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

by 백수웅변호사

아기는 심각한 공주병에 걸렸다.

아기 화장대에서 앉아 거울을 보고 만족한 표정을 짓곤 한다.

가끔씩 눈이 마주칠 때면 아기는 묻는다.


아기 : 이뻐.

아빠 : 응.... 이뻐


아빠 눈에 안 예쁜 아기가 있을까.

난 우리 아기가 참 예쁘다.


하얗고 잡티 없는 피부

3등신 조금 넘는 비율이지만 상대적으로 긴 다리

TV 속 연예인처럼 화려하진 않지만

어딘지 모르는 어울리지 않은 눈, 코, 입의 조화는

인간적이다.


'내 돈 내산'닌 그냥 아이의 아빠로서의 주관적인 리뷰다.


사실 그 나이(4살) 때 공주는 정말 많다.

주말에 아기들이 많은 곳을 가면

동화 속 공주님들이 눈에 보인다.


우리 아기가 좋아하는 엘사도 있고

빨간 머리띠가 눈에 띄는 백설공주도 있다.

긴 머리로 치장한 라푼젤도 보인다.

조금 큰 언니들은 나비 날개를 달고 시크릿 쥬쥬로 변신했다.


아기가 공주를 좋아하면서

아빠도 공주 덕후로 변해가고 있다.

그리고 아빠는 아기가 진심으로 공주가 되었으면 좋겠다.


자기가 왕도 아니면서 공주가 되기를 바라는 아빠의 마음이 뻔뻔해 보일 수 있다.

딱히 해준 것도 없으면서 아기에게 신데렐라 스토리를 강요하는 것도 싫다.


그런데 아기가 공주가 되기를 원하는 아빠의 이유는 하나다.

아기가 바라기 때문이다.


비록 원하는 것이 현실 불가능한 일이어도

그것을 꿈꿀 수 있게 최선을 다해 도와주는 것이

아빠의 일이다.


그리고 그날 저녁


아빠 : 아기는 커서 뭐가 되고 싶어

아기 : 공주..

아빠 : 아빠가 왕이 아닌데

아기 : 아빠가 왕자로 변신하면 되잖아.

아빠 : 응?

아기 : 그래서 아가랑 결혼하면 되지.


그래. 아빠가 그 생각은 못했다.

아빠가 이제부터 늙은 왕자가 되어볼게.

그나저나 엄마 불쌍해서 어떡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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