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2년 동안 실컷 놀다 오자!’
나의 제안에 아내의 동의로 시작된 제주생활은 우리 가족에게 정말 행복한 추억을 남긴 시간이었다. 지금도 우리 가족의 이야기에 제주도는 끊이지 않고 나온다. 큰아이는 아직도 SNS로 제주도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눈다. 아이들이 제주도가 자신의 제2의 고향으로 이야기할 정도로 제주도는 우리 가족에게 아름답고 포근하다. 2년 동안 우리 가족이 쌓은 추억들은 꼬리에 꼬리를 물어 밤새 아름다운 이야기를 풀어낸다. 그 아름답고 소중한 날들을.
누구나 그렇겠지만, 제주도에서 살면서 쌓은 추억이 모든 것이 아름답고 소중한 것은 아니다. 때로는 힘들고 어려웠던 시간도 있었고, 우리 가족에게 상처가 되고 아팠던 일도 있었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그냥 서울로 올라가고 싶었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아픔과 상처까지 포함한 제주의 생활은 우리 가족을 성숙하게 했다. 특히 우리 부부에게는 삶의 전환점과 같은 시간이었다. 서울에서 하루하루를 보내며 각개전투를 했었다. 잠깐 서로의 역할에 얼마나 충실하게 있는지 체크하면서 자신의 공간 안에서 각자 모든 것을 해결하려고 했다. 그 공간이 서로 일치하는 부분에서는 죽이 잘 맞았지만, 그렇지 않은 곳에서 어김없이 마찰이 일어났다. 결국 잦은 감정싸움이 있었고, 서로 일치하는 목표 때문에 암묵적인 휴전을 이어나갔다.
아름다운 제주, 특히 푸른 하늘을 볼 수 있는 제주는 우리 부부에게 마음의 여유를 주었다. 그 여유로움 때문이었는지 서로에 대해서 많은 것들을 알아갔고, 서로를 이해하고 포용하는 마음까지 허락했다. 상처와 아픔까지 서로 잘 알기에 배려하고 공감하자 싸움은 줄어들었고, 각자의 마음을 진심으로 전했다. 그때 삶의 변화가 일어났고, ‘행복한 가정을 만들기’라는 큰 틀의 연구소를 시작할 수 있도록 이끌었다. 부부교육, 부모교육, 자녀교육을 통해 소통을 통한 행복한 가정을 만드는 것, 그것이 우리 부부가 제주도에서 얻은 큰 선물이다.
어느덧 제주도에서 서울로 올라온 지 5년이 흐리고 있다. 서울에 올라온 첫 해에만 조금 힘들었을 뿐 우리 가족은 서울생활에 적응해 갔다. 제주도에 내려가기 전과 별반 다르지 않은 삶을 살아갔지만, 삶의 순간마다 제주도의 그리움이 있었다. 높은 건물 때문인지 푸른 하늘을 보는 시간이 없었다. 그리 바쁜 시간을 보내지 않았지만,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마음의 여유가 없으니 조급해지고 생각의 폭이 좁아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래서 기회가 될 때마다 우리 부부는 넓게 펼쳐진 푸른 하늘과 바다를 보기 위해서 동해바다를 찾았다. 제주도를 생각하면서.
일 때문에 매년 1-2차례 제주도를 찾았는데, 갈 때마다 제주도는 변해 있었다. 제주도 곳곳에 우리 가족들의 행복한 추억들이 곁들어 있었는데, 변한 제주도는 조금 낯설었다. 특히 우리 가족들이 살았던 마을이 너무 많이 변해 있어서 아쉬움이 가득했다. 아이들이 다녔던 초등학교도 전교생이 80명이었는데, 지금 232명이다. 학생수가 3배 정도 많아졌다. 몇 년 사이에 제주도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우리가 살았던 곳은 예능프로그램에서 많이 나왔던 곳이라서 사람들의 유입이 그 어떤 지역보다 많아졌다. 늘 푸르던 곳에 타운하우스가 들어섰고, 푸른 바다가 보였던 곳은 건물 때문에 그 아름다움이 가려졌다.
어린 시절, 나는 용산구에 살았다. 누구에게나 그렇듯 어린 시절을 보냈던 곳은 내게 큰길이었고, 큰 공터였다. 곳곳에 어릴 때의 추억이 있었다. 청년이 되고 삶에 여유가 생겼을 때 어린 시절을 보냈던 곳에 찾아 곳곳을 다니면서 옛 추억들을 떠올렸다. 가는 곳마다 왜 그렇게 작고 볼품이 없었던지, 그때 내가 살았던 곳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그러다 몇 해 전에 재개발 지역으로 선정되고 아파트가 들어섰다. 추억이 담긴 나의 어린 시절을 이제는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 나의 일부분이 떨어진 것처럼 허전한 마음이 들었다.
아이들에게도 제주도는 어린 시절의 행복한 추억이 있는 곳이다. 이곳이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변해서 아이들의 추억들이 담긴 장소들이 없어진다면, 나와 같은 마음이 들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이 자라서 제주를 찾았을 때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우리 가족이 함께 누렸던 행복함을 느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