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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 story by 역사 Mar 27. 2020

하와이를 발견한 흙수저 캡틴 쿡, 그를 기억하다.

존맛 샌드위치에 어떤 기구한 사연도 있다고...


이언 맨, 스파이더 맨, 닥터 스트레인지, 그루트, 캡틴 아메리카, 헐크, 캡틴 마블, 워 머신, 블랙 위도우, 윈터 솔저, 블랙팬서, 호크아이, 스타 로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 나오는 히어로 이름입니다. 예초 그 기원이 다양한 만큼, 딱히 공통적인 작명법을 찾아볼 수는 없지만, 두 개의 이름은 조금 비슷합니다.


바로, 캡틴 아메리카와 캡틴 마블!


전자는 초능력자, 만수르, 나무와 왕자 등으로 가득한 어벤저스의 리더이고, 후자는 펀치 한방으로 타노스의 거대한 전함을 파괴시킨 능력자입니다. 그런 만큼 아무리 눈치 없는 사람이라도, '캡틴' 명칭을 회사의 흔한 '대리'처럼 아무에게나 쉽게 붙여주는 것이 아니란 걸 알겠죠? 실제로 과거 일진의 다른 이름도 캡틴 + 짱에서 유래된 캡짱이었고, '꺼삐딴 리(캡틴 리의 러시아 적 표현)'이라는 꽤 유명한 단편 소설도 있을 정도. 




물론 캪틴 큐라는 싸구려 양주도 있지만, 적어도 실제 사용되는 의미는 이 양주 레벨보다는 영예로운 호칭입니다. '죽은 시인의 사회'의 존경스러운 선생, 로빈 윌리엄스가 바로 그 캡틴. 



실제 응급 환자 발생 시, 오해가 생길 수 있으므로 절대 그런 장난하지 말자(안 통한다)


비슷하게 닥터 스트레인지에서 보듯, '닥터'라는 꽤나 명예로운 호칭도 있습니다. 실제로, 외국 사이트에서 항공권 예약 시 Mr. 와 같은 호칭 외에 Dr, Prof가 따로 있을 정도. 거짓으로 Dr를 선택한 후, 좌석 업그레이드 받았다는 훈훈한 후기(?)도 있습니다. 하지만 Dr, Prof가 아주 좁은 의미, 실제 의사, 교수에 사용되는 것에 비해, 캡틴이라는 호칭은 아주 다양하게 쓰입니다. 


캡틴 아메리카를 다시 살펴보자


단 캡틴의 사전적 의미에는 육군의 대위입니다. 고대 비잔틴 제국의 최고 사령관 명칭에서 유래했는데, (군필자라면 알다시피) 대위가 지휘하는 중대가 독자적인 전술 활동을 할 수 있는 최소 단위라는 것을 고려하면 나쁘지 않은 번역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반 사병에게는 대위가 캡짱 


실제 2차 세계대전 당시 캡틴 아메리카의 계급이 바로 '하울링 코만도스'팀의 대위. 하지만 세계 최고 부자, 왕자 등이 모인 어벤저스에서 '캡틴' 아메리카는 '대위'가 아니라 '리더'로서의 의미를 가진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 만큼, 굳이 모양 빠지게 대위 미국이라고 번역할 필요가 없죠. 


군의 캡틴은 개나 소나 '쓰리 다이아'로 번역되지만, 해군은 좀 다릅니다. 한국은 이런 쪽으로 매우 체계적이라서, 대위는 육해공 어디서든 대위, 즉 다이아몬드 세 개입니다. 또한 그 밑 계급은 중위, 소위로 합리적으로 통합 정리되어 있죠. 

즉, 대, 중, 소


하지만 관습법을 택한 나라에서 유래한 언어답게, 영어는 그러한 명확한 체계성보다는 과거로부터의 관습을 더 중요시합니다. 캡틴 잭 스패로우에서 보듯, 과거 배의 선장을 캡틴으로 했고, 지금도 함장을 캡틴이라 하죠. 


