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인생은 있는 그대로 아름다워
내 동생은 어렸을 때부터 그림을 잘 그렸다. 그림 대회란 대회는 다 나가서 1등상을 거머쥐곤 했다. 그런 내 동생이 부러웠다. 동생이 그림을 잘 그리는 건, 엄마를 닮았다고 생각했다. 엄마는 워낙에 꾸미기도 잘 하시고, 만들기도 잘 하시기 때문이다. 우리집 형편이 넉넉하지 않았지만, 엄마는 동생이 미술을 전공하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해 주셨다. 미술을 전공하기에는 돈이 많이 들었지만, 엄마는 동생 꿈을 살려줘야 한다고 생각하셨던 것 같다. 그렇게 동생은 디자인을 전공했고, 지금도 동생의 작품을 볼 때면 엄마의 선택과 지원이 현명했다는 생각을 한다.
엄마를 닮아 동생이 그림을 잘 그린다고 생각했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았다. 아빠 일기장을 보던 중, 아빠 그림솜씨도 꽤 괜찮다는 것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아빠 18살 때, 일기>
Fri. mar. 26. Rainy
봄비가 조용히 내리는데, 아버지와 어머님께서는 보리 논에 비료를 흩으러 가셨다.
농촌의 생활이란 일하며 그 댓가로 수확의 기쁨을 얻기위해 그것을 밑천삼아 날마다 고달픈 생활이 계속된다.
활짝 핀 꽃송이와 함께 3월의 봄기운은 어느덧. 이젠 꽃피는 4월!
나의 생활 상태의 모습들도 꽃피기 시작한다.
어서 활짝 피어 보고파나.
아빠의 인생, 화려하게 꽃피지 못하고 돌아가셨다. 재능 많았던 아빠가 허무하게 돌아가시고 너무나도 마음이 아팠다. 그러나 아빠는 행복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사랑하는 가족이 옆에서 아빠의 곁을 지켜주었으니까. 아빠는 엄마, 나, 동생의 사랑과 기도 속에서 행복하게 인생을 마감하셨다. 비록 아빠가 화려하게 꽃을 피우진 못했지만, 아빠는 인내 속에서 열매를 맺어내셨다. 자식이라는 열매, 삶이라는 소풍을 그만두지 않고 끝까지 마무리한 졸업이라는 열매, 그리고 우리 마음속에 영원히 기억되는 사랑이라는 열매. 아빠가 천국에 가셔서는 아빠의 재능을 맘껏 발휘하시길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