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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퇴사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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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노 Nov 19. 2019

나의 낡은 고속도로

그 아이 아빠의 '사십삼 살'

"아저씨는 몇 살이에요? 우리 아빠는 사십삼 살이에요"


  전이던가, 아파트 놀이터에서 놀던 여섯 살쯤  보이던 아이가 나에게 물었다. 사십 살을 맞이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던 나이기에  아이 아빠의 '사십 삼살' 어떠할까 궁금해했던 기억이 난다. 천진난만한 얼굴로 태연하게 답하던 아이의 '사십 삼살'이라는 말이 뭐라고 아직까지  주위를 맴돌고 있다.




나는 그때의 그 '사십 삼살'을 두 달여 남겨두고 있다. 그 아이 아빠의 '사십 삼살'도 나와 같았을까.15년을 넘게 갈고닦으며 달려온 나만의 낡은 고속도로에 끝에 다다르고 있다는 이 묘한 감정을 그 아이의 아빠도 견뎌내고 있었을까. 바닷가에 앉아 바라보는 수평선처럼 영원히 닿을 것 같지 않았던 그 끝 지점에서 그 '사십 삼살'의 아빠는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여기저기 홈이 패이고 울퉁불퉁해진 나만의 낡은 고속도로를 버리고 새로운 도로를 건설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새장 속에서 십수 년간 해오던 일을 버리고 새장 밖에서 새로운 일을 찾아야 한다고만 생각했다.  실제로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보며 새로운 무언가를 찾아 헤매기도 했다. 어느 하나 헛된 경험은 없었다.

그러나 십수 년의 경험을 쳇바퀴 다람쥐 같은 것으로 치부해버리고 완전히 새로운 일을 찾고 만들어가는 것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최근 들어 조금씩 조금씩 물을 먹는 스펀지처럼 새로운 희망들이 나의 맘속에서 싹을 틔우고 있다. 낡기는 했지만 오랜 시간 잘 다져온 그 길을 계속 달릴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고속도로처럼 빠르게 달리지 못하면 걸어가면 되지 않을까. 끝 지점이 오기 전, 굵은 가지에 잔가지가 뻗치듯 나의 낡은 고속도로에서 뻗쳐 나가는 작은 우회 도로를 건설해보면 되지 않는가. 15년을 넘게 해오는 일을 이어나가는 것이다. 오랜 기간 길러온 능력을 새장 밖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해보는 것이다. 나는 왜 나의 능력을 새장 속에서만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 왔는지 모르겠다. 자신감 부족과 가장으로서의 무게감에 따른 두려움이 이유일 수도 있을 것이다. 새장 속 15년이라고 무시당할 능력은 아닐 것이다. 남이 주는 월급을 받으며 십수 년을 살아왔다 한들, 존중받아 마땅한 시간들이었다.


그렇기에 나는 지금껏 나를 지탱해준 나의 오래되고 낡은 고속도로를 버리지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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