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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살샘 Mar 11. 2022

1학년이 처음인지라...

사라진 학생을 찾아서

개학 둘째 날이었다. 교과전담이지만, 여러 사정으로 결석하신 선생님들께서 계셔서 보결을 들어가게 되었다. 어제저녁 늦게 연락을 받고 수업 자료를 인터넷에 폭풍 검색을 했지만, 학교에 왔더니 자료를 프린트할 시간이 없었다. 정신없이 교실에 들어가 2년 만에 학생들 앞에 섰다. 1학년 교실에 들어가 학생들 이름을 불러주고 주먹 인사를 나누었다.


교실에 들어와 귀여운 아이들을 만나니 사랑스럽기도 하고, 무엇을 해야 할지 마음이 분주하기도 했다. 부장님께 가서 여러 가지를 여쭤보고 교실로 돌아왔다. '재미있는 활동을 해 보리라!'는 나의 생각과는 달리, 아이들 지도는 생각보다 까다로웠다. 오늘의 가장 큰 미션은 화장실 사용법 안내 및 급식실 사용 지도였다.


제일 먼저는 학생들 유인물을 걷었다. 유인물 걷는 데만도 20분가량이 흘러버린 것 같다. 아이들 화장실 지도를 하려고 했는데, 10시 10분에 급식실을 데리고 가야 했다. 아이들을 번호대로 줄 세우는데, 확실히 예전에 2학년 줄 세우는 것보다 훨씬 어려웠다. 1학년들은 자기 번호를 기억하는 것을 어려워하는 친구들이 꽤 있었다.


"선생님, 저 몇 번이에요?"


아이들 명단을 들고 줄을 세우는데, 뒤에 다른 반이 오고 있어서 급하게 아이들 줄을 세우고 급식실로 향했다. 완벽하게 번호대로 줄을 신속하게 세우겠다는 나의 야심은 욕심이었다.  아이들에게 조용히 줄 세우는 미션을 줬는데, '선생님, 얘가 떠들었어요." 하는 소리에 정신이 멍했다. 그래도 어찌어찌 아이들을 급식실로 데리고 갔다.


"선생님, 화장실 가고 싶어요."


오늘 하루에도 화장실을 7번은 간 듯한 아이가 말했다. 화장실 가는 길을 안내한 후, 잘 돌아올 수 있는지 거듭 물어보고 전체 학생에게 돌아왔다. 아이들 급식소 책상에 앉히는 것도 어려웠다. 의자에 다닥다닥 앉는 것이 아니라, 투명 가림막에 따라 의자를 하나씩 띄우고 앉아야 했다. 그런데 1학년들은 그게 어려운 것 같았다. '스스로 직감해서 앉는 게 아니구나.' 더 자세히 말해야 할 필요를 느꼈다. 아이들 한 명 한 명 자리에 앉히고, 영양사 선생님의 설명을 들었다.


다시 줄을 세워 아이들 식판과 수저를 받아 밥과 국, 반찬을 받는 연습을 했다. 장갑을 끼고 수저를 나눠주고, 아이들 자리도 앉히려니 몸이 두 개여도 부족할 정도였다. 정신없이 앉히고, 영양사 선생님의 설명을 다시 들은 후, 식판과 수저를 배식대에 놓는 연습을 했다.


무사히 교실로 돌아와 한 시름 놓은 후, 드디어 교과서를 볼 정신이 돌아왔다.

"선생님, 우리 언제 공부해요?"

라는 아이의 말이 마음에 남았는데, 이제는 자신 있게 아이들에게 말했다.

"얘들아, 이제 교과서 공부하자."


책을 나눠주고 이름을 쓰게 했다. 담임 선생님 성함을 쓰는 칸에 연한 점선으로 사사분면이 그려져 있어, 칠판에 그걸 그렸더니, 똑같이 사 사분면을 만드는 아이가 3명 정도 있었다. 아뿔싸... 이름만 쓰면 된다고 다시 안내하고, 아이들이 썼는지 이름 하나하나 확인한 후, 통과를 외쳤다. 담임 선생님 성함 4칸이 비워져 있어서, 담임 선생님 성함 뒤에 하트를 그린 아이가 있어, 그 아이에게 아이디어를 얻어 하트를 같이 그려보자고 했다. 나중에 담임 선생님께서 보시고 기분이 좋으시길 은근히 기대해본다.


