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인데 간결하면 두 배로 좋아진다.

by 또 다른세상

사람을 얻는 지혜 / 발타자르 그라시안 / 현대지성

3부 인생은 짧지만 잘살아낸 삶의 기억은 영원하다.


안목

105. 좋은 말인데 간결하면 두 배로 좋아진다.

상대를 지루하게 만들지 말라. 한 가지 일을 하거나 한 가지 주제만 말하는 사람은 지루한 사람이 되기 쉽다. 간결한 말은 듣기에 좋고 협상에도 적합하다. 요점만 전하는 말은 여러 가지가 뒤섞인 말보다 더 효과적이다.

친구들과 만나면 자연스럽게 말문이 열린다. 주로 가족 이야기나 회사 이야기를 한다. 스트레스를 풀려는 듯, 관계 속에서 힘들게 했던 사람들에 대한 서운함이 쏟아진다. 어떤 친구는 같은 말을 반복한다. 그 이야기를 이미 여러 번 들었는데, 또다시 감정을 풀지 못하고 반복한다. 또 어떤 친구는 남이 말하는 도중 말을 끊고 자기 이야기를 이어간다. 목소리가 커지고, 대화의 흐름은 자주 끊긴다. 처음엔 공감하려다가도 점점 피곤해진다.

그중에는 사이다처럼 말을 시원하게 정리하는 친구도 있다. 핵심만 짚고, 불필요한 말이 없다. 말은 짧지만 명확해서 듣는 사람의 머릿속에 오래 남는다. 반면 흑백논리로 자기주장만 강하게 밀어붙이는 친구도 있다. 목소리만 크고 내용은 남지 않는다. 어느새 카페 전체가 떠들썩해지고, 대화는 소음처럼 느껴진다. 오래 앉아 있으면 머리가 지끈거린다.


이런 경험을 하다 보면 ‘말을 잘한다’는 게 무엇인지 생각하게 된다. 말을 많이 하는 게 능력이 아니라, 요점만 정확히 짚는 게 중요하다는 걸 느낀다. 간결한 말은 듣는 사람을 배려하는 말이기도 하다. 나도 요즘 그런 말을 하고 싶다.

강의를 들을 때도 비슷한 생각이 든다. 여러 강의를 듣다 보면 강사의 특징이 금세 드러난다. 어떤 강사는 주제보다 자신의 개인사를 길게 늘어놓는다. 강의가 끝날 때쯤에야 주제와 관련된 말을 잠깐 하고 마무리한다. 목적을 가지고 앉은 청중으로서는 실망스럽다.

더 힘든 건 자기자랑이 많은 강사다. 한두 번이면 괜찮지만, 같은 이야기를 반복할 때는 집중이 깨진다. 강의 내용보다 사람 이야기가 더 많아지면, 결국 남는 게 없다. 시간만 아깝게 느껴진다.

가장 인상 깊었던 강의는 주제에 충실한 강사였다. 어렵지 않게 예시를 들어가며 핵심을 쉽게 풀어줬다. 군더더기가 없었고, 말이 정돈돼 있었다. 그런 강의는 듣는 내내 집중이 된다. 나도 언젠가는 그런 강의를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요즘은 강의 방법에 관한 온라인 강의도 듣고 있다. 어떤 구성과 화법이 청중의 집중을 높이는지 궁금하다. 말을 단순히 많이 하는 사람이 아니라, 꼭 필요한 말을 정확히 전하는 강사가 되고 싶다.

공부를 하다 보니 결국 ‘간결함’이 핵심이라는 걸 깨닫는다. 강의에서도 말이 짧고 명확할수록 설득력이 커진다. 핵심만 전하는 문장은 단단하고 여운이 있다. 반면 장황한 설명은 듣는 사람의 집중을 흐트러뜨린다. 말도 결국 ‘양’보다 ‘밀도’가 중요하다.

나는 짧지만 깊은 말을 좋아한다. 꼭 필요한 말만 하되, 그 안에 마음을 담고 싶다. 화려한 수식보다 진심이 담긴 한 문장이 훨씬 강하다. 듣는 사람의 마음에 닿는 말, 그리고 나 스스로에게도 되새김이 되는 말, 그런 말을 하고 싶다.


생각해보면, 간결한 말은 삶의 태도와도 닮아 있다. 불필요한 욕심을 덜어내고 중요한 것만 남기는 일. 관계에서도, 일에서도, 말에서도 ‘비워내는 것’이 결국 집중의 다른 이름이다. 마음이 정리되어야 말도 간결해진다.


그래서 요즘은 말을 조금 덜 하려고 한다. 듣는 시간을 더 늘리고, 말할 땐 핵심만 말하려 한다. 쉽지는 않지만, 조금씩 변화를 느낀다. 말을 줄이니 상대의 말이 더 잘 들린다. 그 속에서 대화가 진짜로 이어진다.

좋은 말은 많지만, 좋은 대화는 드물다. 좋은 대화는 말을 잘하는 사람보다 듣고 비워주는 사람이 만든다. 간결한 말은 그 여백 속에서 힘을 얻는다. 언젠가 강의석에 선다면 나도 그런 말을 하고 싶다. 짧지만 오래 남는 말, 군더더기 없이 맑은 말. 듣는 이의 마음속에 오래 남는 한 문장 같은 말. 그게 내가 요즘 배우고 싶은, 간결하게 말하는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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