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평은 늘 명성을 떨어뜨린다.

by 또 다른세상

사람을 얻는 지혜 / 발타자르 그라시안 / 현대지성

4부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은 가장 위대한 일이다.


관계


129. 불평은 늘 명성을 떨어뜨린다.


불평은 명성을 떨어뜨린다.

불평은 연민보다 피로를 남긴다. 듣는 이의 마음을 다치게 하고, 때로는 그 사람을 멀어지게 한다. 그래서 나는 가능한 한 내 상처를 떠들기보다, 나를 지탱해 준 힘과 감사한 마음을 더 오래 붙들어두려 한다.


세월 속에서 우정도 변한다. 예전에는 서로를 위해 마음을 내어놓는 것이 당연하다고 믿었지만, 이제는 안다. 마음은 삶의 무게에 따라 흔들리고, 상황에 맞춰 모양을 바꾼다. 가끔은 믿었던 친구에게 서운해지고, 나 역시 누군가에게 아쉬움을 남겼을 것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시간 속에서 다시 이어지는 인연은 여전히 따뜻하다.

20년을 넘어 다시 만난 친구들.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치열하게 살아내고 있었다. 자녀를 키우고, 직장을 다니고, 갑작스러운 이별과 아픔을 견뎌낸 시간들. 그 무게 안에서 서로를 위로하기 위해 모였다.


기차역에서 진은이를 만났을 때, 가을빛이 도시를 물들이고 있었다. 노란 은행나무가 바람에 흔들리고, 파란 하늘이 그 위를 넓게 펼쳤다. 친구가 곁에 있다는 사실이 풍경을 더 아름답게 만들었다.

"요즘 어디 살아?"

서툴었지만 그건 오랜만의 진심이었다. 진은이는 여유로운 웃음으로 말했다. “대출은 부담돼서 임대로 이사해. 그래도 나는 복 많은 사람이야.”


건강이 가장 큰 복이라는 말을 서로 자연스럽게 주고받았다. 나는 치료 이야기를, 진은이는 자기 일상의 소소한 고민을 털어놓았다. 상상할 수 없는 고단함 앞에 잠시 말을 잃기도 했다.


그 후 공지천을 걸었다. 붉게 물든 나무 아래서 사진을 찍고, 어설픈 포즈에 웃음이 터졌다. 오래 떨어져 있었지만, 웃는 얼굴 하나로 금방 예전으로 돌아갔다.


저녁 자리에는 일곱 명이 모였다. 시끌벅적한 소리 속에서도 숙원이의 목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 부모님 병간호, 시댁과의 갈등, 쌓아둔 피로와 분노. 오래 참고 살아온 사람의 울림이었다.


그 순간 깨달았다. 누구의 삶도 가볍지 않다. 모두가 보이지 않는 짐을 지고 걸어가고 있다.

우리는 완벽한 삶을 가질 수 없다.


돈, 건강, 가족 — 모두를 한 손에 쥐고 가는 사람은 드물다.

그러나 굴곡이 삶을 깊게 만든다.

불평 대신 작은 희망을 바라볼 때,

그 희망이 우리를 다시 빛으로 이끈다.


나는 믿는다.

힘겨웠던 순간들이 결국 나를 더 단단하고, 더 빛나는 사람으로 만들어 줄 것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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