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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리즘 추천으로 만난 요리유튜버 3명을 통해 배운 것

2025. 3. 20. 기록

by 현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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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 Tasting History with Max Miller - 고전 요리로 역사를 소개하는 법

(2) MrT - 셰프의 근무 시간을 있는 그대로 드러낼 때 얻을 수 있는 것

(3) SÉONNE - 눈으로 즐길 수 있는 요리를 보여주는 법






알고리즘 추천으로 알게 된 요리 유튜버 3명을 통해 배운 것



며칠 전에 '완벽하지 않아서 오히려 더 매력적인 것은 무엇일까?'라는 주제로 짧은 일기를 썼습니다. 어설픈 솜씨로 얼렁뚱땅 만들어냈던 음식들에 대해 적어보았어요.


요리를 잘하는 편은 아니지만 일단 왕초보도 할 수 있는 요리부터 하나씩 익혀보는 중인데요. 열심히 만들었는데도 기대와는 전혀 다른 맛이 날 때도 있고, 전자레인지를 사용하다 잠깐 불을 내는 실수를 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직접 음식을 만들어 먹으면 배달 음식을 시킬 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만족감이 생기더라고요.


몇 가지 요리를 시도해 보는 횟수가 늘어날수록 유튜브의 추천 알고리즘에도 조금씩 변화가 생겼습니다. 그래서 이번 주간 배움 일기에서는 최근 유튜브 알고리즘을 통해 만난 요리 유튜버의 영상을 소개하고, 이들을 통해 소소하게 배운 점도 기록해 보려고 해요.



tastinghistory.png?type=w966 https://youtu.be/iG0lgnrGHv0?si=SoeWC3rAX5_njqDY



(1) Tasting History with Max Miller


지난달에 독서모임에서 세계의 주요 역사를 훑어보는 책을 한 권 읽게 되었어요. 그 이후로 유튜브에서 중세 시대의 역사를 소개하는 영상 몇 가지를 찾아보았더니 최근 검색 결과인 '중세 시대 역사'와 '요리'를 합친 '중세 시대 역사'를 다루는 콘텐츠와 만나게 되었습니다.


이 영상에서는 판타지 영화나 소설, 게임에 등장하는 선술집과 실제 중세 시대 선술집과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에 대한 소개와 더불어, 실제 중세 시대 선술집에서 판매했던 레시피로 음식을 직접 만들어보는 장면도 등장합니다.


하지만 영상의 주된 목적은 시청자들에게 음식의 레시피를 알려주는 것 자체가 아닌, 음식을 둘러싼 소소한 역사와 문화를 소개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중세 시대 사람들에게 선술집은 어떤 역할이었는지, 선술집에서는 어떤 메뉴를 주로 팔았는지, 선술집의 종류인 Inn, Alehouse, Tavern은 각각 어떤 특징이 있는지를 다양한 이미지와 함께 상세하게 설명해 줘요.


이 외에도 '역사를 맛본다'는 채널의 콘셉트에 맞춰 서부 술집에서는 어떤 음식이 나왔을까? 제인 오스틴은 아침에 무엇을 먹었을까? 항공 여행의 황금기에는 어떤 기내식이 나왔을까? 등등 역사와 음식을 결합하여 클릭을 부르는 흥미로운 제목의 영상이 눈에 띄었습니다. 요리를 직접 만들 자신은 없지만 음식에는 관심이 많고, 음식을 둘러싼 소소한 배경지식에 흥미가 있는 저 같은 시청자까지도 사로잡을 수 있는 요리 채널이라는 점이 재미있는 채널이었습니다.




이 콘텐츠로 배운 것



어떤 특정한 키워드를 주제로 했다고 해서 오직 그것만을 강조할 필요는 없겠다. 요리를 맛있게, 멋지게, 독특하게, 친절한 설명과 함께 만드는 사람만이 요리 콘텐츠의 전부가 아니라 역사와 요리를 결합해 흥미로운 스토리텔링을 하는 콘텐츠를 만들어볼 수도 있다.

요리+역사처럼 나만의 방식으로 색다른 조합을 만들어봐도 좋지 않을까? 음악+산책, 책+사람, 감정+운동과 같은 조합은 어떨까?




mrt.png?type=w966 https://youtu.be/BJpNkofIhiA?si=4yX7fJEAhe1tpETS



(2) MrT


오래전부터 저의 유튜브 첫 화면 한구석에는 ASMR 영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제는 독특하게도 요리와 ASMR이 결합된 어느 셰프의 근무 영상이 유튜브 첫 화면에 등장했어요.


