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5.11 기록
좋은 창작자는 자신의 롤 모델 (예술적 조상)을 명확히 알고 있어요. 그들의 작품을 단순히 베끼는 것이 아니라, 그 정신과 태도를 이어받고, 또 그 위에 자신만의 무언가를 얹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최근에 <오직 쓰기 위하여>를 읽고 나서 저도 올해는 글을 좀 더 자주 써야겠다는 목표가 생겼습니다. 무엇을 주제로, 어떤 글을 쓰면 좋을지 영감을 모아보던 중 챗지피티와 나눈 대화에서 이런 답변을 발견했어요. '좋은 창작자는 자신의 롤 모델을 명확히 알고 있다.'
무엇을 쓰고 싶은지에 대해 고민하다 보면, 결국에는 '왜 나는 그것에 대해 써야 하지?'라는 질문과 마주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럴 때면 챗지피티의 문장대로, 나의 롤 모델은 누구인지 떠올려보면 도움이 되더라고요. 지금까지의 내 모습을 만드는데 무엇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했는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었는지, 어떤 목표를 이루기를 진심으로 희망했는지 떠올리다 보면 결국 나는 무엇을 기록해야만 하는지도 알게 되니 말입니다.
비틀즈는 엘비스처럼 되고 싶었다고 말하고, 오아시스는 비틀즈를 좋아했다고 말했지만 이들 모두 누군가의 아류가 아닌 자신만의 고유한 스타일을 만들어낸 그룹입니다. 이처럼 저도 누군가를 닮고 싶다는 마음으로 다른 누구도 아닌 저만의 스타일을 만들 수 있을지 궁금해졌어요. 이에 제대로 답을 할 수 있도록, 평소에 나는 무엇을 왜 좋아하는지 부지런히 기록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요즘 푹 빠진 장르가 왜 좋은지 기록해 보기
한 스웨덴 메탈 밴드가 요즘 부쩍 인기를 끌고 있다는 뉴스레터를 읽은 뒤 요즘 들어 메탈만 듣는다. 알고리즘도 전부 바뀌어서 유튜브 첫 화면에는 80년대의 전설적인 메탈 밴드를 소개하는 영상이 나오고, 인스타그램은 메탈 헤드가 자신들을 둘러싼 세상의 편견을 밈으로 만드는 릴스로 도배가 되었다.
그 덕분에 메탈의 세부 장르에 대해 알 수 있었고, 메탈을 어떤 사람들이 무슨 마음으로 좋아하는지도 배웠는데, 의외로 메탈에 대해 알아갈수록 나는 왜 그동안 메탈보다 펑크를 훨씬 더 좋아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둘 다 시끄럽게 저항하는 음악이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메탈은 대체로 드라마틱한 세계관을 구축하고, 어려운 주제에 대해 복잡하고 정교한 방식으로 표현하는 장르이다. 펑크는 그와 반대로 현실의 부조리에 대해 단순하고 직설적인 방식으로 저항한다. 메탈 밴드의 코스튬이나 세계관에는 큰 관심이 없지만, 그들이 어떤 꾸밈도 없이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노래하는지를 듣다 보면 기분이 좋아지는 이유도 날것의 표현을 좀 더 선호해서 그런 건 아닐까 싶다.
그러니 누가 나의 롤 모델인지, 무엇이 내가 나로서 살아가는데 영향을 주었는지 설명해야 할 때가 온다면 그동안 좋아했던 펑크록을 떠올려봐도 좋을 것 같다.
인류의 경험을 자기 방식으로 해석하고 사용하는 것은 인간에게 주어진 능력을 성숙하게 발전시킨 사람들의 특권이자 인간답게 살아가기 위한 필수적인 조건이다.
이번 주 독서모임에 참여하기 위해 읽은 책 <자유론>에서도 '나의 방식대로 해석하는 것'의 중요함을 일깨워 주는 문장을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요즘 들어 SNS의 발달로 인해 사람들이 주관을 잃고 대중의 의견에 휩쓸리기 쉬운 사회가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이처럼 주체성이 위협받는 사회는 과거에도 여전히 존재했다는 걸 배웠어요.
나는 무엇을 좋아하는지, 내 성향에 맞는 건 무엇인지, 내 능력을 활용할 방법은 무엇인지 고민하고 행동으로 옮기기보다 나의 '위치'에는 무엇이 어울리는지, 나와 같은 '조건'을 가진 사람들은 보편적으로 무엇을 하는지, 나보다 '더 나은 조건의' 사람들은 무엇을 하는지 관심 갖는 사회를 문제 삼는 부분은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사회와 전혀 다를 바가 없어서 놀라웠습니다.
하지만 과거와는 달리 현재는 어떤 의견이 얼마나 대세인지 확인하기가 훨씬 더 편해졌습니다. 구독자 수, 조회 수, 좋아요 수, 판매량, 리뷰의 개수 등등 다양한 수치를 손쉽게 확인할 수 있으니 말이에요. 나의 가치는 스스로 수치화하기 어렵기 때문에 내 고집을 고수하기보다는 막대한 숫자를 가진 타인의 의견이 휩쓸리고 의지하고 싶은 순간도 훨씬 더 자주 찾아오는데, 이런 세상 속에서도 나의 의견을 좀 더 중요하게 고려하기 위해서는 어떤 시도를 해볼 수 있을까요? 그 의견에 대해 나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나는 그것이 왜 좋은지 자꾸 묻고 기록하는 편이 역시 답이 될까요?
