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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책 판매 전략

by 또 다른세상

우리 가족 단골 미용실 원장님이 거동이 불편한 친정엄마의 머리를 손질해주기 위해 집에 방문했다. 정기 휴무일을 미리 알려주며 스케줄을 잡아준 덕분에, 내 마음도 편안했다.


항암 치료 중인 딸이 머리를 다듬고 싶다는 말을 꺼내지 못하고 있는 걸 엄마는 알고 있었다. 더워지는 날씨에 점점 지쳐가는 내 모습을 보며 엄마는 “머리 길러서 묶고 다니꺼야”라고 말했다. 그 말을 들을 때마다 마음이 아렸다. 함께 사는 사람만이 아는 미묘한 속마음이었다.


그날, 엄마는 산책을 하지 않고 집에 계셨다. 전화를 드린 지 얼마 되지 않아, 엄마는 조심스레 머리를 다듬으러 올라오셨다. “바쁜 사람 이렇게 쉬지도 못하게 해서 어떡해…” 원장님 앞에서 엄마는 미안한 듯 말씀하셨다.


머리 손질은 금세 끝났고, 엄마는 고마운 마음에 이만원을 내미셨다. 원장님은 극구 사양했지만 “엄마 돈은 복돈이야. 어서 받아”라는 내 말에 결국 만 원만 받기로 하셨다. 원장님이 나가기 전에, 공저로 참여한 『그래도, 오늘은 다르게 살기로 했다』 책을 드렸다. 시간이 없으실까 봐 원장님에 대한 내용을 표시해두었다고 설명드렸다.


그게 어제의 일이었다.

그리고 오늘 아침.

식탁 옆 책더미를 스치듯 보시던 엄마가 요양사에게 책을 줬냐고 묻는다.

진작에 드렸다. 내가 웃으며 대답했다.

“진작에 드렸고, 책값도 십만 원이나 주셨어.”


거듭 안 받겠다고 해도 “복돈이야” 하시며 꼭 쥐어주시고 가셨다고 했다.

“그런 분 어디 있냐. 감사함은 평생 못 잊지.”

엄마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요양사의 인품의 모든 걸 익히 알고 있다는 듯이.


잠시 후, 뜬금없이 묻는다.

“책, 잘 팔려?”

솔직히 안 팔린다고 했다. 초보 작가의 공저 책은 주로 지인들이 사주는 게 전부라고.

“돈만 들여 책 만들고 안 팔리면 어쩌냐…”

엄마가 걱정하신다.


농담 삼아

“엄마가 놀이터 나가서 할머니들한테 팔면 되겠네.”

하고 웃었다.

사실 집에는 출판사에서 보내온 책과 내가 따로 구입한 책들이 제법 있다. 지인들에게 선물하려고 쟁여둔 것들이다.


엄마는 한참을 말없이 계시더니 이렇게 말씀하신다.

“어제 온 원장님네 미용실에 책 몇 권 둬보는 건 어때? 사람도 많이 다니고, 원장님이 능력도 있어 보이더라.”

순간, 마음이 뭉클했다.


내가 포기한 책 판매를 엄마가 대신 걱정하고 계셨다.

그 진심이, 그 마음이 너무나도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엄마는 생각이 다 있으셨다.

딸이 쓴 책, 어떻게든 잘 되게 하고 싶으셨던 거다.


나는 오늘 아침,

86세 귀여운 엄마의 ‘책 판매 활성화 아이디어’ 덕분에

참 따뜻하고 든든했다.


엄마가 있어서,

나는 오늘도 살아갈 용기를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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