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햇살샘 Jun 08. 2021

선생님의 고민은 무엇인가요?

내 고민의 실체를 찾아서

내 고민의 실체를 찾아서


   학생들을 꾸중하는 것이 여전히 어렵다. 특히 초임 때에 훈육이 어려워 애쓰던 기억이 있다. 지금은 조금 나아졌으나 여전히 학생들에게 쓴소리 하는 것이 힘들다. 몇 년 전, 학부모에게 들었던 말이 아직도 맴돈다.


  “선생님은 엄격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선생님이 착하니까 학생들이 함부로 행동하잖아요.”

  ‘착하다’는 말이 비수처럼 마음을 찔렀다. 어렸을 때부터 내 콤플렉스는 착하다는 것이었다. ‘착한 사람’은 ‘만만한 사람’으로 타인들에게 인식되는 듯했다. 착한 사람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친절하지만 단호한 선생님이 되고자 학급긍정훈육, 회복적 생활교육 연수를 듣고 실천하며 학급을 잘 운영하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교실에서 내 성격은 쉽사리 바뀌지 않았다. 평정심을 유지하고 싶고, 단호하고 싶지만 내 맘이 맘 같지 않았다. 난 유순하디 유순한, 만만하고 친절한 선생님이었다.


  머리로는 아는데, 왜 내 성격과 내 수업이 쉽게 바뀌지 않는 것일까? 어쩌면 내 고민의 실체를 나는 잘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아니, 마주하기 싫어 도망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직면하면 너무 아플까 봐 겁이 난다.



인생은 고민의 연속


첫 교단에 섰을 때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때는 모든 것이 다 새롭고, 두려웠다. 해야 할 일은 많은데, 능력이 따라주지 않아 무수한 고민을 안고 퇴근을 하던 기억이 난다. 고민의 스펙트럼도 다양했다. 공문을 형식에 맞춰 쓰려는데 자꾸 실수를 하거나, 교육청 보고 기한을 넘겨버려 당황할 때에는 ‘꼼꼼하지 못함’이 고민이었다. 학생들이 떠들고 내 말을 듣지 않아 고민되는 순간도 많았다. 지금은 학생들이 떠드는 것이 본능인 것을 알지만 그 당시에는 ‘얘들이 나를 무시하나?’하는 마음에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다스리는 것이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고학년을 맡으면서는 반항기 가득한 사춘기 학생들을 다루는 것이 어려웠다. 아니, 두려웠다. 책상에 적힌 내 욕을 보며 정신이 아득했던 장면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학교 폭력, 따돌림 사건 가운데 내 역량의 부족을 절실히 느끼며 슬퍼하던 때도 있었다. 그때 나의 고민은 ‘내가 교사를 해도 될까? 교사를 할 자격이 없다.’는 것이었다.


무수한 시행착오 속에서 배우는 것도 많았지만, 실패의 경험이 마음의 상처로 남아 비슷한 상황이 되면 두려움이 몰려온다. 예를 들어 한 학생이 조금이라도 나의 권위에 도전하거나, 반항하는 낌새가 느껴지면 내면이 흔들린다.


이러한 두려움을 극복하려면, 내면을 다루는 작업을 해야 했는데 나는 외적 요소에 열심이었다. 내 부족함을 보완하고자 밤늦게까지 혼자 학교에 남아 업무를 해냈다. 여러 연수를 찾아다니며 듣고, 훌륭한 선생님들의 교육 방법을 따라 해 보았다. 대학원에 다니면서 지식을 쌓고, 실행연구(action research)를 하며 수업 속 문제를 해결하고자 발버둥 쳤다. 덕분에 지식이 쌓이고, 수업은 좀 더 세련되어졌다.


그런데, 교직 12년이 넘었는데 여전히 나의 내면은 흔들린다. 여전히 두려울 때가 많다. 왜 그럴까? 내가 끊임없이 무너지는 ‘그 지점’이 있다. 수업 고민을 살펴보면 결국은 이 두려움에 뿌리내리고 있음을 발견한다.


겉으로 보이는 수업 속 문제는 동학년 선생님들과 같이 고민하기도 했지만, 교사로서 느끼는 두려움은 참으로 꺼내기 어려운 주제였다. 내가 약해 보일까 봐, 무능해 보일까 봐 마음속 깊숙이 감추어왔던 것이다. 수업 나눔을 하며, 이런 두려움을 처음으로 말할 수 있었다. 마음속 두려움을 말하면 선생님들이 흉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수업 친구들은 오히려 진심으로 공감해 주었다. ‘선생님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나도 느끼는 거라고.’ 공감과 지지만 받았을 뿐인데도, 신기하게도 두려움이 조금씩 걷혀갔다.     



고민을 마주하는 법


수업 속에서 우리는 다양한 고민을 한다. ‘수업의 방향성, 학생들과의 관계, 수업 진행 기술, 학생 평가 및 피드백, 교사 내면의 흔들림 등’ 각 선생님의 고민이 있다. 그런데 그 고민들을 찬찬히 살펴보면, 내면의 두려움과 연결되어 있다.


수업 , 고민에 부딪칠  우리는 두려움을 얼른 다른 것으로 치환해버린다. 학생들과 소통이 어려울 경우 학생들과 존재로 만나기 위한 용기를 내기보다는 특정 교육 방법이나 기술을 배우기에 힘쓴다. 그럼에도 교실이 바뀌지 않을  우리의 내면은 흔들린다. ‘내가 이렇게 열심히 노력하는데, 도대체  교실은 바뀌지 않을까?’


고민과 부딪힐 때, 해결 방법에 몰두하기 전 먼저 내 마음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지금-여기에서 내가 무엇을 느끼는지, 내게 중요한 것은 무엇인지, 문제로 생각되는 상황에서 나는 어떠한지를 탐색한다. 내면을 탐색하는 것은 감정에 빠져 허덕이는 과정이 아니라, 내 마음을 알아차리고 내 행동과 감정에 대해 선택과 책임을 지는 과정이다. 다음의 단계에 따라 내 고민을 탐색해 보자.

             



첫째, 지금 내 몸, 마음, 기분은 어떠한가?

둘째, 지금 떠오르는 나의 고민은 무엇인가?

셋째, 그 고민이 지금 나에게 왜 중요한가? (고민이 여러 가지라면 우선순위를 매겨보라.)

넷째, 고민 뒤에 숨겨진 내 두려움이나 욕구는 무엇인가?

다섯째, 고민을 피하지 말고, 내 마음에 머무르며 공감해주라. ( ‘아, 그래서 내가 고민이었구나. 이것이 중요했구나.’)



수업을 한다는 것은 통제할 수 없고 예측할 수 없는 환경 속에 놓이는 것이며, 여러 복잡한 변인 속에서 나와 학생이 존재로서 만나는 것이다. 그래서 수업은 늘 어렵고, 고민이 따라다니는 것 같다. 때로는 두려울 때도 있다. 그렇지만, 고민을 마주하는 것이 성장의 출발점이다. 고민이 있는가? 좋은 신호다. 당신은 성장을 향해 한 발자국을 내딛고 있는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페미니즘은 아니지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