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채널이 많아지면서 여러 가지 주제로 다양한 프로그램이 방영된다. 눈에 띄게 요즘 방송에서 바다낚시 프로그램이 늘었다. 이덕화, 이경규, 마이크로닷이 낚시하는 프로그램을 가끔씩 보는데, 낚시에 열광하거나 딱히 즐겨하지 않는다. 아니 낚시를 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게 맞다. 고향에서 낚시보다 그물질로 고기를 잡았던 터나 손맛이나 기다림에 익숙하지 않았기 때문에 낚시를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낚시 프로그램을 보는 이유는 제주도에서 경험했던 바다낚시의 경험 때문이다. 바다낚시 프로그램을 볼 때마다 아내와 대화는 매번 똑같다. 제주도에서 바다낚시했던 이야기다. 바다낚시를 한 것도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었는데, (그것도 2번밖에 되지 않는다.) 아내와 왜 그렇게 많은 마들이 오고 가는지 모르겠다만 낚시에 전무했던 우리에게 즐겁고 행복한 경험이었다.
둘째 아이가 초등학교에서 입학했던 그날, 아이가 하고 싶다는 바다낚시를 하러 고산 차귀도 포구로 향했다. 아이들은 물론 아내도 나도 낚시에 대해서 전무했기 때문에 조금은 떨리는 마음으로 도착했다. 아내는 유독 배를 타는 것을 무서워했다. 그럼에도 아이들이 즐거워하는 모습 때문에 엄마의 이름으로 배에 올라탔다. 아내는 구명조끼를 입고 자리를 잡은 다음 사진을 찍으면서 무서움을 달래고 있었다. 배가 출항하고 10여 분 지난 후 닻을 내리고 선장님이 그곳에 포인트라고 말하며 낚시 대를 하나씩 나눠줬다. 바다낚시하면 먼바다까지 나가는 것으로 생각했는데, 항구에서 뭍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는 곳이었다. 한 사람씩 낚시 대를 잡고 낚시꾼이 된 것처럼 폼을 잡았다. 미끼를 끼고 바다에 힘껏 던지고 물고기가 잡히길 기다렸다.
낚시는 기다림인데, 바로 소식이 오지 않자 우리 부부는 왜 이렇게 안 되냐고 투덜거렸다. 아이들의 낚시 대에도 소식이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러다 아내의 낚시 대가 살짝 움직였다. 아내는 “잡았다”라는 큰 소리와 함께 열심히 줄을 감고 있었다. 물고기가 작았지만, 그렇게 아내의 첫 낚시가 성공했다. 아내는 또 잡겠다면서 나에게 미끼를 끼워달라고 했다. ‘나도 잡아야 하는데.’ 내 낚시 대를 올리고, 미끼를 끼워줬다. 다시 물속으로 들어간 아내의 낚시 줄은 한참 내려간 후 자리를 잡았다. 아직 한 마리도 잡지 못한 나에게 ‘손맛’에 대해서 한 참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함께 배에 탄 관광객들이 한두 명씩 환호를 질렀다. 물고기를 잡았다고 서로 사진을 찍고 좋아하고 있는데, 정작 나의 낚시 대는 아무 소식이 없었다. 아이들 낚시 대도 마찬가지였다.
3-4분 정도 흘렸을까? 아내의 낚시 대가 또 움직였다. 아내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어, 이거 맞나?” 긴가민가하면서 낚시 줄을 감았는데, 수면 위로 물고기가 또 올라왔다. “와~ 엄마, 완전 어부 같아요. 또 잡았어요.” 아이들이 엄마를 보면서 엄지 척을 했다. 나도 아이들처럼 엄지 척을 했지만, 속으로 꿍했다. ‘왜 내 낚시 줄에는 안 걸리지?’ 그때 배 뒤편에서는 유치원생이 제법 큰 물고기를 잡았다. 아내는 두 마리면 이제 됐다고 하면서 낚시 대를 접고 좀 쉬어야겠다고 했다.
낚시는 포인트가 중요하다고 했던가? 그 순간 아내가 있던 자리로 옮겨 낚시 줄을 힘껏 던졌다. 그리고 또 기다렸다. 하지만 물고기는 내 낚시 줄에는 오지 않았다. 미끼만 없어지고. 선장님이 나에게 ‘느낌이 왔을 텐데’ 이야기하면서 잡은 물고기들을 모아서 회를 뜨신다고 하셨다. 이리저리 자리를 옮겼지만, 물고기를 못 잡았다. 선장님이 회를 뜨시는 동안 아내는 한 마리 더 잡겠다고 낚시 대를 잡았다. 그리고 잠시 후, 아내는 물고기를 또 낚았다. 선장님이 “어머님은 배 타고 나가도 되겠네요.” 하면서 웃으셨다. ‘아, 나는 한 마리도 못 잡았는데 아내는 세 마리나 잡다니.’ 선장님이 즉석에서 뜨신 회를 내어주시면서 사람들을 모이라고 했다. 먹는 것이라도 잘 하자라는 생각으로 자리를 잡고 열심히 먹었다.
사람들이 모여 회를 먹고 있는데, 20대 초반의 학생 4명은 낚시 대를 내려놓지 못하고 있었다.
“와서 회 먹어요.”
“지금은 안 돼요.”
이야기를 들어보니, 편을 나눠서 내기를 했다고 한다. 지는 사람이 바다에 입수하는 걸로. 3월 초라서 입수하기에 바닷물이 굉장히 차가웠다. 모두 입수하지 않겠다는 불굴의 의지로 회를 거르고 물고기를 낚고 있었다. 박빙이었다. 한 팀이 물고기를 올리면, 바로 상대 팀이 물고기를 올렸다. 우리는 회를 먹으면서 이들의 경기를 관람했다. 진지한 그들의 표정이 얼마나 재미있었던지. 결국 한 마리 차이로 한 팀이 입수 결정이 나고 회를 먹으려고 했지만, 그때 접시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낚시 시간이 끝나고 관광객들이 처리하지 못하는 물고기까지 협찬을 받아서 집으로 돌아와서 주변 지인들과 함께 맛있는 매운탕을 먹었다. 첫 바다낚시의 성적은 아내가 3점, 나와 아이들은 0점이었다. ㅠㅠ
그래도 그날의 추억 때문에 바다낚시를 하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 가족들만의 추억들을 꺼내어 아내의 활약상을 이야기하곤 한다. 아무것도 낚지 못했지만, 즐거웠던 그날이 그리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