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 가져다준 선물
"기억나는 음악이 있나요?"
zoom으로 음악 선생님의 클래식 강의를 듣던 때였다. 강의를 다 들은 후, 서로 기억나는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클래식부터, 다양한 장르의 음악, 특히 가요까지 소환되었고, 각자 시간여행을 하는 것 같았다. 그 시기의 음악은 기억을 불러왔고, 시간을 되살렸다.
학창 시절 친구, 첫사랑인 남편과의 만남 등 여러 아득한 이야기에 마음이 설레기도 하고, 내 어린 시절도 떠올랐다. 난 어떤 음악이 기억나지? 제일 먼저는 어린 시절 부르던 동요가 떠올랐고, 내가 좋아하던 만화 주제가가 떠올랐다. 난 어렸을 때, 만화를 엄청 좋아했고 만화 주제가를 부르며 나만의 감성에 빠져 있곤 했다. 그런데 그런 음악들이 어린 시절을 소환해 줬지만, 특별히 감회가 있다거나 하지는 않았다.
내 생각은 계속 기억을 파고들었다. 그러던 중, 대학교 때 졸업연주회가 생각이 났다. 전공은 초등교육이지만, 음악교육과라 졸업연주회를 했었다. 난 피아노를 쳤었는데, 그 기억이 내게는 참 소중하게 남아있다. 그때 화장이 참 잘 되어 사람들이 "너무 예쁘다. 연예인 같다."는 말에 외모에 자신감을 가졌던 기억이 있다. 무엇보다, 피아노 연주를 듣고 감동이었다고 친구들이 말해주었고, 연주를 듣고 감동받아 눈물이 났다는 친구도 있었다. 그때, 내 피아노 연주를 들어준 친구들, 박수소리, 해냈다는 뿌듯함. 이런 여러 기억과 감동이 섞여 잠시 그 시간 속에 머무른다.
그 당시 쳤던 피아노 소리가 듣고 싶었는데, 내게는 짤막한 비디오 클립밖에 없었다. 졸업 연주회가 끝나고 CD를 받았었는데, 연주 소리를 듣고 실수한 부분 때문에 속상해서 CD를 아무 데나 뒀던 것 같다. 결국 CD를 잃어버렸고, 지인이 촬영해 준 짧은 비디오에 의지해서 그 시간을 회상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학과 언니와 연락이 닿았고, 언니로부터 전체 연주 영상을 받게 되었다.
역시 그때에도 너의 둠카는
깔끔하고 멋지다고 생각했는데
오늘 소복소복 흩날리는 눈발과 너무도 잘 맞는 BGM이야 :)
언니가 보내준 영상을 틀었다. 거기에는, 13년 전 스무세 살의 내가 있었다. 정말 13년 만이었다. 음악 하나인데, 내 기억을 소환했다. 내 대학시절, 서투른 청춘, 그 당시의 희로애락들이 음악 속에서 느껴졌다. 내 연주를 듣는데도, 내가 감동을 받았다.
'그래, 너 정말 애썼어. 고생 많았다.'
비록 실수가 있지만, 아마추어인 내가 마음을 담아 연주하고 있다. 기교가 완벽하지 않지만, 그 당시 나의 마음이, 이미 서른 후반을 달리는 내 마음에 전해졌다. 내 인생 역시 완벽하지 않고 실수할 때도 있지만, 전체의 인생이라는 그림을 볼 때, 그 자체로 소중하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당시 가르쳐주신 레슨 선생님이 생각이 났다. 고마운 마음에 연락을 하려고 했으나, 연락처는 옛날 번호였다. 선생님께 연락하고 싶은 마음에 학과 사무실에 연락해봤는데, 레슨을 나오시지 않는다고 하셨다. 다시 선생님을 찾아가,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선생님, 그때 너무 감사했어요. 절 잘 지도해주셔서 감사해요.' 다시 만날 수 있길 간절히 바란다. 그러고 보면, 인생의 순간순간마다 참으로 고마운 사람들이 함께하는 것 같다. 고마운 이들에 대한 감사와 사랑을 어떻게 전할 수 있을까?
영상을 유튜브에 올리고, 엄마께도 보내드렸다. 엄마는 내 졸업연주회 때 오지 못하셨다. 그래서 영상으로 처음 보게 되셨다. 엄마께서, "진짜 피아니스트 같다. 곡 치고 외우느라 고생 많았네. 멋있다!"라고 말씀해 주셨다. 시부모님께서도 같이 좋아해 주셨다. 부모님들께서 좋아하시고 기뻐하시니 나도 기뻤다. 영상을 보관하고 보내준 언니에게, 고마운 마음이 다시 가득해졌다. 아, 따스하다. 행복하다.
겨울이다. 흰 눈이 온다. 난 나이를 먹어가지만, 나의 순간순간의 인생도 하나의 음악이 되어, 나의 마음에서 연주되고 있다. 자연도 아름답고, 서투른 내 인생도 아름답다. 날 꼭 안아준다.
기억나는 음악이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