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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 story by 역사 Apr 22. 2020

음모론의 중심지, 발리 옆 롬복섬 1부

진화론은 다윈이 처음 생각한게 아니라는데..

TV 프로그램 '윤식당'을 촬영하며 유명해진 롬복(Lombok) 섬. 전통적으로 유명 휴양지인 발리 바로 옆 섬임에도, 그동안 신기할 정도로 우리에게 알려지지 않았던 곳입니다. 

나름대로 이유가 있죠. 사실 한국 사람은 동남아 여행을 크게 기대하지 않습니다.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특급 호텔에서 푹 쉬다가, 잠시 시간을 내어 해양 액티비티를 즐기면 될 뿐입니다. 

세계 일주 동안 관찰한 결과, 반대로 서양 사람은 저렴한 호스텔에서 지내며, 하루 종일 놀고 취하고 먹고 합니다. 



그 결과, 우리는 주로 대규모 특급 호텔이 들어선 발리 섬을 찾지만, 롬복 섬은 서양 배낭여행객들이 즐겨 찾는 곳이 되었습니다. 거리 또한 그 모습이 전혀 다릅니다. 발리에는 시원한 에어컨 바람이 나오는 실내 쇼핑몰이 많지만, 윤식당이 촬영된 롬복 섬 길리 트라왕안은 그냥 '시골'입니다. 


발리 섬에서 넉넉잡아 1시간이면 가는 롬복 섬


하지만 마치 거대한 바다가 사이를 갈라 놓은 듯, 두 섬의 모습은 사뭇 다릅니다. 심지어 세계 최대 이슬람 국가인 인도네시아에서 발리는 꿋꿋하게 힌두교를 믿고 있죠. 즉, 롬복과 발리섬은 종교조차 다릅니다. 


하지만 두 섬의 차이는 그것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진짜로 거대한 바다가 갈라 놓았기 때문입니다.






2004년 발리에서 생긴 일..


진으로 인해 거대한 쓰나미가 발생했습니다. 물론 위치 선정의 전설적인 축구 선수 인자기는 휴가지에서도 무사히 쓰나미를 피할 수 있었지만, 결론적으로 수많은 피해가 발생했죠. 



발리에 역대급 지진이 온 이유는 그곳에 두 개의 판이 충돌하기 때문입니다. 바로 대륙 이동을 설명하는 판 구조론의 그 '판'이 등장하는 것이죠. 


아.. 갑자기 이과로 내용이 확 바뀌어서 미안 ㅜㅠ


지구 표면은 몇 개의 판으로 나뉘며, 판은 지구 내부 활동에 의해 조금씩 이동을 합니다. 그 결과 두 판이 충돌하는 경우가 생기죠. 키스처럼 부드럽다면, 해봤자 라면 밖에 먹고 가지 않겠지만, 판은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거대한 힘이 충돌해 히말라야 산맥(주로 육지)이 생기거나 혹은 지진과 수많은 화산 활동(주로 바다)이 생깁니다. 후자의 대표적인 곳이 바로 일본이죠. 


재난 영화 '샌 안드레아스' 역시 태평양 판과 북아메리카 판이 충돌해서 생긴 지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평화로운 바다'라는 뜻인 태평양 주변에서 화산 활동과 지진이 유독 많이 발생하는데, 흔히 '환태평양 조산대'라고 하죠.  



제로 판 지도를 보면, 유독 태평양 주변에 다양한 판들이 서로 충돌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워낙 거대한 규모로 진행되어서 살짝 감이 안 올 수 있지만, 신기한 나라 아이슬란드에서 조금이나마 판의 모습을 엿볼 수 있습니다. 


태평양 주변을 보는 김에 아이슬란드 지역도 보자


아이슬란드 육지 위에서 두 판이 확장(즉, 충돌보다는 서로 멀어지고 있다) 되는 모습을 볼 수 있기 때문이죠. 그 결과 아이슬란드는 지리적으로는 한 나라이지만, 지질학적으로는 두 개의 서로 다른 판으로 나뉜 상태입니다. 