독서 모임을 하며 서로 질문하고 의견을 주고받기
밀이 <자유론>에서 강조했던 또 다른 점은 자유로운 토론의 중요성이었다. 그래서 매달 진행하는 이 독서 모임이 정말 소중하다는 걸 새삼 느꼈다. 남이 아닌 내가 정말로 원하는 것, 내게 필요한 것이 알기 위해서는 일단 나의 생각을 표현할 기회가 많아야 할 텐데 생각보다 이런 시간을 주기적으로 내기가 정말 힘들다. 약 한 시간가량의 독서모임을 통해 각자의 의견을 자유롭게 나누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 다행이었다.
나에게 재능이 있을까? 물론 있다. 다만 충분할까? 그렇다면 그 재능으로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 건지 알아야 한다.
며칠 전에 읽은 <오직 쓰기 위하여>는 나의 생각을 꾸준히 글로 표현할 수 있도록 큰 동기부여를 해주는 책이었습니다. 30년 동안 글을 써온 대만 작가의 책인데요, 밤늦게까지 자영업을 하느라 글을 쓸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했음에도 어떻게든 꾸준히 글을 썼던 열정이 매우 인상적이어서 한 챕터를 읽을 때마다 저도 피가 끓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작가가 30년 동안 꾸준히 책을 낼 수 있었던 이유는 자신이 현재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 솔직하게 바라보고, 현 상황에 알맞은 계획을 세운 뒤 어떤 변명도 없이 꾸준히 계획을 실행했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어요.
그중에서도 저는 작가의 솔직함이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원래부터 글을 잘 쓰는 사람이 아니었다는 걸 솔직하게 인정했기 때문에 글을 잘 쓰기 위한 노력도 할 수 있었고, 자신을 이끌어줄 만한 어떤 인맥도 없다는 걸 알았기 때문에 꾸준히 만든 작품만이 자신을 증명해 줄 것이라는 생각에 이를 수 있었던 것 같아서요. 그 외에도 자신이 무엇을 잘하는지,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무엇이 남들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지 솔직하게 드러내는 문장을 많이 찾아볼 수 있었는데 그런 솔직하고 객관적인 모습을 저도 본받고 싶었습니다.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잘 알고 있는 천쉐 작가처럼, 저도 저를 더욱 잘 알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볼 수 있을까요? 그리고 나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것과 나를 세상에 솔직하게 드러내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인데 어떻게 둘 사이에 적절한 균형을 맞춰볼 수 있을까요?
이 문장을 현실에 적용하기 위해 시도한 일
기획 의도 작성하기
<오직 쓰기 위하여>를 읽다 보니 올해는 나도 완결된 이야기를 한 편 써보고 싶어져 며칠 전부터 조금씩 준비를 하고 있다. 어느 날에는 어떤 이야기를, 누구에게, 왜 하고 싶은지 담은 기획 의도를 정하는데 집중했다. 아직 완벽하게 정해진 건 아무것도 없지만 그래도 이 명확한 의도가 흔들리지 않고 나아갈 수 있게 도와주지 않을까 싶다.
우리는 오늘 잘할 수 있는데, 오늘 대신 내일을 선택한다."
스스로를 돌아보고, 나를 알아가기 위해 매일 질문을 던지는 일은 얼핏 보면 조금도 어려워 보이지 않기는 합니다. 실제로 한 두 번쯤 시도해 보는 건 별것도 아니긴 해요. 하지만 이런 식으로 몇 번 도전했다가 어느 날 갑자기 제 삶에서 흐지부지 사라져 버린 야심찬 일들이 그동안 너무 많았습니다.
어떻게 하면 한두 번의 시도를 꾸준한 습관으로 만들 수 있을까요? 몇 달 동안 붙잡고 있다가 몇 주 전에 간신히 2/3쯤 읽은 책 <정의 수업>에서 읽은 문장이 정신을 바짝 차리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매일 실천하는 행동만이 우리 자신을 만드는 길이 되어준다. 그런데 왜 오늘 잘할 수 있는데도 내일 하기로 선택하는가.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를 인용한 이 문장을 자꾸 염두에 두면 내일이 아닌 오늘 당장 조금이나마 시도해 볼 수 있는 일이 무엇일지 염두에 두며 진정으로 행동하는 사람으로 거듭날 수 있지 않을까요?
정신 차리고 싶을 때 수시로 읽을 책 옆에 두기
천쉐 작가의 <오직 쓰기 위하여>를 너무 인상 깊게 읽어서 도서관에서 빌려 읽다 말고 그냥 이 책을 구매해 눈에 잘 보이는 곳에 두었습니다. 자주 읽다 보면 작가의 열정, 진솔함, 계획적이고 절제된 삶에 조금이나마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요. 가장 중요한 일을 하루의 가장 첫 번째 일과로 두라는 책의 조언도 잘 따라서 올해는 정말 원하는 성과를 내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