아침 식사를 준비하는 어느 셰프의 일상을 1인칭 시점으로 2시간 동안 촬영한 영상인데요. 언뜻 보면 타이쿤 게임을 연상시키는 모습이지만 정신없이 손님들의 요구를 맞춰야 하는 타이쿤 게임과는 달리, 영상 속 셰프는 놀라울 정도로 침착합니다.


요즘에는 영상과 어울리는 배경 음악을 넣는 대신, 일부러 음악을 넣지 않고 일상 속에서 들려오는 실제 소리를 조용하게 내보내는 영상이 뜨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요. 이 영상도 마찬가지로 음악 없이, 차분하게 자신의 일에 집중하고, 손님들의 주문에 맞춰 음식을 배분하고, 계란과 터치스크린을 만진 뒤에는 항상 손을 씻는 셰프의 일상을 자연스럽게 보여줍니다.


이런 영상이 과연 재미있을까요? 처음에는 확신할 수 없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저는 금세 영상에 홀린 듯이 빠져들었습니다. 물비누를 두세 번 짠 뒤에 손을 씻고, 두루마리 휴지를 길게 뜯어서 손을 닦고, 접시를 하나 집어서 손님들마다 각기 다른 요구사항에 맞춰 음식을 나눠주고, 각종 계란 요리를 만드는 셰프의 모습을 이상하게도 계속 보게 되더라고요. 그 이유에 대해 몇 가지 가설을 떠올려 보았습니다.



① 한 번도 겪어본 적 없는 셰프의 삶을 1인칭 시점으로 보여주니 몰입도가 높아져서

② 시종일관 침착하게 행동하고 청결을 철저히 챙기는 셰프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져서

③ 매번 다른 주문을 하는 손님들 덕분에 다음에는 어떤 주문이 나올지 계속 궁금해져서

④ 계란 요리를 만들 때 나는 소리가 ASMR이나 다름없어서




정답은 무엇일까요? 어느 쪽인지 확신할 수는 없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댓글을 통해 이 영상이 얼마나 편안하고 힐링 되는지 이야기하는 걸 보면 이 영상만이 갖는 고유의 매력이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건 확실해 보입니다.





이 콘텐츠로 배운 것



짧고 자극적인 영상이 대세로 자리 잡은 만큼 이와 반대로 길고 잔잔한 영상이 희소해지고 있는 것 같다. 이런 영상을 통해서 소수의 충실한 시청자들을 확보할 수 있지 않을까?

계란 두 개를 서로 부딪히면 둘 다 깨지는 게 아니라 둘 중에 더 약한 쪽이 깨진다.




seonne.png?type=w966 https://www.youtube.com/watch?v=PKHXwzAQ3wo



(3) SÉONNE



늘 챙겨 보는 브이로거는 거의 없지만 그래도 브이로그 콘텐츠를 종종 시청하곤 하는데요. 어느 날에는 샌드위치를 무척 좋아하는 제 취향과도 맞을뿐더러 섬네일이 너무 매력적인 유튜버를 발견했습니다.


제목, 섬네일, 인트로 모두 신경 써서 만들었다는 점이 눈에 띄는 영상이었는데요. 한 편의 애니메이션 영화를 보는 것 같은 화면 구성과 자막, 독특한 색감, 콘텐츠의 구성까지 무엇 하나 빼놓을 점 없이 독특하고 매력적이었습니다.


영상을 얼마 보지 않아도 영상 한편을 만드는데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했을지, 얼마나 애정을 갖고 영상을 만들었을지, 자신의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바로 느껴지더라고요. 무언가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마음은 절대 숨길 수 없고, 정성을 쏟아 만든 것에는 어떤 식으로든 티가 난다는 점을 배웠습니다. 영상을 다 보고 난 뒤에는 저 또한 나만의 취향과 일치하는 라이프스타일을 잘 추구하고 있는지, 무엇 하나 허투루 하지 않고 세세한 디테일까지 챙기면서 정성을 잘 쏟고 있는지 돌이켜보게 되었어요.




이 콘텐츠로 배운 것



내 마음에 드는 아름다운 것을 일상 속에서 자주 접하면 내 취향도 점차 단단해질 것 같다. 내 취향과 관심사는 무엇을 통해, 어떤 식으로 표현할 수 있는지, 내가 자주 들여다보는 공간에 내 취향이 잘 반영되어 있는지 점검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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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