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4. 17 기록
요즘 저의 유튜브 첫 화면에는 스트리밍 서비스 대신 '실물 미디어'만 소비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자주 등장합니다. 전자책 대신 도서관에서 빌린 책 읽기, 넷플릭스 대신 DVD로 영화 보기, 스포티파이 대신 CD로 노래 듣기, 타이핑하는 대신 타자기 쓰기 등등 핸드폰 하나로 간편하게 수행할 수 있는 활동들을 아날로그 방식으로 수행하는 영상들이에요.
이들이 아날로그 방식을 선택함으로써 얻은 경험은 각기 달랐습니다. 하지만 대체로 직접 소유하고 경험할 수 있다는 점, 하나의 대상에 오로지 집중할 수 있다는 점, 우연한 만남을 통해 삶의 반경을 넓힐 수 있다는 점을 아날로그 감성의 장점으로 꼽았어요.
밋밋한 터치스크린과는 달리 오래된 물건은 오감을 활용하여 사용할 수 있어 특별하다, 도서관을 방문하면 기존의 추천 알고리즘에서 벗어나 완전히 새로운 영역을 탐구할 수 있다, 종이 사전으로 단어를 찾으면 주의가 분산되지 않아 외국어 공부에 몰입할 수 있다 등등. 일정 기간 동안 오로지 실물 콘텐츠만 소비한 이들의 후기를 듣다 보면 저 또한 혼란과 산만함을 부추기는 인터넷 세상에서 벗어나 아날로그적인 삶에 다시 뛰어들고 싶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자꾸만 늘어만 가는 스크린 타임, 무엇을 보고 싶은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습관적으로 SNS를 새로고침 하는 생활에서 잠시나마 해방되고 싶은 분, 혹은 저처럼 그저 오래되고 불편한 아날로그적인 삶에 이유 없는 호감을 가진 분들을 위해 이번 주에 만난 몇 가지 영상을 추천합니다.
한글 자막이 따로 추가된 영상이 아니므로 유튜브의 자동 번역 기능을 활용해서 시청하면 편리하게 감상할 수 있습니다.
무려 한 달 동안 오직 실물 콘텐츠만을 이용한 유튜버의 후기 영상입니다. 게임 속 인벤토리에는 한정된 물건만 넣을 수 있듯, 이 유튜버 또한 썸네일 속 작은 상자에 들어갈 만큼의 콘텐츠만 소비하는 규칙을 정했습니다. 선택의 제한을 설정함으로써 콘텐츠를 더욱 신중하게 고르도록 말이에요.
첫 일주일 동안은 불안함과 금단 현상을 느꼈지만 점점 고요함에 익숙해지면서 집중력이 높아졌고, 어렵게 구한 중고 cdp로 앨범을 들으니 예전과는 달리 깊이 있게 음악에 몰입할 수 있어 음악을 진심으로 경험하게 되었다고 유튜버는 말합니다.
또한 우리가 늘 접했던 스트리밍 서비스나 SNS는 책 <아주 작은 습관의 힘>에 적힌 습관 형성의 4가지 법칙 (분명하게 만들어라, 매력적으로 만들어라, 쉽게 만들어라, 만족스럽게 만들어라)에 완벽하게 일치하도록 중독적으로 설계되었다는 점도 짚어줍니다.
분명하게 ▶ 앱에 접속해 특정 행동을 수행하도록 유도하는 푸시 알람
매력적으로 ▶ 관심사 기반 추천 영상, 친구들이 좋아요를 누른 영상, 실시간 인기 동영상
쉽게 ▶ 하나의 영상이 끝나면 다른 영상이 자동으로 재생
만족스럽게 ▶ 푸시 알림을 클릭해 앱에 접속함으로써 알림 제거, 정보 섭취를 통한 자극 습득
이처럼 스트리밍 서비스는 기업이 원하는 선택을 하도록 우리의 행동을 조작할 수 있게 설계되었습니다. 한 달간의 실험 끝에 이 유튜버가 콘텐츠를 덜 소비할수록 에너지를 회복할 수 있음을 알게 된 이유도 바로 이러한 점 때문인 것 같아요.
수많은 정보에 손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건 감사할 일이지만, 그 뒤에는 우리의 행동을 조작해 자본을 축적하려는 대기업의 의도가 있다면 sns나 스트리밍 서비스에 시간을 쏟는 데 좀 더 신중해져야 할 것입니다. 한 달 동안 실물 콘텐츠만 읽는다는 실험 정신에 호기심이 생겨 시청한 영상인데, 이러한 교훈도 남겨주어서 의미 있는 영상이었어요.
멀티태스킹 줄여보기: 특정한 활동을 하기 전에 ASMR 영상을 배경음악처럼 깔아두곤 했는데, 이 영상을 시청한 이후 일주일 동안은 음악을 멀리해보았다. 처음에는 심심했는데 며칠 지나니 조금씩 익숙해지긴 했다.
