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행운으로 가는 길에는 미덕과 용기가 함께 있다.

by 또 다른세상

사람을 얻는 지혜 / 발타자르 그라시안 / 현대지성

1부 인간의 위대함은 운이 아니라

미덕으로 평가되어야 한다: 미덕

21. 행운으로 가는 길에는 미덕과 용기가 함께 있다.


행운을 얻는 기술. 행운에도 나름의 규칙이 있다. 현명한 사람에게는 모든 일이 우연이 아니다. 노력의 도움으로 그것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행운으로 가는 길은 미덕과 신중의 길뿐이다. 지혜보다 더 큰 행운은 없고, 어리석음보다 더 큰 불행은 없기 때문이다.


아침식사는 어제 요양보호사님이 만들어주신 닭백숙. 반 그릇 정도를 덜고, 밥 한 숟갈도 살짝 얹었다. 닭발까지 함께 삶아 단백질 보충에도 안성맞춤이다. 반찬은 새언니가 담가준 오이지, 그리고 큰언니가 가져다 준 백김치. 백김치는 한 숟갈 크게 떠서 먹으면 입안이 개운해진다.


대충 설거지를 마무리하고 세수를 한다. 오늘은 학교 가는 날. 픽업해준다는 친구에게는 아무리 감사해도 부족하다. 시간에 맞추려고 서두른다. 엄마의 산소생성기를 거실로 옮기고, 콧줄을 연결해 드린다. 점심은 근처 언니가 와서 챙겨주시기로 했다. 몸이 힘들어 외출도 버겁지만, 집을 어느 정도 정리하고 나가고 싶어 손발이 느린 탓에 시간이 더 걸린다.


초인종이 울린다. 친구가 도착했다. 문을 열자 친구는 “전화 안 받아서 걱정돼서 올라왔어”라며 안도한 표정이다. 며칠 전 내가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는 이야기를 듣고 불안한 마음에 올라온 것이다. “천천히 준비해, 서두르지 마”라며 내려간다. 친구에게 줄 오설록 차와 좋아하는 간식 두 봉지, 그리고 음료 하나를 더 챙긴다.


차에 타고 가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가족 이야기, 동료 이야기… 정작 자기 이야기보단 남 얘기를 더 많이 한다. 주말 아침, 길은 막힘 없고 학교엔 금세 도착했다. 기말시험이 끝나면 선배들 졸업식이 있다고 친구가 말해줬다. 그 다음이 우리 차례란 생각에 시간이 참 빠르다 느껴진다.


계단을 오를 때 친구는 내 팔을 잡아 부축해주었다. 교실 문을 열자 학우들이 반갑게 인사를 건넨다. 다들 시험보다는 안부 인사에 더 집중한 모습이다. 나도 조금은 여유가 생겼다. 공부 중인 선배에게 다가가 인사를 했다. 노트에 열심히 정리된 글을 보며 “선배님, 이건 도대체 뭐라고 쓰신 거예요?”라고 묻자, 선배는 웃으며 “나도 몰라서 보는 거야”라며 농담을 건넨다. 순간 웃음이 터졌다.


조금 일찍 오신 주임교수님과 눈이 마주쳤다. 고개를 숙여 인사를 드리자, 다가오셔서 “힘든데도 오느라 고생했어요”라고 말씀하신다. “친구가 함께 와줘서 힘들지 않았어요”라고 말하고 싶었는데, 순간을 놓쳐버렸다. 교수님은 잠시 후 교회를 다니는 사람이 있는지 물으셨고, 아무도 손을 들지 않았다.


잠시 후, 졸업반 선배님이 교수님과 함께 들어오셨다. 그러더니 나를 앞으로 나오라고 하신다. 무슨 일인가 싶어 당황했지만, 의자에 앉으라는 말씀에 따라 앉았다. 알고 보니 그 선배님은 목사님이셨고, 학생들과 함께 나를 위해 기도해 주고 싶었던 것이다. 짧지만 깊은 기도를 함께 드렸다.


나와 다른 종교를 가진 학우들, 그리고 나조차도 간절히 기도하는 시간이 되었다. 쉬는 시간, 교수님은 “종교가 없어도 힘들 땐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하면 마음이 편해진다”고 하셨다. 그리고 말끝마다 “힘들어서 어떡하나…”라고 안타까워하셨다. 그 마음이 너무나도 진심으로 전해졌다.


누군가 준비해준 종이컵에는 당근과 블루베리, 그리고 따뜻한 차 한 잔이 놓여 있었다.


그날 내가 받은 수많은 나눔은 결코 쉽지 않은 것들이다. 주변 사람들의 미덕과 배려는 나에게 행운으로 가는 길을 알려주는 스승 같다. 그 간절한 마음이, 나의 간절함이, 앞으로 남은 치료의 시간을 견뎌내는 가장 큰 힘이 되어준다.



제목 없는 디자인.png


keyword
작가의 이전글018. 나에게 기대감보다 호기심을 갖게 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