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얻는 지혜 / 발타자르 그라시안 / 현대지성
4부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은 가장 위대한 일이다.
관계
124. 당신이 일을 필요로 하는 게 아닌 일이 당신을 필요로 해야 한다.
남들이 탐내는 사람이 돼라. 숱한 사람들의 호의를 얻기는 쉽지 않다. 그리고 현명한 사람들의 호의를 얻는다면, 그건 큰 행운이다. 보통은 임기가 끝난 사람에게는 미적지근한 태도를 보이지만 계속 호의를 얻고 유지하는 방법이 있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일과 재능에서 탁월함을 드러내는 것이다.
얼마 전 『인사이동』 출판기념회에 다녀왔다. 다섯 명의 공저자가 한자리에 모여 독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였다. 그곳에는 각자의 사연을 꾹꾹 눌러 담은 사람들이 있었다. 간 이식을 받고 삶을 새로 쓰는 작가, 사업 실패 뒤 다시 일어선 작가, 영어를 가르치며 글로 자신을 세우는 작가, 창원에서 달려온 작가까지.
그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일과 삶을 꿋꿋하게 이어가고 있었다.
‘탐내는 사람’이라는 말의 의미가 그날 내 눈앞에서 구체화되었다.
집에 돌아오니 저녁 아홉 시가 넘었다. 출판기념회에서 간단히 요기를 했기에 밥은 따로 챙겨 먹지 않았다. 거실에는 엄마가 앉아 계셨다. 성경책을 덮으며 나를 바라보더니, “밥은 먹었니? 요즘 왜 그렇게 밖으로만 다니니, 기운 없게.”
그 말에는 사랑이 섞인 걱정이 있었다. 나는 웃으며 말했다.
“오늘은 출판기념회 다녀왔어요. 작가분들이랑 이야기 나누고 왔어요.”
엄마는 궁금하다는 듯 물었다.
“그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이야?”
나는 사진을 보여드리며 한 명씩 소개했다.
“이분은 글쓰기 강사님이에요. 이분은 간 이식을 하고 새 삶을 쓰는 작가님, 이분은 창원에서 오셨어요, 그리고 이분은 영어학원 선생님이에요.”
엄마는 한참을 보더니 말했다.
“머리가 다 좋은 사람들이구나.”
그 말이 왠지 따뜻하게 들렸다.
엄마의 세상에는 ‘글을 쓴다’는 일이 여전히 낯설고 대단한 일로 남아 있다.
나는 그 대화 속에서, 내가 살아가는 또 다른 세상을 엄마에게 보여드린 듯했다.
그 순간, 내 안에서 작가라는 이름이 조금 더 현실로 다가왔다.
출판기념회에서 들은 말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건 “기록의 힘”이었다.
누군가는 글로 삶을 버텼고, 또 누군가는 글로 자신을 회복했다.
삼십대의 나는 일과 가정에 치여 글을 쓴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그런데 이제는 글을 통해 내 마음을 들여다보고, 관계를 되돌아보며,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가는 중이다.
인간관계가 어려운 건, 결국 나를 잘 알지 못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누군가와 부딪히는 순간, 내 안의 감정이 먼저 솟구친다.
하지만 글을 쓰며 그 감정을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조금은 느리게, 그러나 조금 더 진심으로.
『인사이동』이라는 책은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다.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과 관계 속에서, 서로를 이해하고 회복하는 방법을 담았다.
그 책을 쓴 사람도, 읽는 사람도 결국은 비슷한 길을 걷는 중일 것이다.
나는 이제 바란다.
나의 일이 나를 필요로 하고, 누군가의 삶에 작은 영감이 되는 글을 쓰는 사람으로 남고 싶다.
탐내는 사람은 화려한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일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이다.
어떤 일이든 기쁨의 미소와 함께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