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에도 감성 충만
아빠는 참 예민하셨다. 감수성이 풍부하시고 감정의 변화도 다양하셨다. 난 아빠의 그런 예민함을 빼닮았다. 그래서 인생살기 너무 피곤하다. 너무 예민하니 작은 일에도 크게 흔들린다. 우울의 감정 속에 깊이 헤엄치기도 한다. 울기도 잘 운다. 예민한 내가 싫다. 그렇지만 예술가는 예민한 사람이 많다더라. 아빠의 넘치는 예술성이 어떻게든 표현되는 것을 보면 예민함이 다 나쁜 건 아니다. 아빠의 예민한 감수성은 아름다운 글이 되어, 내 마음을 적신다.
1976년 5월 19일, 날씨 비
비가 내린다.
산등성이 아카시아 꽃잎은
비에 맞아 한 잎, 두 잎...
아래로 딩굴고
내 마음 향기 없어진 그 꽃잎과 같아라
잎이 피어버린 5月
꽃이 지어버린 5月
그러나 5月은 나의 침묵을 깨워주지 못하누나
보리알은 벌써부터 이삭을 피웠고
뻐꾹새 노래소리 정다워진다지만
내 마음 이미 지처버렸다
소리없이 흐르는 세월이여!
내 인생 너에게 맡겼고 나에게 맡겼는데
아~ 또 여름이 오누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