물론 여기서도 결국 조직의 짱이란 의미는 마찬가지! 근데 관리하고 치장하는데 무지막지한 돈(그래서 배의 3인칭이 'she'라고..)이 드는 해군 함정의 지휘를 '쏘가리'보다 조금 겨우 아는 수준에 불과한 대위에 맡길 수 없는 법입니다. 


그 결과 해군의 캡틴은 대위가 아니라 대령



천하의 제임스 본드도 겨우 해군 중령에 불과하다


대위에서 소령으로 진급하고 나서도 오랫동안 열심히 겨우 근무해야 중령을 달 수 있고, 그런 중령 가운데서도 극히 일부분만 달 수 있는 계급장이 바로 대령입니다. 대령 그다음부터 장군이죠. 한국적 사고방식에서는 육군의 대위처럼 해군의 대위를 '캡틴'으로 통일(혹은, 언제나 우리의 소원인 결과, 통일성에 대한 강박관념이 있는 건 아닐까?) 하는 게 당연하고, 헷갈림도 방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관습적 사용을 중요하게 여기는 영어에서는 이러한 통일성을 희생하는 대신, 최대한 원래 의미(군대의 지휘관)에 가깝게 사용하고 있죠. 그런 의미에서 보면, 육군의 '캡틴'과 해군의 '캡틴' 단어 역시 좋은 선택이라 할 수 있습니다. 


어차피 어떤 캡틴이든, 우리에게 익숙한 대위 혹은 대령으로 번역되니 크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럼에도 대위, 대령으로 번역하는 대신 늘 '캡틴'을 붙여주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1778년 1월 18일 서양 역사상 처음으로 하와이를 발견한 '캡틴 쿡'처럼 말이죠. 이 당시 대항해 시대에 수많은 탐험가, 선장이 있음에도, 그를 기억해야 하는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 것일까?  






렇게 아주 긴 밑밥을 깔아 놓았지만, 사실 캡틴 쿡의 일생은 그렇게 파란만장하지도 않고, 그 업적이 아주 대단한 것도 아닙니다. 흙수저이었던 캡틴 제임스 쿡이 사병으로 입대 후, 해군에서 탁월한 능력을 인정받아 장교가 된 일화는 계급 간 이동이 단절된 한국에서는 불가능하지만 서양에서는 어느 정도 쉽게 볼 수 있는 케이스. 


동료들과 어울려 술, 여자에 탐닉하지 않고, 성실하게 지형 측정, 지도 제작법을 배운 덕분에 현재의 캐나다 북동부 해안 지역의 지도와 해도를 제작했다는 일화가 있지만, 지금 한국 취업 준비생의 후들후들한 스펙과 노력, 땀과 비교할 수 있을까? 암튼 쿡의 지도 덕분에 캐나다를 두고 싸우던 프랑스와의 전쟁에도 승리할 수 있었습니다.




그 결과 흙수저임에도 영국 정부의 주목을 받을 수 있었고, 그를 좋게 본 여러 후원자(바로 이 부분이 대한민국 수저와의 차이점)의 추천으로 탐사대를 이끄는 대장이 될 수 있었죠. 


태평양의 타히티 섬에서 금성을 관찰하는 공식적인 임무!



아무래도 이 임무는 그나마 제임스 쿡에게 관심을 가질 문과생이 싫어하는 이과적 내용이기 때문에 대부분 자세한 설명이 없이 스킵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하지만 저는 문과와 이과, 잡다하고 쓸데없는 지식과 보편적인 지식의 융합을 꿈꾸므로 조금 소개하자면...   


제임스 쿡의 1차 항해가 시작된 1769년 당시만 하더라도 지구와 태양의 정확한 거리를 측정할 수 있는 기술이 없었습니다. 그 결과, 지구와 태양 사이의 거리를 1AU라고 정의했지만, 1AU가 정확히 몇 km 인지 모르는 난감한 상황이 생겼습니다. 예를 들어, BTS 최고 존잘이라는 말은 존재하지만, 워낙 멤버들의 개성이 뚜렷한 만큼 정확히 누구인지 결론이 안 나는 상황과 비슷한 거죠. 



