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개

by 백수웅변호사

아기는 젤리를 좋아한다.

아기는 어린이집을 다녀와서 만만한 아빠에게 젤리를 달라고 한다

엄마가 있으면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엄마는 늘 단호하다.


엄마 : 안돼. 밥 먹고 나서.

아기 : 앙....엄마 미워.


아빠는 엄마와 다르다.


아기 : 젤리 줘.

아빠 : 엄마한테 혼나는데...

아기 : 젤리 주라고

아빠 : 그래. 엄마한테 비밀이야.

아기 : 비밀~~


하루는 엄마한테 걸렸다.

아기는 아빠와의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


엄마 : 왜 이렇게 밥을 많이 안 먹어. 간식했지.

아기 : 응. 아빠가 젤리 많이 줬어요.

엄마 : 뭐.


아빠는 조용히 화장실로 들어간다.


더 이상 엄마에게 욕먹기 싫은 아빠는 머리를 굴렸다.

떼쓰는 아기에게 젤리는 안 줄 수 없다.

우리 아기는 성질이 좋지 못한다. 특히 아빠한테는 말이다.

그래서 조건을 붙였다.


아빠 : 젤리 줄게. 그런데 다 못 먹어. 몇 개 먹을래?

아기 : 많~~~이

아빠 : 몇 개?


아기는 손가락을 까닥까닥하더니 손가락 다섯 개를 펼쳤다.


아기 : 다섯 개


아기는 아직 소근육이 발달되지 않았다.

손가락으로 표현할 수 있는 숫자는 한 개와 다섯 개다.

꼴에 머리는 쓴다.

한 개는 너무 적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생각한 숫자가 다섯 개다.

고사리 같은 손가락으로 다섯 개를 활짝 펴고 환하게 웃고 있다.


아기는 곧 알게 될 것이다.

다섯 손가락 두 개가 모여 열 개가 되고

발가락을 합치면 이십 개가 되고

머리카락까지 다 셀 수 있다면 그 수는 무한하게 늘어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아기는 다섯 개만으로는 환하게 웃음 짓지 못할 것이다.


인생은 숫자놀음이다.

원하는 숫자를 얻지 못한다면 괴로워진다는 것을

아기가 마주할 현실을 생각하니 안타까운 사실이 있다.


그나마 다행인 사실이 있다.

아빠는 30대 후반부터 머리가 빠지고 있다.

전보다 숫자에 대한 집착도 줄었다.


무엇보다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존재만으로 아빠를 환하게 웃음 짓는 만드는 너(아기)를 만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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