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제주도, 안녕!

by 배태훈

‘2년 동안 실컷 놀다 오자’는 바람대로 우리 가족은 두해 동안 제주도에서 실컷 놀았다. 처음 1년은 시간이 어떻게 흘렸는지 모를 정도로 빠르게 지나갔고, 2년 차가 된 해는 시간이 더디 갔다. 하지만, 시간의 더딤이 우리 삶에 더 많은 여유를 주었고, 전에 보이지 않던 제주의 모습을 구석구석 찾아다니며 볼 수 있었다. 그해 12월, 아이들이 겨울 방학을 하고 짐을 정리하고 제주도에 왔던 때와 똑같이 아내와 아이들은 비행기로 서울로 갔고, 나는 배편으로 짐을 싣고 목포로 향했다. 오후 5시에 목포로 떠나는 배는 약 4시 30분 동안 거친 바다를 향해한다. 출항하는 배 후미에서 마지막 제주도의 모습을 보면서 제주도가 우리 가족에서 선물한 귀중한 추억들을 되새기며 제주도에게 가벼운 인사를 했다. ‘제주도 안녕! 또 찾아올 거니까, 그동안 잘 있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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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을 향해하던 배 간판에서 노을과 해넘이를 봤다. 제주도의 추억과 새로운 여정의 기대감을 가지고 지는 해를 바라보았다. 제주로 이사를 갈 때 나는 가족들보다 먼저 차에 짐을 싣고 제주도를 찾았다. 비, 바람, 눈보라가 나를 격하게 맞이하였고, 그해 마지막에 애월 신엄리에서 해넘이를 봤다. 매일 뜨고 지는 해이지만, 그날 해가 지고 다음날 뜨는 해는 우리 가족에서 새로운 길을 비춰주기에 특별한 의미가 있는 날이었다. ‘제주도야 안녕? 2년 동안 잘 부탁해~’


애월이 해가 지는 서쪽에 위치한 덕에 제주도에 살면서 집이나 바다에서 지는 해를 자주 볼 수 있었다. 날씨에 따라 그 모습이 매번 달랐지만, 해가 지는 모습을 항상 아름다웠다. 해넘이를 우리 인생에 비유하자면, 노년의 삶이 아닐까. 아내와 해넘이를 볼 때마다 ‘우리의 노년은 저렇게 아름답게 마무리를 하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했다. 서울에 와서 노을을 볼 기회가 많이 없지만, 지는 해를 바라보면서 아내와 함께 그때를 떠올린다. ‘노년에 노을처럼 아름답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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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에 있을 때부터 지금까지 제주도로 이주하려는 사람들에게 연락이 오곤 한다. 그때마다 이야기하는 것이 온 가족이 함께 가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제주도를 생각한 사람들은 대부분 가정과 아이들의 행복을 위해서 간다고 했다. 그런데 경제적인 상황 때문에 부모 중 한 명이 육지에 남고 나머지 가족만 가는 것은 가정의 행복과 평화를 위해서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는 말처럼 부부관계도 자녀들과의 관계도 시간이 지날수록 좋지 않기 때문이다. 제주도가 국내이기는 하지만 매주 왕복하기가 힘들다. 함께하는 시간이 줄어들면서 공유하는 것들도 줄어든다. 가정의 행복을 찾아 떠난 삶이 자칫 행복을 놓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가족이 함께 가는 것이 좋겠다고 이야기한다.


제주도를 찾는 또 다른 이유는 복잡한 도시를 떠나 여유를 가지고 살겠다고 이야기한다. 그런 분들에게는 제주시나 서귀포시보다는 시골에서 터를 잡으라고 이야기한다. 제주도 역시 시내는 생활패턴이나 환경이 육지와 별반 다르지 않다. 또 교육열이 대단한 곳이기도 하다. 우리가 터를 잡은 곳이 중산간 지역이지만, 시내와 가까운 곳이었다. 아이들 학교가 끝나는 시간이면 시내에 있는 2-3곳의 학원 차량이 교문 앞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삶의 여유를 찾아왔다고 했지만, 시내에 있다 보면 부모도 아이들도 육지와 똑같은 생활을 하는 가정들이 많았다. 제주도를 찾는 많은 이들을 행복한 추억들을 많이 만들면 좋겠다. 특히 그곳에 이주하는 사람들이라면 꿈꾸고 소망하는 것들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우리 가족처럼 더 많은 것들이 이루어지면 더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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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안녕! 그동안 잘 있었니?’

제주도를 가끔 찾을 때마다 제주공항에서 속으로 인사를 하곤 한다. 우리 가족의 추억이 가득하고, 우리 부부의 전환점이 되었던 곳, 그리고 우리 아이들의 제2의 고향 제주도를 향해 반갑게 인사한다. 2년 동안 고마웠고, 다시 만나니 반갑다. 제주도를 떠날 때도 즐거운 마음으로 인사를 한다. ‘제주도, 안녕! 나 올 때까지 잘 있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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