금성이 태양 표면을 지나가는 시간을 측정하면 태양의 시차를 구할 수 있고, 시차를 알면 거리를 구할 수 있다


근데 백 년에 한 번꼴로 금성이 태양 위를 지나는 현상(일면 통과)을 잘 관찰하면, 간접적으로 태양의 거리를 구할 수 있단 사실을 발견합니다. 아무래도 시차를 위해서는 관찰하는 두 지점이 지구 반대편에 있어야 했기 때문에 태평양 타히티로 쿡을 파견한 것이죠. 하지만 1AU조차 계산하지 못했던 당시 수준에서 지구 남반구에 대한 지식이 많이 없었습니다. 


즉, 위험한 항해라는 말..



실제로 1769년 쿡의 항해보다 먼저 시도된 1761년 관측은 유럽 9개 강대국이 참여했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모두 실패했을 정도. 그리고 그런 위험한 항해이었기 때문에 흙수저인 캡틴 제임스 쿡에 기회가 왔던 것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에게 더욱 위험한 임무가 기다리고 있었죠. 그 임무란, 남극의 존재를 찾는 것!


시 한번 말하지만, 지구와 태양 사이 정확한 거리도 몰랐던 미개한(?) 시절에는 남극 대륙 존재 유무도 몰랐습니다. 지금은 우주 높은 곳에서 지구를 구석구석 살펴볼 수 있지만, 과거에는 일일이 직접 탐험하고 측정해서 지도로 만들어야 했습니다. 근데 워낙 남극 대륙은 그 접근부터 매우 힘듭니다.



사람이 하는 일이다 보니, 실수 또한 대단히 많아서 한동안 캘리포니아 반도가 섬(수없이 탐사되었음에도..)이라고 지도에 표시되기도 했습니다.



저 끝까지 갔다가 막혀 되돌아온 사람은 어떡해..


사실 남극 대륙이 있다는 주장도 살짝 황당했습니다. 균형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 지구가 자전 시 어느 한쪽으로 쏠리지 않으려면 잔뜩 육지가 있는 북반구에 대응하여 남반구에도 대륙이 있어야 한다는 가정이죠. 


의 첫 번째 항해는 타히티 부근에서 공식적으로 금성을 관찰 후, 아직 잘 몰랐던 뉴질랜드, 호주 동부 해안 등을 탐사하며 미지의 대륙 존재를 확인하는 것. 그 결과 처음으로 뉴질랜드가 2개의 섬으로 이루어졌다는 것을 확인했고, 시드니가 있는 호주 동부 지방이 꽤나 살기 좋다는 사실을 발견합니다. 원래 네덜란드에서 처음 발견했지만, 주로 척박한 곳을 탐사하다 보니 오지라고 판단했죠. 


그 결과, 영국은 비교적 손쉽게 오스트레일리아에 지배권을 확립할 수 있었습니다. 1788년 영국 죄수들이 도착하여 개척하는 것으로 호주의 역사가 시작되죠.

그러니까 범죄자가 세운 곳..


또한 쿡의 이러한 탐사를 기념하기 위해, 뉴질랜드의 북섬과 남섬 사이 바다를 쿡 해협이라고 합니다. 이런 업적을 통해 영국인인 쿡이 뉴질랜드 지폐까지 등장한 이유이죠.




첫 번째 항해 성과에 힘입어서, 캡틴 쿡은 두 번째 본격적인 남극 대륙 찾기에 나섭니다. 당시 장비로 남극 대륙 120 km 앞까지 접근하는 성과를 거두었지만, 더 이상 접근할 수 없기에 남극 대륙이 없다는 결론을 내립니다. 두 번째 항해는 다른 사실로 더 유명한데, 당시 선원들에게 에이즈만큼이나 공포스러운 질병이었던 괴혈병 환자 없이 긴 항해를 마친 것이죠.



