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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에 들어온 새로운 책들을 구경하며 배운 것

2025. 04. 01 기록

by 현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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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에는 꽤 많은 책이 제 삶에 들어왔습니다. 전부터 꼭 읽고 싶었던 책, 우연히 눈에 들어와 고른 책, 앞으로 읽어보고 싶은 책, 얇지만 흥미로운 주제를 담고 있어서 고른 책 등등 지금은 저를 잠시 스쳐 지나갔을 뿐이지만 언젠가는 제 삶의 일부가 될 것이라는 짐작이 드는 책을 소개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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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손에 넣은 책


● 세이빙 타임

희망 도서 신청으로 빌린 책 중 가장 기대했던 책은 바로 제니 오델의 <세이빙 타임>이었습니다. 작년에 많은 책들을 읽었지만 그중에서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법>을 가장 좋아했는데요. 그 책의 후속작으로 올해 새로 나온 도서여서 꼭 읽어보고 싶었습니다.


전작인 <아무것도 하지 않는 법>에서 저자는 관심경제에 의해 빼앗긴 시간을 되찾기 위해 일단 멈춰 서서 온라인이 아닌 현실 세계를 둘러보기를 권합니다. 생산성을 부르짖는 인터넷 세상에서 벗어나, 생산적이지 않을지는 몰라도 나, 나의 동네, 나의 이웃, 나를 둘러싼 자연환경으로까지 시야를 확장하고 이들과 현실 속에서 직접 대면하는 행위가 얼마나 중요한지 매우 상세하게 설명해요.


<세이빙 타임>에서도 이와 비슷한 이야기를 다루지 않을까 싶긴 하지만 그래도 전작이 너무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비슷한 이야기가 나온다 할지라도 여전히 읽어보고 싶어요. 특히 시간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는 내용 때문에 더욱 기대됩니다.



처음에는 예상했던 것보다 책이 너무 두꺼워서 놀랐는데, 회색 종이로 인쇄된 부분이 모두 주석이라는 점을 확인하고 또 한 번 놀랐습니다. 이렇게나 다양한 자료를 참고하여 꼼꼼히 쓴 책이라니 여러분도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이 책을 통해 나에 대한 어떤 점을 새롭게 배울 수 있을까?

숫자가 돈이 되는 사회에 너무 지친 것 같다. 그저 돈을 벌기 위한 목적으로 사람들의 시선과 시간을 빼앗는 행위가 싫다. 그래도 시대의 흐름이 이렇게 되었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타협하곤 했는데, 저자 덕분에 자본주의 세상에서 살아가면서도 관심 경제와 조금 멀어날 수 있는 다른 대안이 있다는 걸 배워서 다행스럽다.

아무리 책 읽는 걸 재밌어해도 두꺼운 책은 보기만 해도 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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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터틀넥 프레스 사업일기 BEGINS


터틀넥프레스는 <인터뷰하는 법>, <에디토리얼 씽킹> 을 통해 알게되었습니다. <에디토리얼 씽킹>이 너무 재미있고 인상적이어서 이 책을 만든 출판사의 다른 책들에도 관심이 생겼는데요. 신간 소식을 빠르게 알기 위해 출판사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구독하고, 하나씩 올라오는 피드를 보다가 조금씩 출판사의 팬이 되었습니다.


이번에 새로 나온 <터틀넥프레스 사업일기>에는 출판사를 만들 때 썼던 일기가 담겨 있습니다. 어떤 마음으로 터틀넥프레스라는 이름을 짓게 되었는지, 어떤 고민을 했는지, 누구를 위한 책을 만들고 싶은지 등 진솔한 이야기를 엿볼 수 있었어요.


아직 초반만 살짝 읽어보았는데 <팬을 만드는 마케팅>을 읽은 뒤 출판사의 브랜드 스토리에 대한 생각을 정리한 부분이 흥미로웠습니다. 사업을 하고 있지 않은데도 저 또한 브랜드 스토리를 구성하는 각각의 항목에 어떤 답을 하고 싶은지 고민하며 읽었어요.




이 책을 통해 나에 대한 어떤 점을 새롭게 배울 수 있을까?

