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 경찰은 범인을 쫓는다

혼다 데쓰야의 《시머트리》

by 백수광부



언제나 그렇듯 도쿄에 새로운 시체가 발생한다.

자연 발생한 시체는 독자를 대신해 새로운 손님을 확인한다.

이번에도 냄새나는 탐정이거나 형사 나부랭이겠다는 추측은 절반만 맞았다.

방문자는 이전에 보지 못한 캐릭터다. 코치 가방을 들고 버버리 트렌치코트를 입은 장신의 미녀다. 그녀는 대개 시체를 홀로 방문하지는 않는다. 자연 발생한 시체를 누군가 보고하거나 그녀의 동료들이 시체를 찾아낸다. 가끔은 먼저 시체와 만나기도 한다. 말이 없는 시체에게 반가운 것도 없는 손님이지만 미녀는 시체와 만날 때마다 흥분한다. 시체가 새로운 사건을 그녀에게 안겨주기 때문이다.

미녀의 이름은 히메카와 레이코, 계급은 경위다. 뛰어난 능력을 발휘해 경찰 조직 내에서 빠르게 승진했다. 그에 따른 시기와 여경이란 이유로 업신여김은 덤이다. 히메姬라는 이름 때문에 그녀를 깔아보는 이는 공주님이라 비아냥거리기도 한다.


젊은 여성 엘리트라는 요소에 작가는 몇 가지 극적인 양념을 뿌렸다.

트라우마이자 경찰이 되기로 한 계기가 되는 과거, 모델과 같은 미모, 명품 코트와 가방이다.

과거를 제외한 양념은 개성적 캐릭터를 구축하지만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게 만들기도 한다. 모델에 가까운 미모를 지니고 현장에서도 명품을 걸친 젊은 경위란 설정이니 말이다. 이 양념은 성별만 바꾼다면 소년탐정 김전일 시리즈의 아케치 켄고라 해도 위화감이 없다. 양념이 너무 적다. 양념을 더 넣어보자.

범죄자의 심리에 이입해 그 행동을 예측할 수 있지만, 자칫하면 위험에 빠질 수도 있는 양날의 본능, 강한 정신력과 꽂히면 실행하는 행동력, 워커홀릭.

이제 히메카와 레이코가 만들어졌다.


‘당연히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부하도 있었고 뒤에서 험담하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한 번이라도 실수하면 남자보다 세 배, 네 배는 더 냉정한 평가를 받았다.’라는 세계의 여성 캐릭터이기에 이 정도의 비현실적 설정이 필요했다.

비현실적 설정이 있더라도 히메카와 레이코 시리즈는 경찰 소설이다. 경찰 소설은 경찰 조직이 필수 요소다.

“집합!”이라는 단순한 외침마저도 삐끗하기라도 하면 반장인 레이코의 체면만 구기기 쉬우니 다른 누군가가 필요하다. 덩치 큰 기쿠타 가즈오 경사를 히메카와 반에 넣어 그 외침을 대신한다. 힘을 쓰는 일도 그의 몫이다.

여자에 대한 편견으로 또 다른 갈등을 주고, 히메카와 반의 평균 연령을 낮추기 위해 하야마 노리유키도 필요하다.

히메카와에게 부족한 인맥과 정보 수집, 경험을 위해 베테랑 이시쿠라 다모쓰를 배치한다.

개그와 분위기 메이킹, 젊음을 담당할 캐릭터도 빠질 수 없다. 유다 코헤이를 넣는다.


그리하여, 경시청 수사1과 살인범 수사 10계 2반, 히메카와 반이 완성된다.


물론 이것이 다는 아니다.

제멋대로 행동하는 히메카와를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하시즈메 슌스케, 히메카와의 지지자 이마이즈미 하루오, 히메카와와 식사를 같이 하며, 부검한 시체의 정보를 알려주는 정년 직전의 부검의 구니오쿠 사다노스케

히메카와와 정반대의 방식으로 수사하며 그녀가 생리적으로 혐오할 수밖에 없게 생긴 구사카 마모루 등이 경시청 수사1과에 있다.

히메카와 레이코 시리즈 중 하나인 《시머트리》는 단편집이다.

작가 혼다 데쓰야가 정성 들여 빗은 히메카와 반과 경시청의 인물들이 단편에서 어우러지며 활약한다.

이들의 여러 모습을 엿볼 수 있으며 본편으로 이어지는 이야기도 있기에 시리즈의 팬이라면 추천할 만도 하다.

그러나 단편집 자체는 좋은 평을 내리기 힘들다. 각 단편의 완성도가 떨어진다.

캐릭터를 강조하기 위한 묘사는 특정 독자에게 불쾌감을 안겨주기도 한다. 때로는 낡은 장치라 생각된다. 이점은 시리즈 내내 동일하다.


단편 〈편지〉에서 작가는 범죄와 범죄자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밝히고 있다.


‘다시 말해서 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용서를 통해 처음으로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진심으로 죗값을 치르게 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는 거야. 물론 이상론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긴 해도 말이야. 그런 사람은 자기 잘못을 깨닫지 못한 채 그저 형기만 채우고 나오면 죗값을 일단 치렀으니 자신은 무조건 용서를 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하거든. 벌만 다 받으면 자기가 저지른 범죄는 사라진다고 여기는 범죄자도 있어. 대체로 그런 사람은 재범 가능성이 높아.
(중략)
나는 용서를 받았다, 나를 받아줄 사회가 있다, 나를 받아줄 사람이 있다고 실감했기 때문에 진심으로 자기 잘못을 뉘우치고 죗값을 치러야겠다는 마음이 들지 않았을까?“

《시머트리》 中


〈도쿄〉, 〈지나친 정의감〉, 〈오른손으로는 주먹을 날리지 말 것〉은 청소년이 등장하는 것은 동일하나 그 양상이 다르고, 때로는 간접적으로 언급되기도 한다.

어른으로서의 책임감, 소년법이 처벌하지 못하는 어린 악당들에 대한 분노와 경관으로서의 다짐, 잘못을 뉘우치지 못하는 청소년에 대한 교조적일 정도의 훈계를 그려낸다.


히메카와는 피가 끓는 젊은이다. 범죄를 저지르고도 진심으로 뉘우치지 않고 무책임한 태도를 보이는 사람은 참을 수가 없다. 그게 청소년이라 해도 마찬가지다.


범죄자들은 영악하고 비도덕적이며 이기적이고 때로는 사이코패스적이기도 하다. 물론 동정이 가는 사정으로 손에 피를 묻히고 완전범죄를 꿈꾸는 범죄자도 있고, 고의가 아닌 사고로 범죄를 저질러 두려움에 떠는 이도 있다.


히메카와는 범죄자의 심리에 누구보다 잘 이입하기에 뻔뻔하고 영악한 아이에게 더 분노하는 것이 아닐까.


그 대상이 무엇이건 단편집에서도 히메카와는 끈질기게 추리하며 범인을 쫓는다. 범죄자의 심리에 이입한다 해도 그녀는 범죄자가 아닌 경찰이기 때문이다.


여자는 혀를 날름 내밀었다.

”헤헤, 들켰나요? 맞아요. 내가 범인이라면 이런 밤에는 현장을 보고 싶었을 거라는 말은 거짓말이에요. 미안합니다. 허세 좀 부려봤어요.“

같은 책 中


드라마 〈스트로베리 나이트〉 오프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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