괴혈병은 비타민 c 부족으로 발생


하지만 소량 섭취만 해도 걸리지 않기 때문에 현재는 드문 병입니다. 당시에는 비타민 존재 자체를 몰랐고, 비타민 c가 있는 신선한 야채를 오랜 항해에서 구할 수가 없었죠. 권태감, 식욕 부진을 시작으로, 잇몸이 흔들리며 치아가 빠지고, 몸 곳곳에 출혈이 생기며, 최종적으로 사망까지 하는 등 매우 치명적입니다. 캡틴 쿡이 그 치료법을 정확히 알지는 못했지만, 신선한 음식이 중요하다는 소신으로 야채 등을 강제로 배식하다 보니 어부지리로 병을 막을 수 있었죠.



괴혈병 증세


지금까지 참 운이 좋은 쿡 선장이지만, 말년은 대단히 불운했습니다. 이미 인생의 모든 운을 다 썼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쉽게 뉴질랜드를 유럽인 중 2번째로 방문하지만, 쿡은 1번째로 하와이를 발견니다. 바로 그의 세 번째이자 마지막 항해에서이죠. 역시나 2등보다는 1등에 훨씬 많은 혜택이 있습니다. 


우선 첫 발견자는 그 이름을 지을 수 있는데, 여태껏 남아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때로는 이를 기리기 위해 동상도 세워 주죠. 뉴질랜드의 이름은 네덜란드 탐험가가 '새로운 제일란트' 주라는 의미로 'Nova Zeelandia'에서 비롯되었는데, 콩라인 쿡이 겨우 영어식으로 바꾼 정도. 


마침내 유럽 사람 중 처음으로 발견한 쿡은 하와이를 샌드위치 제도라고 지었습니다겁나 포스가 떨어지는 느낌 네, 우리가 아는 샌드위치가 맞습니다!!




일단 정리하면, 샌드위치는 원래 영국 작은 촌 동네 지명으로, 이곳의 영지를 가진 귀족이 바로 샌드위치 백작 가문입니다. 널리 알려진 이야기에 따르면, 당시 4대 샌드위치 백작은 밥 먹을 시간이 아까울 정도로 너무 도박을 좋아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후다닥 국밥 한 그릇은 서민들만 하는 것이고, 귀족들의 식사는 많은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earl이 백작이라는 뜻이죠


그 결과, 밥 먹는 시간이 아까워서 만든 음식이 바로 샌드위치라고 합니다. 이런 에피소드를 반영한 샌드위치 브랜드가 'earl of sandwich'. 그런 에피소드가 없었다면, 지위가 낮은 백작 대신 'king of sandwich'로 짓지 않았을까? 


하지만 실제 좀 과장된 이야기


당시 막강한 영국 해군 관련 일을 도맡아 처리한 사람이 바로 이 샌드위치 백작입니다. 도박이 아니라 오히려 공무로 인해 밥 먹을 시간조차 없었는데, 샌드위치 에피소드는 그의 정적들이 만들어낸 모함에 가깝죠.


군 소속이었던 캡틴 쿡을 후원했던 사람도 바로 4대 샌드위치 백작입니다. 그래서 캡틴 쿡은 흙수저인 자신을 후원해준 보답으로서, 처음 발견한 하와이를 샌드위치로 작명했던 것입니다. 


근데 어떻게 해서 샌드위치가 하와이로 바뀌었을까?





첫 발견 이후, 서양의 식민지로 전락해버렸던 아시아, 아프리카 국가와는 달리, 하와이는 적절하게 서양 문물을 받아들이며 현지인인 카메하메하 1세에 의해 통일됩니다. 바로 100년간 지속된 하와이 왕국이죠. 


