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문장을 읽더라도 제대로 읽는 법
외모가 아닌 책으로도 사람의 매력도를 높일 수 있을까? 솔직히 나는 그렇다고 본다. 어려운 책을 다양하게, 많이 읽는 사람은 참 멋져 보이니까. 솔직히 누가 안 그러겠는가? 책을 읽는 사람은 안 그래도 똘똘해 보이는데, 심지어 두껍고 어려운 책을 읽으면 훨씬 더 멋져 보인다.
그런데 몇 달 전부터 참가하기 시작한 철학 공부 모임이 그 생각을 바꾸었다. 니체, 현상학 입문, 서양 철학사 등등 듣기만 해도 도망가고 싶어지는 제목의 책을 공부 모임 주제로 다루면서도 '제발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고 전부 이해하려 하지 말라'라는 당부가 함께했기 때문이다.
그 대신 '한 문장을 읽더라도 제대로 읽어야 한다'라는 가르침을 받았다. 그렇다면 대체 '제대로 읽는다'라는 건 뭘까? 나는 그 문장이 무슨 뜻인지를 이해하는 것뿐만 아니라 나의 삶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지까지도 고민해야 한다는 뜻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지난 한 달 동안은 책을 읽고 나면 그 책에서 알려주는 내용을 딱 하나라도 실천해 보려고 했다. 몇 가지는 실제로 해보았고, 몇 개는 다짐으로만 남았다. 그래도 여전히 수많은 책을 전부 다 읽는 것보다는 한 문장을 읽어도 제대로 읽는 것이 중요하다는 가르침에는 크게 공감한다.
7월부터 발행하기 시작한 뉴스레터에서도 독자들의 행동을 이끌어주는 질문과 미션을 넣은 것도 그 가르침의 영향 덕분이었다. 뉴스레터 독자들에게 이것저것 해보라고 권하는 사람은 실제로 뭘 하고 사는지 궁금했다면 이번 기회에 그 궁금증을 해소시켜 보려고 한다.
누구나 책을 읽어도 머리에 잘 남지 않고, 조금만 시간이 지나도 내용을 홀라당 까먹은 경험을 한 번 이상 겪는다. 하지만 이제부터 소개할 '책대로 살아본 목록' 중 대부분은 누구나 지금 당장 시작할 수 있는 사소한 행동들이다.
지금 바로 써먹을 수 있는 소소한 행동들을 책을 통해 익히면, 우리의 삶은 어떻게 달라질 것인지도 기대하면서 아래의 글을 읽어봐도 좋을 것이다.
마케팅 글쓰기 기법의 핵심을 소개하는 책이다. 1995년에 출판된 오래된 책이지만 최근에 개정판이 나왔다. 약 30년 전에 쓰인 마케팅 글쓰기 책이니 확실히 요즘 정서와는 거리가 있는 부분도 있었다. 소개해 준 예시 중 몇몇은 전혀 공감되지 않기도 했다.
그러나 고객 관점에의 글쓰기를 해야 한다는 점, 혜택을 확실히 언급해야 한다는 점, 고객이 제품을 통해 달라진 모습을 쉽게 상상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 고객이 어떤 질문을 할지 생각하고 글을 써야 한다는 점 등등 2023년에도 적용할 수 있는 기법을 소개한다는 점은 놀라웠다.
지금이야 이런 말은 지극히 당연하고 어디에서나 들을 수 있지만, 이제 막 인터넷이 발달하기 시작한 90년대에는 아주 놀라운 마케팅 글쓰기가 아니었을까.
책에서 소개한 글쓰기 기법을 의식적으로 사용해 보았다. 몇몇 기법은 이 글을 쓸 때에도 사용했다. (호기심이 생기는 질문을 던진다. 독자들이 품을 의문을 예상하고, 그 답을 내놓는다. 독자들에게 특정 행동을 지시한다.)
'최면 글쓰기'로 판단되는 레퍼런스를 모아두기
그리고 종이와 펜을 꺼내 한 단어도 놓치지 말고 그대로 모사하기
나는 한 온라인 강의 상세페이지를 그대로 노트에 적어보았다. 온라인 강의 상세페이지를 한 번이라도 본 사람이라면 잘 알겠지만, 이것들은 대체로 굉장히 구구절절하고 너무 길다. 하지만 그만큼 저자가 소개한 '최면 글쓰기'에 부합하는 문장이 많아서 힘들긴 했어도 참 신기했다.