멋진 사람을 보면 일단 나도 그 사람의 발자국을 따라가보고 싶어진다. 책을 몇 장 읽자마자 곧바로 나도 일기를 꾸준히 써야겠다는 다짐이 생겼다. 한동안 할 일 목록을 쓰는 것조차 미루었는데 이제는 다시 모닝페이지를 쓰고, 한 줄 일기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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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유 수업


어디서 이 책을 추천받았는지, 왜 이 책을 읽고 싶어 했는지 잘 기억나지 않습니다. (조금 기억을 더듬어보니 어느 디자인 잡지를 읽다가 이 책의 제목이 언급된 걸 보고 호기심이 생겨 읽어보길 결심한 것 같기도 합니다) 그래도 책을 조금 훑어보자마자 이 책을 통해 많은 걸 배울 수 있겠다는 직감이 들었습니다.


책을 읽는 동시에 내 생각을 기록할 수 있는 '연습 문제' 가 곳곳에 배치된 점이 마음에 들었고, 은유에 대한 강의 내용과 더불어 참가자들이 직접 쓴 에세이들이 실렸다는 독특한 점도 좋았습니다. 책을 다 읽은 후에는 배운 내용을 바탕으로 저는 어떤 에세이를 써볼 수 있을지 벌써부터 기대되네요.




이 책을 통해 나에 대한 어떤 점을 새롭게 배울 수 있을까?

독자가 책에 직접 자신의 생각을 기록할 수 있는 구성을 좋아한다. (이유: 재밌다, 그리고 저자와 함께 책을 만들어가는 신선한 경험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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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장보다 단단한 토마토 한 알


작년에 고선경 시인을 처음 알게 된 이후로 계속 새 작품을 기다렸습니다. 소다수, 래퍼, 알바, 개복치, 슬러시, 파르페, 콜드플레이와 데미안 라이스 등 동시대를 살고 있는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단어들이 배치된 시를 읽으면 얼마나 즐거운지를 알려준 최초의 인물이기 때문입니다.


시집을 훑어보다가 22년도 조선일보 신춘문예 당선작인 럭키슈퍼가 실린 걸 보고 반가운 마음도 들었습니다. 누군가에 의해 획일적으로 정의된 모습이 아닌, 당사자인 청년이 진솔하게 자신의 삶과 미래에 관해 말하는 시여서 좋았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젊음은 마냥 철없고, 할 말은 다 하고 쓸 돈은 다 쓰며 후회 없는 인생을 살고, MZ하고, 건강하고 활기차고 생기 있다기보다는 자주 위계에 짓눌리고, 자주 의견이 무시되고, 미래를 불안해하고, 앞으로 무엇을 할지 막막해하고 외로워하면서도 그렇지 않은 척 능청스럽게 회피하거나 허세를 부리는 모습입니다. 이처럼 세상이 정의하려는 젊음과 당사자가 바라보는 젊음에는 언제나 거리가 있다고 생각했는데요. 고선경 시인의 시를 읽다 보면 언제나 거리감이 확 좁혀지는 기분이 듭니다. 그동안 시를 마주할 때마다 느꼈던 막연한 거리감도 이번 기회에 좁혀볼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이 책을 통해 나에 대한 어떤 점을 새롭게 배울 수 있을까?

일상에서 자주 사용하는 단어, 표현, 생각이 솔직하게 담긴 글을 정말 진심으로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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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직 쓰기 위하여


도서관의 신간 서적 코너에서 발견한 책입니다. 제목이 흥미롭기도 했지만, 겉표지가 너무 강렬해서 훑어보지 않고 지나치기가 어려웠어요.


<오직 쓰기 위하여>의 저자는 30년 동안 글을 써왔다고 하는데요. 어떤 소설을 썼는지 궁금해서 번역본을 찾아보았는데 아쉽게도 국내에 발간된 저자의 책은 이 책을 제외하면 두 권밖에 없었습니다.