그 결과 하와이 제도 오하우 섬에는 현재 미국 영토에 있는 유일한 궁전을 볼 수도 있습니다. 물론 국력은 서양 세력과 상대가 안 되었지만, 불과 수십 년 전까지 세상과 고립되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국제 정세를 잘 파악하여 근대화를 추진했습니다. 평생 공자, 맹자를 공부했지만, 정작 현실 세계에서 철저하게 무능했던 조선시대 양반들과 비교할 수조차 없죠. 태평양 주변 수많은 지역이 서양과 일본 식민지가 된 것과 비교하면, 정말 대단.


식민지 대신 현지인이 세운 국가가 들어선 만큼, 갖은 고생을 하며 힘들게 쿡이 지은 '샌드위치'라는 말은 자연스레 사라졌습니다. 대신 현지인의 폴리네시아 어에서 유래한 지금의 '하와이'가 되었죠. '샌드위치가서 샌드위치 먹자'라는 아재 개그가 난무할 뻔...  


지만 아무래도 처음 하와이를 발견한 영국의 영향력이 꽤 클 수밖에 없었습니다. 가장 먼저 하와이에 정착한 영국 사람의 도움을 통해 근대화를 추구했기 때문.



그 대표적 흔적이 바로 하와이 주의 깃발


재 엄연히 미국 영토임에도, 곳곳에 걸린 하와이 주 깃발 한편에 영국의 유니언 잭 국기가 떡하니 자리 잡고 있는 이유입니다. 물론 지금도 뉴질랜드, 호주처럼 과거 영국 식민지이었던 곳은 그 흔적이 남아 있지만, 하와이는 엄연히 독립 왕국이었습니다. 게다가 지금은 심지어 미국 영토.




그 결과, 대충 보면 미국 영토 하와이에 미국과 영국의 국기가 나란히 걸려있는 것으로 착각할 수도 있을 정도입니다. 원래 하와이 왕국에는 국기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무역 등을 위해 국제 사회 참여를 위해서는 깃발이 필요했죠. 


그 결과, 당시 막강했던 영국과 어떤 관계가 있어 보이면, 신생 국가를 무시 못 할 것이라는 생각으로 유니언 잭이 들어간 국기가 탄생했다는 소문이...


물론 다른 의견도 있습니다.





와이를 처음 발견한 캡틴 쿡이 비극적인 최후를 맞이한 곳도 하와이입니다. 당시만 해도 탐험은 대단히 위험했습니다. 괴혈병 등 각종 병의 위협 외에도, 지도에도 없는 낯선 곳은 대단한 위험하기 때문이죠. 구글 지도가 있는 지금도 미지의 세계에 선뜻 내딛지 못합니다. 


배를 위협하는 암초와 그 건너편에 존재하는 낯선 생명체. 독성을 숨긴 먹음직스럽게 보이는 식물도 있을 것이며, 서양과 접촉이 없는 현지인과의 갈등도 있죠. 


흉포하기로 소문난 바이킹 족조차 콜럼버스보다 먼저 도착한 아메리카에서 거친 현지인들의 공격으로 다시 철수했을 정도. 물론 잉카를 점령한 코르테스는 일당백의 전투 실력을 보여 주기도 했지만, 그 역시 거의 죽을 뻔하다가 운 좋게 살아난 경우입니다. 아무리 화포로 무장했다고 해도, 수적 차이와 익숙한 현지 지형으로 인해 현지인이 유리한 경우도 많았죠.


하지만 샌드위치 제도를 발견한 캡틴 쿡과 그의 선원들이 도착했을 때, 예상외로 현지인들은 따스하게 맞이했습니다. 피부가 하얀 위대한 조상이 언젠가 다시 찾아온다는 태평양 지역의 공통적인 신화 때문이었죠. 큰 대접을 받고 기분 좋게 떠난 쿡은 항해 도중 태풍으로 배가 파손되자, 그리운 하와이로 돌아가는데.. 