유럽과 아시아의 경계에 있는 이스탄불에서 비행기 없이 두 발로 두 대륙을 여행하는 신기한 체험을 할 수 있는 것처럼, 이곳 아이슬란드에서는 유럽과 아메리카 대륙을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습니다. 



지금도 조금씩 판이 움직이는 만큼, 아주 오래전 지구의 모습은 달랐습니다. 약 2~3억 년 전에는 단 한 개의 거대한 대륙인 판게아만 있었죠. 그때는 인도와 남극, 호주가 서로 사이좋게 붙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판은 계속 움직이었고, 판게아는 점차 분리되었습니다.  


남극과 반대로 인도와 호주 대륙은 북쪽으로 이동하며 유라시아 판과 접촉했습니다. 하지만 두 판의 결과는 서로 달랐습니다. 


밀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대륙형 판인 인도 판과 유라시아 판이 충돌하여 히말라야 산맥이 탄생(그 충돌은 현재 진행형이라서 매년 산맥은 높아지고 있다) 했지만, 그 결과 인도는 어찌 되었건 아시아 대륙과 하나가 되었습니다. 


밀도가 높은 해양형 호주 판은 대륙형 유라시아 판과 지금의 인도네시아 부근에서 충돌했습니다. 바닷속에서 충돌이 발생한 것이죠. 그 결과 호주는 판게아에서 분열된 이후 어떠한 다른 대륙과도 연결되지 못했습니다.  


그로 인해 독특한 호주의 생태계가 탄생하였습니다. 주머니 안에서 새끼를 기르는 캥거루와 같은 유대류가 유독 호주에서만 번성했죠. 

원래 유대류는 전 세계 곳곳에서 번성했지만, 현재는 거의 멸종했습니다. 하지만 호주가 오래전 다른 대륙과 단절된 후 우리에게 익숙한 태반류 포유류가 진화했기 때문에, 호주에 오직 유대류만 남아있게 된 것이죠.  


꼭 캥거루만 주머니를 가진 게 아니다


원래 양, 소도 없었습니다. 오늘날 들판에서 양 떼가 풀 뜯어 먹는 호주의 대표적 풍경은 서양 사람들이 외부에서 양을 가져왔기 때문이죠. 


어,, 근데, 빙하시대에는?


수면이 지금보다 100미터 이상 낮았던 빙하기에서는 호주와 동남아가 육지로 연결되지 않았을까? 실제로 인류는 육지가 된 베링 해협을 통해, 아메리카 대륙으로 넘어가기도 했습니다. 


시간에 따른 베링 해협 모습, 왼쪽은 러시아, 오른쪽은 미국 알래스카이다.


지금은 수천 개의 섬이지만, 인도네시아의 주변 바다 역시 빙하기에 대부분 육지로 연결되었을 만큼 수심이 얕습니다. 그렇다면 인도네시아와 호주는 서로 가까운 만큼, 빙하시대에 충분히 연결되지 않았을까?  



발리, 롬복, 두 섬은 모두 판이 충돌해서 생겼습니다. 발리 섬은 유라시아 판의 일부로, 롬복 섬은 호주 판의 일부로서 생성되었는데, 아래 그림(d)에서 보듯 먼 과거에 두 섬은 전혀 다른 세계에 속했죠. 그러나 판이 계속 움직인 결과, 현재 두 섬 거리가 35Km에 지나지 않을 만큼 가까워졌습니다.


약 600~50만 년 전 말레이 제도


하지만 태생이 다른 만큼, 그 흔적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발리와 롬복 섬 사이 바다 수심이 바로 그것이죠. 다른 곳보다 유독 깊습니다. 그 결과, 해수면이 낮은 빙하기에도 바다이었죠. 이미 그동안 호주 판에 속한 지역은 철저하게 외부와 동떨어졌는데, 빙하기 시절 마저 외부와 연결되지 못했던 것입니다.



그 결과, 발리와 롬복 섬의 동물은 판이하게 다릅니다. 발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동물이 불과 35Km 떨어진 롬복 섬에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죠. 

대략, 흑산도에 코뿔소가 서식한다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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