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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살샘 Dec 27. 2021

엄마에게 내 심장이 맞닿아 있다

나의 사랑, 엄마

"입 주변에 선이 생겼어. 봐봐!"

엄마가 웃으며 농담처럼 이야기를 한다. 엄마의 팔자주름이 깊어진 흔적이 뚜렷이 보인다.

"에이, 아니야. 엄마. 전혀 안 그래."


엄마와 오랜만에 카페에 갔다. 예전에는 엄마는 카페에 가는 게 돈 아깝다고 하셨다. 그런데 엄마가 쿠폰을 받았다고 카페에 같이 가자고 하셨다. 덕분에 오랜만에 엄마와 카페 데이트를 하게 되었다. 집 밖에 나왔더니 칼바람에 귀가 시리다. 강에 살얼음이 언 추운 날씨이다. 엄마와 같이 걸어서  강변에 있는 카페로 갔다.


엄마는 카페라떼, 나는 밀크티를 주문했다. 진동벨을 들고 2층에 올라가서 창가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밖에는 너무 추웠는데, 카페 안은 난방으로 후끈했다. 진동벨이 울리자, 1층으로 내려가 차를 가지고 올라왔다. 엄마는 소녀처럼 사진을 찍자고 하신다.

"선영아, 창가에 이렇게 앉아봐. 손으로 머리 옆으로 브이 해봐."

엄마가 하라는 대로 하는 난 순둥이 딸이다. 초등학생처럼, 엄마가 하라는 대로 머리 옆으로 브이를 한다. 엄마는 딸이 좋은지 찰칵찰칵 사진을 찍는다.

"엄마, 나도 사진 찍어 줄게."

"아니야, 괜찮아."

"여기 어플이 있는데, 화장을 안 해도 더 예뻐 보여."

엄마를 설득해서 엄마 사진을 찍는다.

"우와, 우리 엄마 예쁘다. 우리 같이 찍을까요?"

엄마와 같이 셀카를 찍는다.


예전에 엄마는 내 사진을 찍어주는 것도 좋아하셨지만, 본인 사진을 찍는 것을 좋아하셨다. 엄마의 미모는 퇴직 전까지만 해도 환하게 빛났다. 아니, 적어도 아빠 돌아가시기 전까지만 해도 엄마의 얼굴에는 생기가 넘쳤다. 그런데, 퇴직 후부터 왠지 엄마의 얼굴에 생기가 줄어들었다. 난 그게 늘 마음이 쓰였다.


감사하게도 다시 엄마의 얼굴에 생기가 돌아온 것은, 공부를 시작하면서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면서부터이다. 늦게 야간대학에 입학한 엄마는 엄마 또래와 비슷한 새로운 친구들이 생겼다. 특히 친한 사총사가 있다. 사총사들과 같이 밥도 먹고 차도 마시며 재미있는 대학 학창 시절을 보내고 계신다. 엄마 얼굴에 다시금 생기가 보인다. 난, 그 생명력, 그 생기가 참 좋다.


며칠 후 저녁, 엄마는 요양보호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셨다. 지쳐 보이셨다.

"실은 요즘 우울할 때가 있어."

"엄마, 왜요?"

"요양 보호를 하면서 나이 드신 분들을 보니, 나이를 먹는 게 무서워."

엄마는 나이를 먹는 게 많이 무서우신 것 같다.

"나이를 먹으면 치아도 약해지고, 많은 것들을 내려놓고 살아야 하잖아."

실은 나도 엄마가 나이를 먹는 게 무섭다.

실은 나도 세월의 흐름이, 인간의 생로병사가 두렵다. 이미 난 아빠의 삶을 보며, 사는 것도 죽는 것도 참 쉽지 않음을 보았다. 인생의 고통을 생생하게 보았다.


난 엄마가 건강하게 오래오래 장수하고, 아름답고 편안하게 인생을 잘 마무리하시면 좋겠다. 엄마가 훗날 약해지셨을 때에 엄마에게 힘이 되어 드리고 싶다. 엄마가 날 키우셨듯이, 엄마가 약해지시면, 내가 엄마의 엄마가 되어 드려 엄마를 사랑으로 돌보아드리고 싶다. 그런데 마음과 현실이 일치하지 않을까 봐 두려울 때도 있다. 그래서 기도한다. 난 연약한 인간이기에.


"엄마, 어렸을 때, '자기 전에 우리 엄마 건강하게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게 해 주세요.'하고 매일매일 기도했어. 지금도 엄마를 위해 기도하고 있고. 다른 기도는 안 해도, 엄마를 위해서는 매일 기도했어."

"그래서 내가 지금 건강하게 지내고 있구나. 고마워."

"하나님, 우리 엄마 눈도, 뇌도, 귀도, 치아도, 손과 팔도, 무릎도, 다리도, 몸 전체다 나이를 먹어도 건강하게 지켜주세요."

"아, 귀여운 우리 딸."

"엄마, 내가 밤에 엄마 얼굴 마사지해 줄게. 같이 관리하자. 엄마는 나이가 들어도 건강하고 아름답고 우아하게 나이가 들 거야."


부족한 내 방식으로나마 엄마에게 사랑을 표현한다. 엄마라는 존재는 나의 심장과 맞닿아 있다. 엄마의 기쁨이 나의 기쁨이고, 엄마가 힘들면 나도 마음이 아프다. 다 큰 성인인 내가 엄마와 아직 분리가 되지 않은 것일까? 그러하면 또 어떠한가? 엄마는 내게 너무나도 소중한 존재이다. 내 심장과도 같다. 엄마가 날 돌보아주셨듯이, 나도 엄마를 돌보아드릴 수 있길,  이 마음이 변치 않길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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