책을 한 챕터 정도 읽어보고 나니 국내에서는 저자의 책을 더 많이 읽을 수 없다는 점이 매우 아쉬웠습니다. 어떤 핑계도, 변명도 없이 그저 낮에는 옷을 팔고 밤에는 글을 쓰는 루틴을 성실하게 반복하고 주어진 일은 루틴에 맞춰 끝까지 해내는 저자의 삶이 너무나도 대단하고 멋졌기 때문입니다.


책을 끝까지 읽지도 않았는데도 벌써부터 저자의 삶을 본받고 싶어졌어요. 오랫동안 기억하고 싶은 문장은 따로 스크랩도 해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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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글을 쓰게 만든 것은 나 자신에 대한 믿음이었다. 그것 말고는 아무것도 가진 게 없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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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자신을 배신하지 않은 내가 고맙다. (...) 많은 사람이 지적이나 조언을 해주었지만 그로 말미암아 흔들리지 않았고, 그것은 내가 나에게 해준 가장 좋은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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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없어 못 살까 봐, 인정받지 못할까 봐, 재능이 부족할까 봐, 또 다른 온갖 막연한 걱정에 시간과 에너지를 소비했다면, 그때의 내 힘으로는 아마 현실의 그 어마어마한 압력에 도저히 맞설 수 없었을 것이다.


스스로에게 실망할까 봐, 기대와 다른 일이 벌어질까 봐, 힘들고 지쳤다는 이유로 저는 얼마나 많은 노력을 뒤로했는지 되돌아보게 되는 문장이 이 외에도 무척 많았습니다. 원하는 목표를 향해 흔들림 없이 나아가고자 할 때 동기부여가 필요하다면 계속 이 책을 또다시 찾게 될 것 같네요.



이 책을 통해 나에 대한 어떤 점을 새롭게 배울 수 있을까?

아직도 내 안에는 소설을 쓰고 책을 내고 싶다는 열망이 남아 있다는 걸 알게 됐다.



(2) 읽으려고 찜해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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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1씽킹 아이디어 수업

매일 하나씩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발산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질문이 실린 책이었습니다. 이런 질문으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만들 수도 있구나 싶어 신기했어요. 꾸준히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드는 훈련이 필요할 때 옆에 두려고 찜해두었습니다.



잡화 감각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사물에 대해 저자만의 깊은 통찰이 담긴 책으로 보여서 찜해두었습니다. 잡화를 분류하는 기준은 무엇인지, 물건은 내 취향을 어떻게 반영하는지 등 주변 사물에 대한 재미있는 생각이 담겨있지 않을까 기대돼요.



아무튼 명언

그동안 수집했던 명언을 바탕으로 쓴 책이라는 점이 재미있어서 찜해두었습니다. '아무튼'으로 시작되는 제목의 시리즈가 정말 많지만 그중 아직 한 권도 읽어본 적이 없는데, 이 책이 아무튼 시리즈에 입문하는 좋은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3) 다 읽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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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다양한 책을 소개했지만 정작 이 중에서 끝까지 읽은 책은 아직 한 권도 없고, 그 대신 얇은 인문 잡지 한편을 읽었습니다. 농담을 좋아하고 웃기고 재밌는 콘텐츠에 항상 목말라있는 취향과 쏙 들어맞는 주제의 잡지였기 때문이에요.


'노상 관찰'이라는 흥미로운 활동에 대한 소개가 있어 스크랩을 해두었습니다. 봄을 맞아 활동량이 늘어나는 요즘 같은 시기에 해보기 딱 좋을 활동처럼 보여요.


잡지에 실린 글을 하나씩 읽으면서 저는 유머에 관해 어떤 이야기를 쓸 수 있을지 상상해 보았습니다. 성공적인 농담보다는 실없는 농담을 했던 횟수가 훨씬 더 많을 정도로 유능한 코미디언은 아니지만, 그래도 저는 제가 무심코 건넨 사소한 농담에 눈앞에 있는 상대가 웃어줄 때 정말 행복해지는 사람이기도 해요. 만약 유머를 주제로 한 글을 한 편 써야 한다면 그동안의 실패했던 농담, 썰렁한 농담, 무리해서 던진 농담이 쌓여 어떻게 지금의 저를 만들었는지 써보아도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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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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