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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따라다니는 엄마의 눈빛

by 또 다른세상

거실에 나와 앉아서 TV를 보면서도 엄마의 눈빛은 딸의 움직임을 빠르게 쫓아간다. 컨디션이 나빠도 아침 식사를 준비해야 가족이 함께 밥을 먹은 후 약을 먹을 수 있다. 치료 과정에서 이제는 후항암의 단계에 접어들었다. 새로운 치료는 암 환자인 나에게 긴장과 부담감을 준다.


얼굴에 드러나는 것을 엄마는 잘 포착하고 두 배 더 속으로 걱정을 한다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 수술 전 항암을 시작할 때 갑자기 쓰러지고 살아나셨다. 요즘은 수술하고 나온 딸이 사람 구실 하고 살아갈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을 하셨다고 했다. 그러면서 본인 몸도 또 아파온다.


감기 증세가 오래간다. 가래가 심해서 잘 뱉지도 못하는 상황이 되었다. 수술 후 집에서 조금씩 회복하는 딸의 모습을 보면서 다시 엄마의 몸도 정상으로 돌아온다. 이른 아침 생강꿀차를 타드린다. 뜨거운 물을 계속 드시게 한다.


노화 현상으로 몸이 가려운 증상에는 수분 섭취가 중요하다고 의사 선생님이 늘 말씀하셨다. 그때는 물이 안 넘어간다며 제대로 마시지 못하고, 약만 달라고 하셨다. 요즘은 화장실 가기 귀찮다면서도 따뜻한 물을 자주 드시는 엄마로 변했다.


밥을 먹을 때 조금 짜게 드시는 경향이 있어,"소금을 안 넣는 게 좋을 것 같은데요"라고 하면 소금을 국에 넣으려고 하다가 멈춘다. 예전 같으면 간이 돼야 먹는 거라고 말씀하셨다.


잠이 안 온다며 이른 새벽 매일 성경책을 읽고 계신다. 앉아서 장시간 계시게 되니, 몸을 움직이는 시간이 많지 않아 난 늘 걱정이다. 오늘 아침 "엄마, 성경책 읽는 것도 좋은데 건강해지려면 머리도, 몸도 중요해요"라고 한마디 한다. 지금 엄마가 움직일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손도, 발도, 팔도, 머리도 움직이지 않으면 더 힘들어진다고 말했다.


수술 후 6개월 동안의 항암이 시작되었다. 병원 일정으로 출발하기 며칠 전부터 엄마의 컨디션은 좋지 않다가, 항암을 맞고 나서 부작용을 잘 버티고 있으면 다시 엄마의 컨디션은 좋아진다. 표정도 밝아지고 말씀도 자주 하고 싶어 한다.


아프다는 이유로 그 말을 모두 받아주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청소를 하는 모습, 음식을 차리는 모습, 먹는 모습, 설거지를 하는 모습, 빨래를 하는 모습, 음식 쓰레기를 버리러 가는 모습, 책을 읽는 모습 등 나의 일거수일투족을 모두 보고 계신다. 혹시 어디가 안 좋을까. 눈을 뜨면 나를 따라다닌다.


그 시간에 엄마가 할 수 있는 움직임을 조금씩 하라고 말을 해도, 그 순간뿐이다.


잠시 손뼉을 치다가 내 움직임을 따라오며 손뼉 치기를 멈춘다. 점점 노쇠해가는 엄마의 모습을 보면서, 도움이 필요한 엄마를 느끼면서 제대로 도와드리지 못하는 마음이 가슴 아플 때가 있다.


"너가 건강해야 내가 산다"고 말을 하는 엄마지만, 계속 이어지는 치료 과정을 따라가야 하는 이 지금이 야속할 때가 있다.


요즘 나물을 먹지 못한 지 너무 오래된 것 같다는 말을 하고 아침 식사를 마쳤다. 엄마는 요양 보호사님과 함께 시장에서 콩나물을 크게 한 봉지 사오셨다. 그냥 지나가는 말인데, 그걸 또 잊지 않고 휠체어를 타고 가신 것이다.


며칠 동안 둘 것인지 모르겠다. 요리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 엄마의 마음을 죽을 때까지 나는 모를 것이다. 그 사랑을.


산소 마스크를 하고, 쌔근쌔근 주무시는 숨소리가 잔잔하게 느껴진다. 새벽이면 잠을 못 잤다고 또 성경책을 읽고 계실 것이다.


나야말로 두 시간 자고 밤 11시부터 잠을 잘 수 없는 부작용에 포위당하고 있다. 엄마가 일어나면 엄마의 눈으로 포위당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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