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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노라마(이찬혁) : 샴페인 잔에 담긴 허무의 노래

by 무비뱅커



『샴페인 잔에 담긴 허무의 노래』


쇼펜하우어는 음악을 통해 인간이 세계의 본질과 가장 가까워질 수 있다고 믿었으며, 이러한 이유로 음악을 가장 고귀한 예술로 평가했다. 쇼펜하우어의 통찰 이후 약 200년이 흐른 지금, 음악은 현대의 예술가와 철학, 그리고 대중에게 어떤 방식으로 영감을 주고 있는가.


악동뮤지션으로 유명한 가수 이찬혁은 제45회 청룡영화상 축하공연에서 자신의 대표곡 '파노라마'를 통해 삶과 죽음이라는 보편적 주제를 다뤘다. 그의 무대는 영화인들과 관객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의 노랫말과 퍼포먼스는 삶의 유한함과 허무를 표현하며, 한편의 단편영화를 관람하는 듯한 묘한 착각을 불러 일으켰다.


그는 마치 영화 <위대한 개츠비>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처럼, 화려한 의상을 입고 한 손에 샴페인 잔을 든 채 등장했다. 몽환적이면서도 긴박한 멜로디, '이렇게 죽을 순 없어'라는 절규하듯 외치는 노랫말, 그리고 신들린 듯한 그의 몸짓과 함께 흘러넘치는 샴페인 퍼포먼스는 추상성과 보편성을 동시에 담아냈다.


영화인들의 축제에 등장한 20대 젊은 가수의 무대는 모호하면서도 날카로운 서사를 지니고 있었다. 축하의 자리에 죽음과 허무를 가져와, 샴페인이라는 기쁨의 상징을 무심히 쏟아버림으로써 인생의 덧없음을 단 5분 안에 선명하게 그려냈다.


나는 설명할 수 없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어떤 감각, 그리고 다른 어떤 시각적 예술로도 대체될 수 없는 음악적 표현이 주는 고유한 영역에서 큰 감동을 받았다. 나는 그것을 순박하게 ‘영감’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달리 말해 200년 전 쇼펜하우어가 이야기한 것처럼, 나 또한 음악을 통해 형이상학적 실체와 순수한 관조의 상태에 잠시나마 다가갔던 것이다.


https://youtu.be/pwGIatI28Ts?si=yexiKGG1M0BW_h8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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