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세 자매가 함께한 식사

엄마라는 존재

by 또 다른세상


큰 형부가 돈을 보내왔다. 간호하느라 힘들 텐데 맛있는 것 사 먹으라며 전하는 마음이 고맙다. 막내가 뭐가 먹고 싶냐고 계속 묻지만, 사실 먹어도 그만, 안 먹어도 그만이다. 위와 대장에서 그대로 배출되니 먹는 행위가 무의미하게 느껴진다. 꾸룩꾸룩한 배를 부여잡고 칼국수는 어떻겠냐고 물어보았다. 두 언니는 막내가 먹고 싶은 것을 먹자고 흔쾌히 말한다.


병원에 계신 엄마는 오늘 오빠네 가족이 간호해 주기로 했다. 덕분에 처음으로 세 자매만 우리 집에 모였다. 내가 태어난 후 두 언니는 도시로 나가 일해야 했다. 가난했기 때문이다. 공장에서 일하며 받은 월급을 집으로 보내왔고, 그것이 큰 보탬이 되었다고 엄마는 늘 안타까워하며 말씀하셨다.


나이 차이가 11살 이상 나다 보니 자랄 때 함께한 시간이 거의 없었다. 막내의 말은 대화 속에서 자주 무시되었고, 함께한 추억도 없다. 언니들은 하늘처럼 크고 어려운 존재였다. 그런 내 이야기를 들은 두 언니는 세 자매가 함께하는 이 시간이 특별하다는 내 반응을 신기해한다. 바쁘게 살아온 우리는 작은 여유보다는 생계를 위해 앞만 보고 달려왔던 것이다. 엄마가 아니었다면 이렇게 함께할 기회조차 없었을지도 모른다.


칼국수를 먹으러 맛집으로 향했다. 아파트 단지 안에 목련과 벚꽃이 피었다. 두 언니는 지나칠 때마다 벌써 꽃이 피었다며 감탄한다. 화단을 보며 냉이와 달래가 있는지 보라고 한다. "막내, 여기 달래 있는 거 알았어?" 전혀 몰랐다고 하자, 어릴 때 많이 캐러 다녔다는 말이 덧붙여진다.


세 자매의 공통점을 하나 발견했다. 맛집 선정에 있어 계획적이지 않다는 것. 주말이라 활기찬 시장 골목을 지나 ‘홍두깨 손 칼국수’ 집에 도착했지만, 유리문에는 ‘재료 소진’이라는 글자가 적혀 있다. 두 언니의 눈치를 살폈다. 둘째 언니는 "다른 곳 가보자"라고 하고, 큰언니는 "운동한다고 생각하면 되지"라며 웃는다. 결국 칼국수가 아닌 멸치국수를 먹기로 하고 다시 걸어간다.


하지만 국숫집은 사라진 듯 보이지 않는다. 점심시간이 지나 배고픔이 몰려온다. 속은 좋지 않은데 뇌는 국수를 기다리고 있다. 내 장기 기능과 뇌가 따로 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다시 멈춰서 세 자매는 고민한다. "어디로 갈까?" 짜증이 날 법도 한데, 오히려 "운동도 할 겸 좀 더 걸어볼까?"라며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 결국 샤부샤부집으로 가기로 결정했다. 어차피 국수도 먹을 수 있으니, 시간이 걸렸어도 더 맛있게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이 자리에 엄마가 함께 있었다면 더 행복한 식사 시간이 되었을 것이다. 맑은 국물에 각종 채소를 넣고 끓이며, 언니들은 능숙하게 요리를 하고 나는 젓가락만 들고 있으면 된다. 배가 안 고프다던 언니들은 전형적인 ‘아줌마의 식성’을 보여준다. 속이 살짝 불편해지려 해 적당히 먹었다. 하지만 칼국수에 달걀을 풀어 넣은 죽까지 남김없이 비웠다. 세 자매가 함께하는 첫 ‘먹방’이었다.


어쩌다 보니 이런 자리가 마련된 건 결국 엄마 덕분이었다. 주말을 맞아 오빠네 가족이 정성껏 간호를 교대해 주지 않았다면, 이런 시간은 오지 않았을 것이다.


다음번에는 온 가족이 함께 ‘먹방’을 찍는 날이 오길 기대하며, 오늘의 소중한 순간에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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