노트에 적어본 건 딱 한 번으로도 족하다는 생각이 들어, 이제는 구글 스프레드시트를 활용하여 상세페이지와 광고 소재를 분석해 보려고 한다. 어떤 제목을 썼고, 어떤 타깃 고객의 고민을 제시했는지, 그 해결 방법으로 무엇을 강조하는지, 이 분석으로 내가 깨달은 점은 무엇인지 등을 적고 있다
누구에게 보여줄 용도로 작성하질 않으니 부담이 없다. 카피라이터, 마케터들은 이런 영감 레퍼런스를 다들 하나씩 갖고 있는데 나도 시도는 해보았지만 누군가에게 보여줄만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커서 오래 하지 못했다. 이번에는 혼자 차근차근 쌓아보면서 내실을 다져가고 싶다.
자기소개서, 포트폴리오, 면접, 심지어 해외 취업을 준비할 때에도 도움이 되는 핵심이 담겨 있다. 홍콩에서 직장 생활을 하고 있는 저자의 생생한 경험담도 소개되어 있어 몰입해서 읽을 수 있었다. 특히, 채용공고의 내용을 보고 이 회사는 무엇을 강조하는지 파악하고 그에 맞춰 자소서를 정비하는 법을 알려준 점이 매우 유익했다.
포트폴리오를 이력, 성과, 스킬로 나누어 재정비했다. (하지만 모든 면접관들이 지원자의 이력서와 포트폴리오를 사전에 읽어본 뒤 면접에 참여하진 않는다는 점을 알게되어 서운했다)
글쓰기는 어떤 직무에 종사하든 꼭 필요한 역량이라는 걸 많이 들었다. 그렇다면 글쓰기가 업인 에디터는 구체적으로 무슨 일을, 어떤 마음으로 할까 궁금해서 읽어보았다.
덕분에 에디터는 단순히 글을 잘 쓰는 역량뿐만 아니라, 양질의 정보를 큐레이션 하는 역량 또한 갖춰야 한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이를 위해서는 기획력도 갖춰야 하고, 지금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건 무엇인지 늘 궁금해해야 하고, '왜' 사람들이 그것에 관심을 갖는지도 알아야 한다고 한다.
배터 (Better) 어플을 활용해서 눈에 띄는 문장을 모아두고, 이걸 왜 모았는지 적는 연습을 하고 있다.
마침 배터에서는 사용자들이 두 달 동안 꾸준히 기록을 이어갈 수 있도록 모임을 운영하고 있었다. 황효진 님과 함께하는 '나만의 관점 쌓기' 모임에 참가 신청을 했는데, 운 좋게도 참가자로 선정이 되었다.
문장을 수집하고, 그걸 왜 내가 수집했는지 기록해 보라는 효진 님의 가이드에 따라 나도 무엇을 왜 좋아하는지 기록하기 시작했다.
정혜윤 님, 무과수 님, 박신후 님 등등 유명한 분들의 인터뷰가 담긴 책. 회사를 다니면서, 혹은 회사를 다니지 않으면서도 어떻게 '나만의 일'을 주체적으로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해 본 적이 있었는데 이 책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특히 '개인의 능력을 브랜드로 만드는 방법', '경쟁력을 쌓으면서 구축한 본인만의 정체성', '혼자 일하면서도 내 판단이 맞는지 확신하는 법' 등등 혼자서는 쉽게 답을 내릴 수 없는 질문에 대한 저마다의 답을 들을 수 있어서 유익했다.
스스로에게 할 질문을 정해보았다.
김겨울 님은 이 책에서 '내가 나에게 질문을 많이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무엇을 원하고, 어떤 사람이 되고 싶고, 사회에 어떻게 기여하고 싶은지 등등.
이 질문에 대한 답이 삶에 전반적으로 통합되어 드러나면 그것이 사람들에게도 전달되기 때문이다.
나는 두 가지 질문을 정했다.
(1)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을 듣고 난 후에도, 지금 내가 가진 주관이 옳다고 말할 수 있는가?
(2) 이 글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나? 아니면 세상에 괜한 쓰레기를 더하는 글인가?
내가 굳이 손을 쓰지 않아도 세상에는 콘텐츠가 넘쳐난다. 그러니 나도 굳이 세상에 혼란을 더할 필요는 없다. 24시간 안에 사라질 인스타스토리를 올리더라도, 위의 두 번째 질문을 떠올리며 내가 굳이 하지 않아도 될 말은 하지 않으려고 한다.
하루에 책 한 권씩을 과시하며 읽어도 세상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 오히려 멋지게 보일수록 대접받고, 관심 받을 확률이 높아지니 그 편이 훨씬 똑똑한 선택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책을 끝까지 읽지 않아도 좋으니, 그중 딱 한 문장만이라도 골라 그 문장대로 살아보는 경험을 쌓아가는 건 굉장히 즐겁다. 책을 읽다가 중간에 포기하는 건 멋은 없지만, 그중 한 문장만 잘 읽어도 우리의 삶은 바뀔 수 있으니까.
책을 읽는 목적이 삶을 바꾸고 인식을 변화시키는 것이라면, 이처럼 딱 한 문장만 잘 읽는 것 또한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일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