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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가장 Mar 25. 2020

잠의 불평등

잠을 통해 본 사회적 불평등



  매슈 워커는 자신의 책인 ‘우리는 왜 잠을 자야 할까?’에서 잠에 대한 거의 모든 것을 담았습니다. 특히, 잠의 기원과 잠이 인류 문명에 기여한 배경을 얘기하는 부분은 굉장히 흥미롭습니다. 잠이 왜 중요한지, 그토록 중요한 잠을 제대로 푹 자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충분히 설명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잠에 도움이 되는 것들, 잠을 방해하는 것들의 종류와 과학적 근거까지 친절히 설명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이 책을 높이 평가하는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이 책이 단지 잠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논리적인 구조로 이뤄졌기 때문이 아닙니다. 작가가 이야기를 풀어내는 능력이 탁월하기 때문도 아닙니다. 그것은 바로 작가의 따뜻한 마음씨와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자 노력하는 소명의식 때문입니다. 단지 흥미 위주의 책을 써낸 작가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저는 그가 진심으로 사회를 걱정하고 아이들을 염려하는 참된 학자라 생각합니다. 그는 ‘수면과 교육’ 챕터에서 다음과 같이 얘기 합니다.


사회 경제적으로 하층에 속한 아이들은 자가용으로 등교할 가능성이 더 적다. 부모가 오전 6시나 그 이전에 업무를 시작하는 서비스 산업에서 일을 하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기도 하다. 따라서 그런 아이들은 통학 버스를 타고 등교를 하며, 따라서 부모가 학교까지 태워주는 아이들보다 더 일찍 일어나야 한다. 그 결과 그렇지 않아도 불리한 입장에 있는 이 아이들은 더 부유한 가정의 아이들보다 잠을 으레 덜 자기 때문에 더욱 불리해진다. 그 결과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악순환이 지속된다.



  #1. 아침잠을 빼앗긴 아이들


  공부하는 학생들은 ‘수면 패턴’이 보통의 어른과는 많이 다릅니다. 잠이 드는 시간이 가장 뒤로 밀려 있는 나이이기도 합니다. 학생들은 보통 밤 12시가 되어도 눈이 초롱초롱 합니다. 그들이 주구장창 게임을 했기 때문이 아닙니다. 그 나이의 일반적인 수면 패턴이 그러합니다. 자정에 잠든다고 해도 8시간을 자야하니, 아침 8~9시까지 자야 정상적인 패턴에 들어맞습니다.


  하지만, 잘 아시다시피 우리 아이들이 어디 그럴 수 있나요? 요즘은 없어졌는지 모르겠지만, 예전에는 0교시 수업도 있었습니다. 아침 7시에 등교해서 밤늦게까지 학교에서 혹사당했었습니다. 아이들은 아침잠을 잘 수가 없습니다. 아침잠은 램수면의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창의적 연결이 일어나는 시기이자, 장기기억으로의 이동이 일어나는 그 시기를 우리 아이들은 빼앗기고 있는 것입니다. 아침잠을 빼앗긴 아이들은 램수면의 60~90%을 잃게 됩니다.


  그나마 부모가 자가용으로 데려다 주는 아이들은 사정이 나은 편입니다. 그렇지 못한 아이들은 버스나 지하철을 타기위해 부유한 집 아이들보다 일찍 서둘러야 합니다. 수면에서도 사회적 불평등이 발생하고 있는 것입니다.



  #2. 잠의 불균형. 잠을 통해 본 사회적 아픔


  세상은 공평하지 않습니다. 원래 세상은 불공평합니다.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럼에도 잠은 공평했으면 합니다. 잠처럼 삶의 필수적인 부분은 경제적 여건과 관계없이 모두가 공평하게 누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상대적으로 약자인 아이들, 그 중에서도 사회 경제적으로 부족한 아이들이 아침잠을 빼앗김으로써 아파한다는 사실을 우리 어른들이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적어도 모든 아이들이 푹 잘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갔으면 합니다. 우리는 비록 아팠지만, 이제 그 아픔을 길로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렇듯 우리는 타인의 아픔에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특히, 사회적 약자의 아픔에 더욱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잠에서도 알 수 있듯이 사회적 아픔은 평등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더 약한 사람들이 더 위험한 환경에서 살아가기 마련이며, 그렇기 때문에 더 자주 아플 수밖에 없습니다. 사회적 약자들은 사회 구조적으로 그들이 원치 않는 아픔을 겪을 확률이 높습니다.


 사회적 아픔의 대부분은 역시 사회적인 노력으로 충분히 줄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책과 이런 학자들이 하나 둘 늘어나고, 그들의 생각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모두가 편안하게 잠들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요? 아이들과 어른들 모두 말이죠. 이번 서평은 매슈 워커가 아닌, 김승섭 교수의 글을 인용하는 것으로 마무리 하겠습니다.


고통은 근본적으로 개인적인 것입니다. 타인의 고통을 나눈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 고통이 사회구조적 폭력에서 기인했을 때, 공동체는 그 고통의 원인을 해부하고 사회적 고통을 사회적으로 치유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합니다. - 아픔이 길이 되려면 (김승섭) -




* 이 글은 책의 내용을 발췌하고 개인적인 생각을 덧붙였습니다.



우리는 왜 잠을 자야 할까 (매슈 워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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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픔이 길이 되려면 (김승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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