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성(人性)

두 글자

둘째 아이 치아상태가 좋지 않아서 3년 전에 교정하기 위해 큰 병원을 찾았습니다. 

교정에 필요한 여러 가지 검사를 했는데, 잇몸에 물혹이 발견이 됐습니다. 생각하지 못했던 일이라 놀랐지만, 교정과 교수님이 구강외과 교수님을 추천해주셔서 상담을 받았습니다. 담당 의사 교수님이 아이와 아내, 그리고 저에게 긍정적인 말을 전하며 수술할 것을 권했습니다. 그리 어려운 수술이 아니고 지금 발견한 것이 다행이라고 말해줬습니다. 수술하는 당일에도 교수님의 차분한 이야기에 그리 큰 걱정 없이 무사히 수술을 맞췄습니다. 

그리고 몇 개월이 흐른 뒤에 교정을 시작하기 위해서 치아 생태를 살펴봤는데, 또 한 번 더 수술을 해야 하는 일이 생겼습니다. 이번에도 구강외과 교수님께서 수술을 진행해 주셨고, 우리 부부와 아이가 걱정하지 않게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두 번째 수술도 무사히 잘 마치고 작년 봄부터 교정을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1년이 지나 어렵게 교정이 이루어지고 있었는데, 지난 1월에 조금 더 완벽한 교정을 위해서 구강외과 수술을 권하셨습니다. 수술을 하려는 마음이 없었는데, 상담이라도 받아보라고 해서 동의를 했습니다. 

구강외과라는 소리에 두 번에 걸쳐 수술을 하셨던 교수님이 담당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교정과 교수님이 이번에는 다른 교수님을 추천하셨습니다. 아마도 수술 부위가 달라서 전문분야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상담을 받으러 간 날, 코로나 때문에 보호자 1인 동반만 되기에 저는 주차장에서 기다리고 아내와 아이가 다녀왔습니다. 그런데, 아이도 아내도 기분이 썩 좋지 않았습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상담했던 교수님이 기분을 굉장히 상하게 했습니다. 제가 만약 그 자리에 있었다면, 화를 냈을지도 모를 정도로 말을 심하게 하셨습니다. 일어나는 화를 가라앉히고 수술을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요즘 미디어에서 핫한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인 오은영 박사를 저와 아내는 참 좋아합니다. 원래의 모습이 그러한지 잘 모르겠지만, 영상을 통해서 보인 오 박사는 내담자의 입장을 많이 생각합니다. 긍정적인 말뿐만 아니라 표정에서 진심으로 걱정하고 도와주고 싶다는 모습이 나옵니다. 말과 행동, 특히 표정에서 인성(人性)이 나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