아침에는 핸드폰 안 보기: 아침에 울리는 알람만 얼른 끄고 곧바로 모닝 페이지를 쓰기 시작했다. 모닝페이지는 3쪽씩 매일 써야 한다, 과거에 쓴 기록은 당분간 들춰보면 안 된다 등등 자잘한 규율은 무시하고 그냥 하루에 한 페이지씩만 마음 가는 대로 기록한다. 전날 늦잠을 자면 컨디션이 안 좋아서 기록을 빼먹을 때가 있다. 머리가 눈에 띄게 맑아지고 고민이 단번에 정리되는 극적인 효과는 아직까진 나타나지 않았지만 자꾸 의식적으로 시도하다 보면 핸드폰을 습관적으로 들여다보는 일은 확연히 줄어들 것 같다.
DVD로 영화 보기: 아쉽지만 DVD 재생이 가능한 기기가 주변에 없다. 하지만 이는 영화관에서 영화 보기로 대체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인터넷 없는 심심한 시간 즐기기: 하루에 특정 시간대를 정해서 그 시간 동안은 인터넷 없이도 할 수 있는 행동들을 시도해 보면 좋을 것 같다. 책 읽기, 다이어리 꾸미기, 낙서하기, 정리 정돈하기, 보드게임하기 등등 인터넷 없이도 해볼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을 미리 생각해 봐도 좋을 것 같다.
하루 동안 어떤 미디어에 시간을 얼마나 투자하는지 기록하기: 나의 시간을 어떻게 쓰는지 기록으로 남기면 개선점을 찾는 데 도 도움이 될 것이다.
이전 영상을 너무 인상적으로 보아서, 해당 유튜버의 다른 영상도 시청해 보았습니다. 이번 영상의 주제는 '오직 도서관에서 빌린 콘텐츠만 소비하기'였는데요. 알고리즘의 추천에서 완전히 벗어나 우연히 접한 콘텐츠로 새로운 관심사에 흥미를 붙이게 된 과정이 흥미로웠습니다.
무료로 책 빌리기, 무료로 와이파이 이용하기, 조용한 곳에서 공부하기. 이 외에도 도서관이 우리에게 제공하는 서비스는 무엇이 있을까요? 유튜버가 소개하는 영상 속 도서관 서비스를 하나씩 살펴보다 보면 자연스럽게 우리 동네 도서관이 제공하는 서비스에 대해서도 살펴보게 됩니다.
실제로 저희 지역 도서관의 서비스를 살펴보니 웨이브 구독 서비스 무료 제공, 디비피아 무료 이용, 영상 편집 기기 무료 이용, lp 대여 및 감상, 태블릿 및 노트북 대여 등등 정말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더라고요.
그 밖에도 영상에서는 도서관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또 다른 중요한 경험을 소개합니다. 기업이 설계한 추천 알고리즘이 아닌, 본인의 호기심에 따라 자유롭게 자료를 탐색하며 예상치 못한 관심사를 얻는 경험 말이에요. 다른 사람이 만들어준 목록을 따르는 대신 나의 경험을 스스로 큐레이팅 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되었다고 유튜버는 말합니다. 진짜 모험은 알고리즘의 설계에 따라 특정 분야의 일부분만을 흡수하는 게 아니라, 직접 선반 전체를 보고 무엇이 좋고 싫은지 분류하며 뜻밖의 만남을 발견하는 것이라고 하면서요.
개인적으로 도서관이 사회의 소외된 구성원들을 위한 공간을 제공해 준다는 점을 짚어준 부분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유튜버가 도서관에서 읽은 책 중 한 권에는 이런 문장이 적혀있었다고 해요. '도서관은 항상 사회정치적 의도를 갖고 지어진다.'
도서관은 지식을 쌓을 수 있는 공간이 되어줄 뿐만 아니라, 무료 와이파이, 따뜻한 온도, 안전함과 편안함 등 사회적 약자에게 필요한 혜택을 제공함으로써 자선적인 시민활동을 수행합니다. 유튜버는 이 점을 하루 종일 도서관에 머물면서 정말 확실히 인지했다고 해요. 계속 시청할수록 무조건 도서관으로 달려가고 싶어지는 재미난 영상이었어요.
도서관에서 어떤 서비스 제공하는지 살펴보기: 마침 도서관의 날 행사가 진행 중이어서 지역 도서관에서 다양한 참여 이벤트를 하고 있다는 정보를 얻었다.
도서관이 문을 닫는 시간까지 머물러보기 : 너무 오랜 시간을 도서관 안에서 머무르다 보면 자연스럽게 이전까지는 눈길도 안 주었던 다양한 자료들도 탐색하게 되지 않을까?
사서의 추천 목록 살펴보기: 이 영상을 보고 나니 그동안 도서관에서 추천해 주는 책은 단 한 번도 읽어본 적 없다는 걸 알게 됐다. 홈페이지에서 추천 목록을 살펴보고 하나씩 읽어봐도 재미있을 것 같다.