화장실 사용법 안내는 참 어려웠다. 남자 화장실을 실제로 사용해 본 적이 없는데, 남자 화장실 사용법을 자세히 알려주기가 어려워 난감했다. 다행히 소변기는 자동으로 되었고, 좌변기는 물 내리는 버튼을 알려주었다. 남자 화장실에 오기 전에 줄 서는 것을 알려줄 정신도 없었다. 다행히 여학생들은 알아서 줄도 잘 서고, 이야기도 경청해 주었다. 그럼에도 나중에 한 여학생이 '변기가 너무 커요.'라며 화장실 사용을 어려워해서 난감했다. 다행히, 아이가 스스로 알아서 해 주어 정말 고마웠다.


드디어 급식시간, 아이들을 데리고 급식실로 갔다. 다행히 급식 조리사 선생님께서 수저를 나눠주셔서 아이들 자리에 앉혔다. 밥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모를 정도는 아니었다. '밥은 차분히 먹어야겠다'는 마음으로 열심히 밥을 먹었다. 급히 밥을 먹고, 배식대에 남은 음식을 버리는 것을 돕고 줄을 세웠다. 한 학생이 늦게 밥을 먹어 기다렸다가 교실로 출발했다. 생각보다 질서가 잘 지켜지지 않아 스트레스를 받고, '내가 부족한 점이 뭐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 교실 지나갈 때, 아이들이 조용히 질서를 지켜줘서 고마웠다.


무사히 하교지도까지 하고, 학년-반 팻말을 들고 아이들을 이끌고 교문으로 갔다. 돌봄 교실에 가는 아이들은 반에 앉아있게 하면, 돌봄 선생님께서 데리고 가신다고 하셔서 돌봄 교실 가는 아이들은 앉아있으라고 했다. 기다리고 계신 부모님을 향해 달려가는 1학년 꼬꼬마 아이들의 귀여운 모습에 엄마미소를 지으며 하교시켰다. 이제 오후에는 좀 마음 편하게 있어야지 하며 교실로 향했다. 돌봄 교실에 아이들이 잘 갔는지 확인하는데, 아뿔싸였다. 학생 3명이 안 보였다고 한다. 다행히 2명의 학생은 돌봄 교실을 찾아왔다. 그런데 문제는 한 학생이었다. 너무나 놀라 정문에 다시 뛰어나가 아이를 찾았다. 아이가 보이지 않아 아연실색했다. 특수교사 선생님과 같이 아이의 집까지 미친 듯이 뛰어갔다.


띵동! 띵동! 공동 현관문에서 호출을 눌렀지만 아무런 응답이 없었다. 실내화를 신고 학교 앞 아파트까지 뛰어왔다가, 다시 정신없이 정문으로 돌아오며 CCTV를 봐야겠다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는 교감선생님께 말씀드리기로 하고, 특수교사 선생님께서는 돌봄 교실에 가 보시기로 했다. 교감 선생님께 말씀드리기 전에 1학년 부장님께 말씀드리고, 1학년 선생님들이 학교를 샅샅이 찾아보기로 했다. 교감선생님께 있었던 일을 말씀드리고, 모두가 걱정스러운 얼굴을 하고 있는데, 특수교사 선생님께서 오셔서 학생이 태권도를 갔다고 돌봄 선생님과 연락이 되었다고 하셨다. 학생이 태권도 가는 시간이 아닌데, 정문에 나와있어서 태권도 사범님께서 데리고 가셨다고 한다. 다시 돌봄 교실로 데려다주신다고 하신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정말 세상이 달라 보였다. 내 생각이 두려움의 끝을 달렸는데, 그 말을 듣자 마음에 안도감과 말할 수 없는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하루 종일 놀란 가슴이 진정이 되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아이를 찾은 기쁨은 말로   없었다.  아이의 존재가 이리도 크고 소중한지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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