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꽃을 보게 된 엄마

by 또 다른세상

몸이 너무 안좋을 때 스스로 암요양병원을 생각하게 된다. 혼자남을 분은 어쩌지? 하는 생각이 조급함으로 다가온다. 좋은 해결책이 생각나지 않았다. 엄마에게는 생각이 다 있었다. 더 생각이 깊은 분을 가끔 걱정하는 자신을 보고 웃는다.


한달반을 병원에 있다가 퇴원하고 건강상태를 살펴본다. 그사이 재가방문요양사 면접을 몇차례 보았다. 젊은 분들은 힘들다고 거의 안 오고, 나이를 애써밝히고 싶지않는 70대이상이 대상자이다. 오신분들의 인상은 참 좋다, 열정도 있다. 경험도 많다. 한 두군데씩 지병도 있다. 아픈분이 아픈분을 보살핀다는 것이 불안하기도 하다.


누구보다 산책과 가벼운 운동이 필요한 분인데 휠체어를 못 밀어서 외출이 어려운 상태이다. 요양사 채용를 해야 했기에 산책을 못가더라도 채용했다. 살아온 지혜가 있어서 오신분은 대화도 잘하시고 싹싹하게 잘 하셨다. A라는 분은 새로 오신분이다. B라는 분은 전에 하신던분이 이틀오셔서 산책을 동행 해 주시는 걸로 사회복지사님이 힘써 주셨다.

작년에 B요양사님과의 추억도 많다. 서서울공원까지 가셔서 꽃이 핀 아름다운 호수를 구경시켜드리기도 했다. 휠체어로 밀고 가는 것이 쉽은 일이 아니다. 걸어가기도 힘든 곳인데 그 일을 해 주셨다. 감사한 마음을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엄마가 병원에 있는 동안 가양동으로 일하러 가셨다. 돌봐들인 분이 호스피스 병원으로 가야 하는 상황이라 그만 두게 되셨다.

사실은 B요양사님이 익숙해서 더 편하긴 했다. 자연스럽게 일주일 정도 A요양사는 오시다가 그만 두신다. 다시 우리집오시는날 엄마와 요양사님은 다시만나 가족처럼 좋아하셨다. 옆에서나도 안심이 되었다. 그간 얼마나 예쁜꽃이 많이 피었는지 너무 예쁘다며 외출할 준비를 하신다.

가볍게 옷을 입고 모자도 쓰고 밝은 모습으로 두분은 나간다. 아파트 화단에 다양하게 피어었는 꽃을 구경하신다. 아파트 구석 구석 걸어가시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실 것이다. 봄의 꽃을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할 것이다. 병원에 계셨다면 얼마나 억울했을까? 생각이 든다. 한해 한해 몸이 달라지는 모습이 일상의 변화도 못느낀다는 것은 마음 아픈 일이다.


엄마도 감사한 일이고 가족모두가 이렇게 봄의 꽃구경을 할 수 있는 것 또한 엄마의 힘이라고 생각이 된다. 그것도 늘 도움을 주던 요양사님과 동행을 하고 있으니 오늘은 가장 행복한 분이라고 생각이 든다.

두시간이 지나니 현관문소리가 난다. 다녀오셨냐고 인사를 하려고 보니 무언가 많이 사오셨다. 초두부,두부랑 키위, 브로콜리를 사오셨다. 우리가족을 위해서 아니 아픈 나를 위해서 좋다는 것을 사오신 것이다. 사실 잠깐 외출했다가 추어탕, 떡이랑, 막걸리를 사왔다. 다시 오신 것을 축하하기 위해 사왔다. 특별한 것은 아니지만 마음이 편해져서 이런 생각이 난 것 같다.


요양사님과 서로 마음이 같았다. 막걸리를 한잔 따라드리며 “다시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라고 말하니 웃으셨다. “뭘이렇게까지 환영을 해주니 너무 고맙네”라고 말씀하셨다. 옆에서 엎마도 같이 흐뭇해 하셨다.

가까이에서 출퇴근 할 수 있는 것도 좋고, 다시 돌봐들일 수 있어서 좋다고 말씀하셨다. 엄마도 건강하시길 당연히 바라지만, 요양사님도 아프지 않았으면 한다. 건강하게 두분이 의지하면서 잘 지내시길 바란다. 엄마에게는 좋은 친구이자 가족에서 말 못하는 것도 어쩌면 말할 수 있는 분이 될 수 있다.


이제는 안심이다. 운동을 좋아하는 요양사님이 옆에 있기 때문이다. 밖에 나가고 싶으면 언제나 나갈 수 있다. 계절마다 예쁘게 피는 꽃을 구경하고 멋지게 나이들어감도 아름다운 일이다. 젊은 사람처럼 할 수 있는 일은 제안 되었지만 그 속에서 할 수 있는 것을 하면 된다. 느낄 수 있는 것을 느끼면 된다.

남에게 해끼치는 일은 절대 안하고, 더불어 살아가는 법을 몸소 보여주진 엄마의 복이라고 생각이 든다. 정말 내가 힘하게 아플 때 물어본다. “엄마, 암요양병원에 갈야 할 수도 있는데 그럼 어떻게 할 거야?”라고 물어 보면 깊게 생각 안하시고 말한다. “엄마 걱정은 하지마, 요양사님이랑 있으면 되니까”라고 하신다.

그래요. 온 우주가 엄마를 위해 도와 줄 거야. 지금까지도 그랬고, 딸이 인정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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