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얻는 지혜 / 발타자르 그라시안 / 현대지성
4부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은 가장 위대한 일이다.
관계
128. 위대한 정신은 어디서나 빛난다.
정신의 고귀함. 이것은 영웅의 주요 자질 중 하나다. 온갖 종류의 위대함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또한 이것은 취향을 높이고, 마음을 넓히며, 생각을 고양하고, 심성을 고결하게 하며, 위엄을 갖추게 한다.
니체의 철학은 인간이 이미 주어진 가치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삶을 해체하고, 스스로의 길을 창조하라고 외친 치열한 사유의 여정이다. 그는 기존의 도덕과 종교, 특히 절대적인 진리를 약속하며 인간을 복종하게 만드는 체계들을 의심했다. “신은 죽었다”는 그의 선언은 단순한 철학적 표현이 아니라, 한 시대의 몰락을 의미한다. 인간은 더 이상 외부의 권위나 초월적 기준에 의존할 수 없으며, 자기 삶의 의미를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는 시대적 명령을 받은 존재가 되었다.
니체에게 인간은 완성된 존재가 아니다. 넘어지고 흔들리더라도 다시 일어서며 자신을 초월해 나가는 과정 속에 있는 존재이다. 그는 인간이 나약함 속에 안주하지 않고, 고통과 혼란을 견디며 더 높은 정신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보았다. 그의 철학은 늘 자기 극복을 향하며, 과거를 되돌릴 수 없다는 비극적 인식조차 받아들이면서 현실을 긍정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의지, 곧 운명애(Amor Fati)를 강조한다. 주어진 삶 전체를, 고통까지도 끌어안으며 “그러나 나는 계속 간다”고 말하는 태도가 인간을 초인(Übermensch)으로 만든다.
니체가 비판한 복수, 증오, 허무는 약한 정신이 붙잡히는 감정이다. 인간이 타인의 시선과 사회적 가치에 갇혀 원망과 열등감 속에서 살아가는 것을 그는 경계했다. 복수는 스스로를 정당화하며 선한 양심을 가장하지만, 결국 자신을 소모시키는 독과 같다. 진정한 강함은 타인을 심판하는 데서 오지 않는다. 자신의 삶을 스스로 빛내고, 넘어져도 다시 세우는 힘에서 나온다. 삶의 어두움과 불완전함, 인간의 비열함까지 똑바로 바라보며, 그것을 파괴가 아닌 승화의 계기로 삼는 태도가 바로 니체의 철학이다.
니체의 정신은 깊이 사랑하고, 치열하게 고뇌하며, 끝까지 자신을 배반하지 않는 태도이다. 삶의 고통 앞에서도 무릎 꿇지 않고 “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겠다”고 말하는 사람, 그 존재야말로 무덤조차 꺾지 못하고 시간조차 묻어버릴 수 없는 힘을 지닌다. 인간에게 희망을 주기보다, 존엄한 싸움을 요구하는 철학. 그리고 그 싸움 속에서 발견되는 작은 빛이 인간이 자기 자신으로 존재할 수 있게 만드는 불꽃임을 그는 믿었다.
니체의 사상을 따라가다 보면, 인간이 얼마나 복잡하고 다층적인 존재인지 새삼 느끼게 된다. 그는 우리에게 속삭인다. “너는 더 높은 곳을 바라볼 수 있다.” 단순히 살아남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의미를 창조하며 살아가라고. 니체에게 정신은 단순한 사고 기능이 아니라, 온 존재를 일으켜 세우는 힘이다. 삶을 직시하는 용기, 고통을 견디는 근육, 그리고 스스로를 다시 빚어내는 창조의 에너지가 바로 그것이다.
그는 기존의 도덕과 질서를 의심했다. 타인이 정한 선함에 고개를 숙이지 말고, 내 안에서 우러나는 가치에 귀를 기울이라고 했다. 그 길은 외롭고 이해받지 못할 때가 많지만, 내 본능과 욕망, 두려움과 욕심까지 솔직히 바라보고 그 속에서 나만의 방향을 찾으라고 했다. 고통을 피하지 말라고도 했다. 오히려 고통은 삶의 적이 아니라 나를 벼리는 불꽃이며, 그 속에서 인간은 진정으로 성장한다.
니체의 정신은 늘 흔들렸지만, 그것은 무너짐이 아니라 진동이었다. 오래된 믿음이 부서지고, 새로운 가능성이 숨 쉬는 순간이었다. “너 자신이 되어라”라는 그의 명제는 거창한 슬로건이 아니다. 타인의 기준이 아닌 나의 기준으로 살아가는 일, 세상이 정답이라 말하는 것 너머에서 나 자신에게 던진 질문에 끝까지 응답하는 과정이다. 결국 니체가 건네는 메시지는 단순하다. 삶을 사랑하라. 흔들리는 나를 다시 일으켜 세상 속으로 걸어가라. 조금씩, 그러나 확실하게, 어제의 나를 넘어 단단한 나로 자라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