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얻는 지혜 / 발타자르 그라시안 / 현대지성
2부 면도날처럼 날카롭게
현실을 인식하라
49. 한눈에 상대를 이해하고 본질을 파악하는 힘
통찰력과 판단력이 있는 사람 이런 사람은 대상에 지배되지 않고, 오히려 그 대상을 지배한다. 슬쩍 보기만 해도 가장 깊이 숨겨진 내면을 알아내는 위대한 해석자다.
수술 날짜를 받아 놓고 걱정이 밀려온다.
아픈 사람 곁엔 늘 보호자가 있어야 한다는데, 문득 그런 사람이 곁에 없다는
사실이 마음을 무겁게 만든다.
입원하면 누가 간호를 해줄까.
주변사람들은 서로 눈치를 본다. 각자의 생활 패턴이 있고, 다들 자기 사정이 있다는 걸 안다.
결국엔 아픈 내가 이해해야 할 몫이 된다.
이런 상황이 닥치고 나서야, 가족의 마음을 조금은 알게 된다.
그 마음을 더 일찍 알았더라면 덜 서운했을까.
부모도, 형제도, 가족도 결국 내가 건강해야 당당할 수 있다는 걸 배웠다.
몸도 마음도, 결국엔 단단해져야만 살아갈 수 있다는 것도 함께 깨달았다.
위험한 순간이 닥치면, 사람은 상대를 돕기보다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지를 먼저 계산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서운했다. 하지만 이제는 미리 예상하게 되었고, 그 예측이 빗나가지 않음에 오히려 감사하게 된다.
반대로 생각해보면, 나 역시 그런 선택을 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더 이상은 서운하지 않다. 이해가 된다.
얻는 것도, 잃는 것도 크게 없는 요즘이다.
사람의 심리는 쉽게 일탈하지 않는다.
서로가 ‘알아서 하겠지’라고 생각하며 각자의 자리를 지킨다.
그런 거리감 속에서도, 나는 조금씩 배우고 있다.
지금 나를 만든 것은, 아마도 그들이 말없이 가르쳐 준 삶의 본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