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얻는 지혜 / 발타자르 그라시안 / 현대지성
3부 인생은 짧지만 잘살아낸 삶의 기억은 영원하다.
안목
108. 다른 사람과 조화하는 것은 큰 능력이다.
온전한 사람이 되는 지름길. 그것은 다른 사람과 교제를 잘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남과 잘 어울리는 것이 매우 효과적이다. 그러면서 습관과 취향을 서로 나누고, 자기도 모르게 기질과 재능도 닮아간다. 정반대 사람들이 서로 어울린다면,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매우 신중한 사람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얼마 전 동기 회식자리에 다녀왔다. 학교에서 이런 모임은 처음이었다. 2년 동안 함께 공부하며 어느 정도 가까워졌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회식 자리에 앉으니 낯설고 어색했다. 장소는 치맥집이었고, 대부분 술을 마시지 않았지만 몇몇은 소주와 맥주를 주문해 즐겁게 이야기를 나눴다. 나는 대화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했다. 어떤 주제로,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맥락을 잡지 못했다. 그저 물 한 컵 앞에 두고 시간이 흘러가길 기다릴 뿐이었다.
그런데 그중 한 사람이 눈에 들어왔다. 평소 교실에서는 조용히 수업만 듣던 이였는데, 회식 자리에서는 누구보다 활발했다. 안주가 부족하면 의견을 묻고, 티슈나 물이 필요하면 먼저 챙겨주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는 자연스럽게 사람들과 어울리고, 대화의 중심에서 분위기를 부드럽게 이끌었다. 같은 사람인데 이렇게 다르게 보일 수도 있구나 싶었다.
그날 이후로 생각했다. ‘다음엔 나도 좀 더 조화롭게 시간을 보낼 수 있을까?’
회식 자리는 분위기에 따라 천국이 될 수도, 지옥이 될 수도 있다. 어색함을 줄이려면 말의 내용보다 태도와 톤이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처음 10분의 어색함은 누구에게나 있으니, 그때는 가볍게 인정해 버리는 편이 낫다. “오랜만에 다 같이 모이니까 낯설죠?” 같은 한마디가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든다.
또, 대화는 ‘안전한 공통 주제’에서 시작하면 좋다. 음식 이야기나, 요즘 날씨, 수업 이야기처럼 모두가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는 주제면 충분하다. 그리고 상대의 말에 귀 기울이며, “그 얘기 들으니까 생각났는데요.”,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어요.” 같은 연결어로 관심을 표현하면 대화가 자연스레 이어진다.
조화롭게 어울린다는 건, 말주변이 뛰어나거나 유머감각이 탁월하다는 뜻이 아니다.
상대에게 마음을 열고, 함께 시간을 나누려는 태도에서 시작된다.
그날의 회식은 나에게 ‘어색함 속에서도 배울 수 있는 교제의 기술’을 가르쳐 주었다.
다음번에는 조금 더 따뜻한 말 한마디로, 나도 누군가에게 편안한 사람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