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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태훈 Nov 05. 2021

자리

[긁적긁적] 두 글자

카페에 한 자리를 차지하고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음료 한 잔과 자릿세까지 포함하여 음료값을 지불하고 자리에 앉아 있습니다. 자리는 사람이나 물체가 차지하고 있는 공간을 말합니다. 어떤 자리에 앉느냐에 따라 편안함과 안락함 그리고 특별함을 가질 수 있습니다.      


카페의 자리들은 모두 동일한 조건입니다. 음료에 따라 값이 달라질 뿐 자리는 어디든지 앉을 수 있지만, 먼저 그 자리를 차지하는 사람이 임자입니다. 한 공간의 카페에서도 좋은 자리가 있습니다. 다만, 사람들마다 선호하는 자리가 다릅니다. 자리보다는 카페에서 마시는 음료의 종류가 더 중요합니다.     


하지만, 같은 공간이더라도 자릿세가 다른 곳들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공연이나 스포츠 등 관람을 하는 곳입니다. 무대나 경기장이 가장 잘 보이거나 생동감 있게 볼 수 있는 곳은 다른 자리보다 가격이 두 배 이상 되는 곳도 있습니다. 사람들과 분리되어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곳입니다. 같은 공간에서 같은 것을 관람하지만 환경과 느낌 등은 전혀 다릅니다.      


만약 카페나 식당 등에서 공연과 같이 먹는 음식의 가격에 따라 다른 자리를 제공을 한다면 어떨까요?   

   

몇 해 전에 시내에 고기를 파는 식당에 들어가다가 황당한 경험을 한 적이 있습니다. 정물에 들어서면서 자리를 살피는데, 한쪽은 테이블이 다닥다닥 붙어있었고, 한쪽은 테이블마다 거리가 떨어지고 쾌척하게 되어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북적이는 시간이 아니었기 때문에 자리가 많이 비어 있었습니다. 제가 어디로 갔을까요? 네. 테이블마다 거리가 난 곳으로 갔습니다. 그랬더니 종업원이 물었습니다.      


“고기 드실 건가요?”     

“갈비탕을 먹으러 왔었어.”     


그랬더니, 종업원은 저에게 테이블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곳을 가리키면서 “갈비탕은 이쪽입니다.” 하고 말했습니다. 저는 이쪽으로 가고 싶다고 말했죠. 그랬더니 종업원은 “이쪽은 고기를 드시는 분만 갈 수 있습니다.” 하고 말했습니다.     


갑자기 깊은 곳에서부터 화가 일어났습니다. ‘에이. 뭐 이런 곳이 있나!’     


함께 왔던 동료도 화가 났는지, “저희 고기 먹을 거예요.” 말하고 당당하게 원하는 자리에 가서 앉았습니다.     

어떤 공간을 차지하는 자리는 그것으로 그 사람의 가치를 증명하는 듯합니다.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자리는 그 사람의 직위, 능력, 권력을 나타내기도 합니다. 지금은 조금씩 없어진다고 하지만, 대부분의 사무실에서 직위가 가장 높은 사람은 입구에서 가장 먼 곳에 채광이 잘 드는 곳에 독립적인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말단일 경우 현관 입구와 가깝고 오픈되어 있습니다. 집 구조도 안방은 현관에서 가장 멀리 있습니다. 예부터 상석이라고 해서 자리에 대한 예의도 있습니다. 그만큼 사람의 능력을 앉아 있는 자리를 보고 판단했습니다.  

   

저는 지금 채광이 잘 되고 테이블이 넓은 곳, 하지만 현관 입구에서 가장 가깝고 오픈이 되어 있는 곳에 앉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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