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쩡한 사람 고생시킨다는 엄마

엄마라는 존재

by 또 다른세상


이제는 엄마가 살았다는 생각이 든다. 병원에서 산소호흡기 대여 관련 서류를 제출하러 갔다. 내일 항암이라 피곤하지 않게 컨디션 관리하는 중이다. 두 명이 엄마 옆에서 대기하고 있어야 하기에 나는 혼자 항암을 맞으러 가기로 했다.


소변줄이 제거되어 조금은 가벼운 듯한 모습을 하고 있는 엄마를 보았다. 기저귀를 하면서 좌우로 몸을 돌려 달라고 하니 엄마는 시키는 대로 하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전혀 움직이지 못해 식구들이 달려들어 기저귀만 찢어지게 만들었다.


산소 검사를 받으러 간다고 했다. 휠체어에서 제대로 내려올까 언니와 오빠가 걱정했지만, 엄마의 모습은 거의 정상인에 가깝다는 결론이다. 기침을 새벽에 심하게 하고 힘들어한다고 했지만, 병원에서 고쳐줄 것이다.


3주 동안 힘들었다. 자식들 모두 환자가 되어 가지만, 다행히 엄마가 살아났으니 고마울 뿐이다. 이제 86세밖에 되지 않았으니 앞으로 건강하게 살 날만 남았다. 응급실, 중환자실, 입원실에서 힘든 생활을 3주간 했다. 자식들 모두 한마음이 되어 애쓴 결과이다.


이제는 여기도 저기도 피어 있는 목련꽃을 보며, 진달래를 보며 엄마를 생각했다. 퇴원해서 마음껏 하늘과 꽃을 봐야 하는데. 하루하루 실시간으로 의사에게 엄마의 상태를 들을 때 우리 자식들은 엄마와 함께 죽을 고비를 넘는 기분이었다. 이제는 안심할 수 있다. 온 우주에 감사함을 표현하고 싶다.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올 일만 남았다. 죽음 순간까지 다녀온 분의 기분은 어떠실까? 도란도란 이야기 나눌 일만 남아 있다. 언젠가 우리는 이 세상을 떠나게 된다. 누구도 미리 준비하는 사람은 지혜롭다.


이번 응급실 상황을 겪으면서 많은 그것을 깨달았다. 살아가면서 가장 중요한 그것은 죽는다는 것이다. 누구를 막론하고 모두가 죽게 되어 있다. 무엇이 중요한가? 미련도 욕심도 이기심도 모두 중요하지 않다.

아프면 내가 힘들고 타인에 의해서 수동적으로 되고 만다. 건강하게 살다가 가야겠다는 생각이 참으로 간절한 3주간의 시간이었다. 당연히 엄마의 소중함은 너무나 컸다. 아주 평범한 이 야도 기억에 남았다,


그동안 손때가 묻은 엄마의 물건들을 보면서 그 물건 또한 살아 숨 쉬고 있는 것 같았다. 주인을 잃고 주인을 기다리는 소중한 물건들이다. 해야 할 일 중 하나는 물건을 정리하는 일이다. 한동안 버릴까 하다가 못하고 또 못했다.


퇴원은 아직 결정이 나지 않았지만, 돌아오면 나를 원망할 수도 있다. 아픈 것도 아닌데 중환자실까지 가게 해서 고생시켰다는 말을 분명히 할 수 있다. 그 어떤 말고 감사할 것이다. 다시 그렇게 병원에 가지 않도록 노력하면서 잘살아 보자고 말할 것이다.


세상 하나뿐이 소중한 엄마가 제 자리에 오는 것이 정말 기쁘다. 앞으로 더 건강을 챙기고 항암치료에 열심히 견뎌야 한다. 그 견딜 힘이 엄마를 보면 될 일이다. 이겨내고 더 힘든 일도 이겨낼 것 같은 마음이 생긴다.

더 많이 웃고, 이야기하고, 행복해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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