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삶은 내가 존경하는 가장 진실한 삶이다.

by 또 다른세상

사람을 얻는 지혜 / 발타자르 그라시안 / 현대지성

3부 인생은 짧지만 잘살아낸 삶의 기억은 영원하다.


안목

106. 존경은 자기가 받으려고 할수록 더 받기 어렵다.

행운을 자랑하지 말라. 지위를 자랑하는 것은 사람 자체를 자랑하는 것보다 더 꼴불견이다. 스스로 중요한 사람이라고 자랑하는 것도 밉살스러운데, 그려면 시기를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존경은 자기가 받으려고 하면 할수록 더 받기가 어렵다. 그것은 남의 의견에 달린 것이기 때문이다.


아침 식사 자리에서 최근 출판한 『인사이동』 이야기가 나왔다. 가족들에게 자세히 알리지 못했던 책이다. 다니는 학교에서 교수님과 학생들이 81권을 구입해 주었다고 말했다. 한 권을 사는 것도 망설여지는 요즘, 그렇게 마음을 모아준 것이 그저 고마웠다. 총학생회장이 앞장서서 홍보하고 응원해 준 일도 잊을 수 없다. 그 마음을 어떻게 다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잘 보이지 않는다는 여든여섯 살 엄마와 그녀의 큰딸을 위해, 작가인 내가 한 꼭지를 낭독해 주었다.

“타인에게 무언가를 바랄 때, 때로는 실망과 서운함으로 돌아옵니다. 그 마음을 보듬다 보면 비로소 남이 아닌 나를 의지하게 됩니다. 억지로 남을 바꾸기보다 ‘나’를 바라보다 보면, 내가 바라던 사랑과 행복이 이미 내 안에, 내 곁에 있을지도 모릅니다.”

낭독을 마치자 두 사람의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엄마는 한동안 아무 말이 없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나는 아픈 병이 다 나았으면 좋겠다. 열심히 먹고 잘 지내는 게 엄마의 꿈이다.”

그러더니 덧붙였다. “아픈데 컴퓨터 앞에 너무 오래 앉아 있는 게 걱정이다. 글쓰기에 무리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옆에 있던 언니가 울먹이며 말했다.

“힘든 상황 속에서도 스스로 깨달음을 얻었으니 그게 얼마나 감사한 일이냐.”

사실, 나보다 더 험한 세월을 견뎌온 두 사람 앞에서 내가 힘들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내 고통은 그저 봄날 새싹이 한두 번 밟힌 정도일지도 모른다. 그들은 내가 다시 일어서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자신들의 아픔을 숨긴다.

엄마는 매일 아침 성경을 읽고 나를 위해 기도한다. 언니는 엄마 곁에서 어려운 글씨를 알려주며 돕는다. 두꺼운 돋보기를 쓰고 삼십 분쯤 지나면 눈이 아프다고 하면서도, “안 보인다”는 말을 반복하며 낭독을 이어간다.

며칠 전, 내 모습을 지켜본 언니가 술을 한 잔 마셨다. 속상하다며 내 방문을 조심스레 두드렸다.

“아가, 언니가 이혼하고 여기서 엄마랑 너랑 같이 살까?”

그 말을 듣는 순간 가슴이 철렁했다. 내가 얼마나 힘들어 보였으면 그런 생각까지 했을까.

엄마와 언니의 인생도 결코 평탄하지 않았다. 두 사람은 자주 말했다.

“나는 잘 몰라.”

그 짧은 말 안에 견딘 세월이, 수많은 시련이 담겨 있었다.

삶은 그저 시간이 흘러가는 것이 아니다. 고통을 지나온 자리마다 깊이가 남고, 그 깊이만큼 사람이 단단해진다.

그들의 삶은 내가 존경하는 가장 진실한 삶이다.

말로 다 하지 못한 인생의 조각들이 아름답게 기억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지금 이 시간, 나와 함께 있는 두 사람을 —

나는 존경하는 사람들로 마음 깊이 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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