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 앞에 선 하루

by 또 다른세상

사람을 얻는 지혜 / 발타자르 그라시안 / 현대지성

7부 인생의 진정한 공부를 마지막으로 미루지 말라


온전함

233. 남을 즐겁게 하는 데 드는 비용보다 불쾌하게 하는 데서 오는 대가가 더 크다

남의 취향을 잘 파악하라. 그렇지 않으면, 기쁨 대신 고통을 받는다. 어떤 사람들은 상대의 기질을 잘 몰라 호의를 베풀다가 도리어 불쾌하게 한다. 상대를 칭찬했다고 생각했는데 도리어 비난이 되는 바람에 벌을 받는 사람들도 있다. 또 말솜씨로 상대를 즐겁게 해주려고 했지만, 쓸데없이 말을 많이 해서 상대의 마음을 지치게 만드는 사람들도 있다.


명절 음식에 놀랄 만큼 손이 갔다. 맛있게 먹었다. 호중구 수치도 안정권에 가까운 느낌. 며칠 동안 공원 산책 빠지지 않았다. 병원 방문 날, 항암실 안내문 눈에 들어왔다. 대기 시간 4~5시간. 진료 두 시간 전 채혈 필요. 여기서 밀리면 항암 시간 더 늦어진다. 새벽 다섯 시 출발 계획. 빠른 길 검색. 버스 운행 없음. 걸어갈까 잠시 망설임. 가방에 달걀, 사과, 뉴케어, 물 챙김. 진료 뒤엔 정신없어 아침 챙기기 어렵다. 병원에서 벌어질 하루를 미리 그려본다.

지하철 타고 채혈실 도착. 예상보다 환자 수 적다. 대기 열 명 남짓. 일찍 도착한 덕분. 남자 간호사 채혈. 따끔함 잠깐, 수월한 마무리. 오 분 정도 지혈 대기. 그 사이 어르신 한 분, 지혈 부족해 바닥에 피 떨어진다. 당황한 얼굴. 주변 환자 두 명 바닥 닦아 준다. 괜찮냐 묻는다. 아픈 사람, 더 아픈 마음 알아본다. 팔 위로 길게 흐르는 피. 의자 곁 간호사 찾는 눈길, 누구도 쉽게 나오지 못한다.


지혈 마친 뒤 혈액종양내과 접수. 혈압, 키, 몸무게 측정. 혈압 정상, 키 그대로, 몸무게 증가. 계속 늘어도 괜찮은지 AI에 질문. 항암 중 흔한 변화라는 답. 마음 놓인다. 다음 장소 이동. 지하 1층 암환자 대기실. 음식 섭취 가능한 공간. 자리 부족한 날도 있다. 휠체어 도우미 선생님들 앉아 대화 나눈다. 휴식 필요함 느껴진다.


책 한 권, 다이어리 챙겼다. 펜 찾는다. 가방에도, 다이어리 사이에도 없다. 돋보기 찾는다. 없다. 책 읽기 막힌다. 글자 흐릿. 몇 쪽 넘기지 못한다. 중요한 두 가지 빠뜨림. 이른 도착에만 집중한 탓일까. 휴대전화 사용도 눈에 부담. 돋보기 없이 책 거리 조절. 선명해지는 지점 찾는다. 그 거리 유지해 읽기 시도. 오십 쪽쯤 지나 눈 뻑뻑함. 여기까지가 한계. 시계 보니 여덟 시 사십 분. 담당 간호사 전화. 진료실 이동 중이라 전한다. 자리 정리, 이층 향한다.

피검사 결과 확인. 호중구 수치 기준 이하. 항암 불가한 날. 간호사, 만나자마자 어렵다 말한다. 이전 방문 때 항암제 양 조절 요청했었다. 한 번 줄였으니 다음엔 수치 떨어질 때 다시 조정하겠다는 설명. 결국 그날 도착.

약하게라도 일정 유지 바람. 추가 감량 문제 있다는 설명. 결국 통으로 건너뛴다. 총 여덟 차례 중 한 번 빠진 셈. 다음 주 화요일엔 수치 회복 예상, 항암 가능하단 말. 표준 치료 일정 따라 움직인다. 신체 반응은 제각각. 정답 없다. 백혈구 주사 문의. 휴식 후 재방문 시 문제 없을 거라 단언.

약 받아들이는 몸 상태, 의료진도 정확히 알 수 없다. 당연한 일. 몸 변화는 스스로 가장 빨리 느낀다. 다음 주 항암제 용량 조정 여부 궁금증 남는다. 오랜 시간 진료 이어온 의사라는 직업, 쉽지 않다는 생각 든다. 결국 스스로 더 챙겨야 한다는 결론에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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