젊은 세대의 입장에서 왜 오래된 빈티지 제품들이 매력적으로 느껴지는지에 대해 설명하는 재미있는 영상입니다. 지금의 디지털 기기와 과거의 제품들이 어떤 면에서 다른지 하나씩 예시를 들어 설명해 주어 흥미로웠고, 유튜버가 소유한 빈티지 제품들이 모두 아름다워서 부러웠습니다.
영상 속 유튜버는 자신이 옛날 물건을 좋아하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물리적인 버튼을 조작하는 경험은 액정을 터치할 때와는 달리 기계와 상호작용하는 느낌을 준다
제한적인 기능만 수행할 수 있으니 무한한 정보에 압도되지 않아 마음이 편안해진다
단순한 구조로 설계되어 있어 고치기도 쉽고 오래 쓸 수 있다
물건을 실제로 소유할 수 있다
어린 시절의 향수를 떠올릴 수 있다
대부분은 저 또한 잘 알고 있었던 이유였는데, 옛날 기기들이 단순한 구조로 설계되어 사용자가 고치기 쉬웠다는 점을 짚어주는 부분에서 많이 놀랐습니다.
영상 속에서는 70년대에 만들어진 자동차 엔진과 오늘날의 자동차 엔진 구조를 비교하는 장면이 나오는데요. 현대의 자동차는 개인이 직접 수리하기에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복잡한 반면 오래된 자동차들은 설명서만 읽어도 차의 구조를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거라고 유튜버는 말합니다.
실제로 70년대 자동차 설명서에는 엔진을 어떻게 분리하고 재조립하는지에 대한 정보가 단계별로 그림과 함께 제공되었다고 해요. 지금의 자동차는 문제가 생기면 수리점에 가는 것 외에 선택지가 없지만 말입니다.
영상의 댓글을 보니 옛날 기기들은 사람들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걸 목표로 튼튼하게 만들어졌다면, 현대 기기는 더 빨리 소비될 수 있도록 의도적으로 빠르게 고장 나고 개인이 직접 고치기도 어렵게 설계되었다는 점을 언급하는 댓글이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받았더라고요. 스트리밍 서비스로 많은 것을 볼 수 있게 되었지만 그 대신 돈은 돈대로 쓰고 아무것도 소유할 수 없게 되었다는 씁쓸한 댓글도 꽤 보였습니다.
개인적으로 저 또한 아날로그 방식을 선택할 때 느낄 수 있는 감촉이나, 무언가를 실제로 소유할 수 있으며, 관리를 잘 한다면 오랫동안 보관할 수 있다는 점을 좋아해요. 어릴 때 쓰던 싸이월드는 이제 흔적도 없이 사라졌지만 어릴 때 주고받은 편지는 아직도 저의 옆에 있다는 점, 먼지 묻은 선반을 조금만 뒤지면 어릴 때의 나는 무엇에 관심이 있었는지 금방 훑어볼 수 있다는 점도 아날로그에 대한 사랑을 강화합니다.
그래서 영상을 끝까지 보고 난 후에는, 정말 오랜만에 CD로 오래전에 좋아했던 앨범을 들어보았어요. 층간 소음이 걱정돼서 볼륨을 크게 키우지도 못하고 그냥 스피커에 귀를 딱 붙여서 들어야만 했지만 하나의 앨범을 끝까지 들을 때까지 단 하나의 광고도 들리지 않았다는 점이 새삼스럽게 만족스러웠습니다. 광고 없는 세상이 이렇게나 가까운 곳에 있었다니 너무 놀라웠어요.
책장 한구석에서 먼지만 쌓이고 있던 CD 듣기: 다행히도 cd를 재생할 수 있는 기기는 집에 있어서 오랜만에 cd로 앨범을 들었다. 비틀즈의 4번째 앨범 Beatles for Sale. cd 사이에 끼워진 앨범 설명글을 읽고 멤버들의 사진을 감상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CD를 구매할 수 있는 가까운 매장 찾아보기: 아직도 CD와 테이프를 판매하는 매장을 한 군데 발견하긴 했으나 충동적으로 대량의 물건을 구매하고 싶지 않아서 일단 참았다.
테이프를 재생할 수 있는 기기 당근에서 찾아보기: 아이들 영어 공부할 때 쓰는 커다란 어학용 기기밖에 없었다. 이렇게 큰 물건을 방에 놓을 여유는 없어서 또 구매를 보류했다. 어차피 지금 갖고 있는 테이프도 하나뿐이다...
추억의 물건 꺼내보기 : 어릴 때 잘 갖고 놀았던 스티커북, 팬시북이 있다면 다시 한번 꺼내서 놀아봐도 좋을 것 같다. 어릴 때 정말 재밌게 잘 갖고 놀았는데 오래전에 다 버려서 아쉽다... 그 대신 옛날에 쓰던 mp3를 재생해 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