불과 몇 주 전과 달리 현지인들의 호의가 사라졌습니다. 선원들이 만취하여 싸우고, (늘 그렇듯이) 원주민 여성들의 뒤꽁무니를 쫓아다니는 추잡한 행동을 하자, 전설 속의 조상이 아니란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죠. 결국 충돌이 발생했고, 쿡은 도망을 치는 도중, 칼에 찔려 살해됐습니다. 


당시 하와이에서는 뼈에 신성한 힘이 깃들어 있다고 생각하여, 적의 살을 해체 후 뼈를 깨끗이 씻어 장례를 지냈다고 합니다. 캡틴 쿡도 그러한 대우를 받죠. 그의 부하들이 뼈가 깔끔하게 제거된 살덩어리를 받고 얼마나 기절초풍했는지는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흑수저로서 사회 지도층까지 올라간 사람 치고는 너무나 허무한 죽음. 





와이가 있는 태평양은 한없이 푸르고 아름답게 보이지만, 그 탐험의 역사가 핏빛으로 점철되어 있는 등 결코 아름답지만은 않습니다. 쿡, 마젤란처럼 수많은 탐험가가 죽었고, 결국 탐사를 마친 서양 세력이 침략하여 수많은 현지인들이 죽거나 살해되었습니다. 다행히 독립을 유지했던 하와이 또한 서양인(21세기인 지금도 정말 더럽다)이 퍼트린 각종 질병으로 수많은 인구가 죽었죠. 


하지만 그와 같은 우울한 이야기와 별개로, 수많은 탐험가들의 용기와 열정으로 뜨거웠던 곳이 바로 태평양이기도 합니다. 아쉽게도 지금은 탐험이라는 단어에 더 이상 매혹을 느끼지 못하는 시대입니다. 아재의 증조할아버지 시절이나 있었을 법한 느낌이지만, 닐 암스트롱의 위대한 걸음을 전 세계 사람들이 지켜보았던 때가 불과 몇십 년 전.




현생 인류가 아프리카에 첫 출현한 것을 시작으로, 인류는 늘 낯선 곳으로 향하였습니다. 그 어떤 행동보다 오래된 인간의 본능이죠. 아프리카를 넘어, 아시아에 도달했고, 마침내 반대편 남미의 끝에 도달했습니다. 최근 남미 여행을 한 결과, 지금도 5000미터가 넘는 안데스 산맥의 거친 자연을 여행하는 게 쉽지가 않더군요. 하지만 수십만 년 전, 우리 조상들은 가뿐히 해냈습니다.




그리고 현대에 이르러, 마침내 30만 년의 긴 여정이 끝났습니다. 더 이상 지구에 우리의 도전과 용기가 필요한 탐험의 대상이 존재하지 않은 것이죠. 21세기에 탐험이라는 단어가 얼마나 낯설게 되었는지! 더 이상 여행에서 낯섦과 두려움이라는 감정이 사라지고, 가보지 않았던 곳도 마치 가본 적이 있는 듯 친근함과 편안함이 그 자지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더 이상 별 하늘을 보지 않은 시대라 우리가 잠시 잊었지만, 아직 낯선 곳을 향한 탐사와 모험이 끝나지 않았습니다. 바로 우주가 남아있죠. 인류가 태어나는 순간부터 시작된 낯선 곳으로의 발걸음이 이제는 무한한 하늘을 향할 차례입니다. 우리는 좁은 한국에 살며, 무관심하지만, 우주여행 시대가 전격 다가왔습니다.




험을 잠시 멈췄던 우리는 우리 조상처럼 과감하게 그 위험에 맞서 우주로 나아갈 수 있을까? 그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는 미지의 세계를 향해, 안락함으로 가득한 지구를 포기할 용기가 있을까? 바로 그 용기가 수많은 대한민국의 흑수저와 쿡의 차이점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우리가 위대한 항해자, 캡틴 쿡을 기억해야 할 이유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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