 약점을 파고들어 맺은 허울뿐인 관계는 쉬이 무너질 수 있다

주택단지가 형성되고 마을이란 이름으로 자리한 이곳에서 생활하게 된지 2년8개월이 지났다. 
아파트 단지가 그렇듯 마을 또한 관계의 연속이다. 
가까운 관계 속에서 지내는 집이 있는가 하면 먼 거리를 두고 지내는 집도 있다. 
만들어가는 관계보다 자연스레 만들어지는 관계가 좋다. 마을에서 살면 모두와 자연스레 만들어지는 관계가 될 것으로 생각했다. 
어떤 이들은 관계가 틀어지면 관계를 치유하고 바로잡으려 하기보단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가려 했고 
이는 회복되기 힘든 결과를 낳기도 했다.  

만들어가는 관계이건 자연스레 만들어지는 관계이건 
예전에 읽은 소노 아야코의 '약간의 거리를 둔다'라는 책은 
지금의 결이 고운 가에게 어울릴만한 이야기들을 전해주었다.

약간의 거리를 둔다는 것은 관계를 좀 더 간편하고 쉽게 가져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가까운 곳에서는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볼 순 있지만 그만큼 세심한 관심과 배려가 필요하다. 
이러한 필요조건을 충족시킬 자신이 없다면 한발 자욱 뒤로 물러나 거리를 두어야 한다.
관심과 배려가 없는 가까운 관계는 일방적인 착각에 빠져들 수도 있다. 즉 공감이 없는 허울뿐인 관계가 맺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짧은 시간에 약점을 파고들어 맺은 허울뿐인 관계는 쉬이 무너질 수 있다. 
사실, 관심과 배려가 있는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고 하려 해도 피곤한 일일 수도 있다. 
그러므로 어쩌면 약간의 거리를 두고 관계를 맺어가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관계의 상처로부터 멀어질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

결이 고운 가(집에 이름이 있어요~)는 최근 들어 이웃과의 관계를 진지하게 들여다보고 있다. 
TV에서 보듯 모든 것이 즐겁고 쉬이 받아들여지는 것이 아니라는 현실을 조금씩 배워가고 있다. 
세상, 즉 다수의 기준에 약간의 거리를 두게 되면 온전한 나의 삶을 살수 있듯이, 
이웃과의 관계 또한 약간의 거리를 두게 되면 그 어떤 묘약보다도 더한 효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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