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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살샘 Oct 23. 2020

쉬지 못하는 병

쉬어도 괜찮다고 말해주세요

게으름과 분주함 사이에서 늘 줄타기를 하고 있다. 마음이 편안해야 한다는데 아무것도 안 하고 게으름을 피울 때에도 마음은 분주하다. '내가 쉬어도 될까?' '나 너무 게으른 거 아니야?' '다른 사람들은 다 열심히 살고 있는데, 넌 지금 뭐 하고 있니?' 이런 생각들이 들면 머리가 아프다. 그럼 미친 듯이 할 일을 찾아 분주하게 움직인다. 때로는 나 자신에게 화를 내고 싶다.


"나, 쉬고 싶다고! 좀 그만 괴롭혀!"


실은 나를 괴롭히는 장본인은 나이다. 내 속에는 굉장히 엄격한 초자아가 있다. 그 초자아는 나에게 쉴 틈을 주질 않는다. 쉬고 있으면 끊임없이 의무감과 죄책감을 준다.


아침에 늦게 일어나면, '너 왜 그렇게 늦게 일어난 거야? 아침형 인간이 되어야지!'

핸드폰을 보며 뒹굴거리면 '야, 너 핸드폰 보고 있으면 시간 낭비하는 거야.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데'

산책을 하고 있으면 '시간을 아끼려면 영어 문장이라도 외우면서 운동하는 것 어때?'


아, 너무 엄격하다. 살짝 숨 막히는 것 같다. 나도 자기 계발서에 나오는 인물들처럼 멋지게 살고 싶기도 하지만, 때로는 아무런 긴장 없이 마음이 푹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나 그래도 되는 거 아닌가?


몸이 많이 안 좋아졌다는 이야기를 듣고 시아버님께서 말씀하셨다.

"돈도, 명예도 건강 잃으면 아무 소용이 없어. 몸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는 것, 그게 얼마나 중요한데."

엄마도 나에게 말씀하셨다.

"나이 들면 다 필요 없다. 건강한 게 최고야."


'그래, 맞아! 건강이 최고지.' 어른들의 말씀을 들을 때면 다시 각성이 된다. 일부러 컴퓨터 앞에 앉는 시간도 줄인다. 햇빛 받으며 운동하고 밥을 꼬박꼬박 균형 잡힌 식단으로 먹으려고 한다. 그런데 아무것도 안 하고 멍하니 있을 때면 습관처럼 초자아가 찾아와 나를 꾸짖는다. 너 너무 게으르다고.


이거 너무한 거 아니야? '나의 가장 큰 적은 내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내가 내 자신에게 좀 더 너그러울 때, 내가 더 행복해지지 않을까? 그리고 나중에 자녀를 낳았을 때, 내 자녀도 행복하지 않을까? 지금의 초자아가 내게 하듯, 내 자녀에게 하면 내 자녀가 너무 힘들 것 같다. 휴직을 통해 예비 엄마 공부를 하고 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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