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아닌 회사에 충성하는 누군가가 대신 가지 않아서 다행이다
"팀장님이라면 가시겠어요?"
올해 1월부터 시작했던 말레이시아 프로젝트가 막바지에 이르며 필드테스트를 해야하는 시점에 내가 그에게 던진 질문이다. 원래일정은 5월이었으나 코로나로 인해 갈 수 없었다. 아니 갈 수 있어도 가면 안되는 거라고 생각했다.
필드테스트가 없이 바이어로부터 컨펌을 받아내는 일은 참으로 힘든 과정이었다. 원격으로 접속하여 테스트하고 피드백주고 받고 현장에 가면 한달이면 끝날것을 거의 3개월을 넘게 이어갔다. 처음 경험해보는 상황에 허둥지둥하다 데드라인이 가까워지자, 회사에서 고육지책으로 생각해낸다는 것중에 하나가 입국금지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입국할 수 있는 예외조항을 찾아내 보겠다는 것이었다. 담당자인 나의 생각에는 크게 관심 없어 보였다.
'까라면 까 임마' 이런건가? 회사는 이익집단이기에 수익을 좇아가는 것은 당연하다. 그는 당시 말레이시아의 하루 확진자가 열 손가락안에 든다고 하니 입국만 가능하다면 괜찮지 않겠냐? 라고 말했다.
"만에 하나 감염되면 어떻게 되나요? 거기서 치료는 받을 수 있을까요? 한국으로 올 수는 있을까요?"
"왜 감염되는 것을 생각해"
"만약에 당신이 담당자라면, 그리고 지금 입국이 허용되면 가시겠어요?"
"응, 난 갈거야"
내가 생각하는 그는 비상식적이고 몰상식한 그런 사람이 아니다. 개인적으로 괜찮은 축에 속하는 사람이며 상대방을 배려할 줄 안다. 나는 그를 비난하려는 것이 아니다.
단지 그의 대답에 매우 놀랐을 뿐이다. 현 상황에서 말레이시아 입국이 풀리면 회사를 위해 가서 일을 하겠다는 그의 생각이 궁금하기도 했다. 아내에게 의사는 물어보았는지, 아내가 가지말라고 하면 어떻게 할것인지, 한국에서의 코로나 치료는 괜찮겠지만 말레이시아의 치료는 어떨지 모른다. 어쩌면 목숨과 직결된 문제이다. 한 회사에서 10년이상 일하면 가정과 회사의 경계가 무너지는 것인가? 그 경계를 무너뜨릴만큼 회사에 매몰되어 있는 것인가?
다행히도 입국 예외허용조항을 찾아본 결과, 입국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천만다행이었다. 물론 나는 허용이 되었다 하더라도 가지 않았을 것이다. 내가 다니고 있는 회사는 사람을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는 회사임은 분명하기에 내가 안가면 다른 사람을 분명 보냈을 것이다. 나 아닌 회사에 충성하는 누군가가 대신 가지 않아서 다행이다. 참말로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