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계발 뉴스레터의 의미를 찾다
최근 몇 년 동안 자기 계발 서적, 동기부여 영상을 주로 소비하며 살았다. 그러다 결국 자기 계발 서적에서 발췌한 문장을 소개하는 자기 계발 뉴스레터를 직접 만들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갑자기 스스로에게 엄청난 질문을 쏟아냈다.
1. 사람들이 자기 계발 뉴스레터에서 바라는 건 무엇일까?
2. 지금 내가 쓰고 있는 뉴스레터는 1번 질문의 답을 제공해주는가?
3. 만약 그렇지 않다면, 이 레터는 자기 계발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왜 필요한가?
4. 애초에 자기 계발이 삶에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모든 질문에 명확한 답을 내릴 수는 없었는데, 그나마 확실하게 알 수 있었던 사실은 위 질문의 질문과는 별개로 내가 뉴스레터에 정말 진심을 쏟고 있었다는 점이다.
지정된 요일에 뉴스레터를 발행하지 못할까 봐 항상 걱정되었던 점도 그렇고, 수십 번을 고민하면서 한두 문장을 겨우 만들어내는 과정을 즐긴 것도, 매일 글 쓰는 습관을 기르고자 글 쓰는 시간, 요일, 마감 일자를 스스로 설정해 보는 작은 시험을 해나갔던 과정도 다 마음에 들었으니까.
그래서 그렇게 사는 자신이 뿌듯하고 자랑스럽냐면, 딱히 그렇지도 않다. 뉴스레터를 쓰면서 알게 된 나의 또 다른 면이 있는데, 그건 바로 '괜찮은 척'하고 싶어 하지 않는 내면의 고집이 너무 크다는 사실이었다.
언젠가 뉴스레터 주제로 써보고 싶어 찜해뒀던 소재는 바로 '괜찮은 척'이다.
예전부터 나는 힘들 때 힘들다고 표현할 줄 알고, 적절한 도움을 찾아 나설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하지만 아무도 시키지 않았는데도 경청하는 사람이 되길 자처하느라 오히려 힘듦을 표현하는 것에 거부감만 생겼다.
별로 괜찮지도 않고 즐겁지도 않은데, 괜히 남들 앞에서 괜찮은 척할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 들 때는 그냥 사람들과의 만남을 제한했다. 누구를 만나서 푸념할 용기도 없고, 그렇다고 잘 사는 척하고 싶지도 않으니 애초에 남들에게 내 상황을 설명해야 할 만남을 피하고 싶었던 것이다.
대신에 이런 마음을 어떻게 스쳐보낼 수 있을지 고민하는 데 시간을 썼다. 상황이 전혀 나아지고 있지 않아서, 괜찮은 척할 수 없다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 끝에 내린 몇 가지 다짐을 앞으로는 고집스럽게 밀어보려고 한다.
열심히 살다가 지친 사람들에게 '번아웃도 여유가 있는 사람이나 겪는 일이며, 실제로 먹고사는 게 절실하면 번아웃이 올 시간도 없다. 번아웃에 빠져도 괜찮을 정도의 여유가 있는 게 부럽기까지 하다'라는 소리는 안 할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자기 계발 및 동기부여의 의미는 어제보다 더 나은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이 중 내가 가장 핵심이라고 생각하는 단어는 '주체적'인데, 주체성은 다른 사람과 자신을 비교하지 않을 때 더 자유롭게 발휘된다.
그래서 '다른 사람 입장에서 보면 번아웃은 아무것도 아니다'라는 말은 내가 생각하는 자기 계발의 본질과는 조금도 맞지 않는다.
게다가 번아웃의 기반이 되는 슬픔, 고민, 회의는 솔직하게 털어놓고 시원하게 해소해야 할 감정이지, 억누르고 회피해야 할 감정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건 가장 중요한 이야기인데, 인간적으로 힘들다는 사람 앞에서 그 힘듦을 축소시키는 말은 진짜 못 하겠다.
8월의 내 일상은 별로 괜찮지 않았다. 그래서 힘든 사람들의 마음에 공감할 수 있었다는 장점도 얻었지만, 주로 남들 앞에서 괜찮은 척하기가 어려웠던 시간 속에서 헤맸다. 다행히도 9월을 맞이하면서 점점 기운을 찾게 되었다. 내가 어떨 때 기운을 얻는지 알아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어느 날 우연히 본 유튜브 영상이 계기가 되었다. 자신의 분야에서 탁월한 전문성을 가진 사람의 유튜브 채널을 보게 되었는데, 그날 이후로 그 사람의 책과 영상을 보면서 앞으로 나는 무엇을 해야 할지 방향을 정할 만큼 기운을 차릴 수 있었다.
그런 스스로를 보면서 알게 되었다. 나는 멋있는 사람을 볼 때 힘이 나는 사람이라는 것. 어쩌면 내가 '괜찮은 척'하길 싫어하는 이유도 나는 항상 지금의 나보다 잘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찾아 나설 준비가 되어 있기 때문인 게 아닐까 싶다.
그런 사람들을 보다 보면 지금의 내가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나 해답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된다. 어떤 특정한 전문성이 완벽하게 길러진 상태가 아니라는 것도. 그게 부끄럽지 않다. 나는 앞으로 어떤 사람으로 발전할 수 있을지 방향을 설계하는 게 재밌고 설렌다.
어떤 상황에서든 뭐든 다 잘 해내고, 괜찮은 척 앞장서는 게 나와 맞지 않는다면, 요새 인기 있는 자기 계발 콘텐츠 제목처럼 '20대에 안 하면 후회하는 00가지', '00에서 벗어나는 방법', '00한 사람이 되는 법' 같은 명확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도 나와 맞지 않는다.
차라리 나는 고민하는 사람들의 옆에서 나도 똑같은 고민을 하고 있음을 드러내는 페이스메이커가 되고 싶다.
나도 같은 지점에서, 당신과 함께 같은 방향을 가고 있는 중이고, 그 과정에서 이런 고민을 만났는데, 그 고민은 앞으로 이렇게 해결하고 싶다며 부족해도 솔직하게 말하는 사람이 되려고 한다.
그래서 뉴스레터의 어조도 조금씩 바꾸고 있는 중이다. 초반에 발행한 뉴스레터에서는 고민을 제시하고, 내가 마치 그 고민을 완벽히 극복한 것처럼 해결책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내용을 풀어냈다.
하지만 쓰면 쓸수록 '모든 게 괜찮은 척' 스스로를 포장하려는 시도가 굉장히 껄끄러워졌다. 지금 당장은 이 고민이 해소된 것처럼 보여도, 시간이 지나면 언제든 다시 똑같은 고민이 생길 수 있다는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제는 일단 고민을 제시한 뒤, 나는 그 고민 때문에 어떤 생각/질문을 가졌으며, 그 질문을 해결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를 솔직하게 풀어내는 쪽으로 집중하려고 한다. 명확한 해결 방법 대신, 해결하고자 노력하는 방향을 제시하기로 한 것이다.
그러려면 내 상황을 솔직하게 서술해야 하는데, 사실 힘듦을 토로하는 걸 힘들어하는 사람으로서 이 작업이 가장 어렵다. 과연 어디까지 나의 쪽팔린 면을 말해야 좋을까? 쓰면 쓸수록 내 찐따같은 면만 들춰지는데 과연 이래도 괜찮을까? 갈수록 이런 고민만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참에 솔직해질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에게 전해주려고 한다. 이 작업을 통해 앞으로는 더 많은 사람들에게 기꺼이 의지하고, 의존할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