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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간수집가 LSH Nov 01. 2020

빈티지 LP 레코드 실패 없이 구매하는 방법

나의 LP 레코드 입문기

나의 LP 레코드 입문기



우리 집에는 축음기가 있었다. 부모님의 음악 취미가 아닌 인테리어 취미로 집에 놓여있던 축음기는 정말로 일 년에 한 번 켜놓을까 말까 한 존재였다. 나는 한 번도 사용해보지 않았지만 큰 나팔이 있는 축음기는 왠지 멋있어 보였다.















그러다 몇 년 전 샌프란시스코로 여행을 갔다가 수많은 엘피 레코드 가게를 봤다. 여행을 기념으로 몇 가지 레코드를 골라보기로 했다. 한국으로 돌아와 축음기를 처음 써봤는데 영 실망했다. 잘 모르는 가수들의 재킷 표지만 보고 사 왔던 게 화근이었다. 음악이 전혀 없이 할아버지의 내레이션만 이어지는 전자책 같은 엘피도 있었고, 시끄러운 메탈 펑크 같은 음악도 있었다.


하지만 어떤 음악이 나올지 모르는 레코드를 트는 것에 뭔가 장난스러운 두근거림을 느꼈다. 그렇게 여행을  때마다 엘피 레코드를 구매하게 되었다. 재킷만 보지 않고 좋아하는 가수나 유명한 음악의 앨범을 사며 레코드를 고르는 눈이 조금씩 생기게 되었다.





회현역 지하상가에는 빈티지 레코드를 파는 가게들이 몇몇 있는데 내가 가는 단골집도 있다. 엘피 레코드를 전문적으로 파는 게 아니라 오래된 헌책들과 CD, 카세트테이프 등 온갖 잡다한 것 2,3평 되는 아주 좁은 가게에 쌓아두고 파는 곳이다. 친절한 할아버지가 운영하시는 곳인데 갈 때마다 반겨주신다.


잘 모르는 외국어 책들은 어떤 이야기인지 설명도 해주시는 걸 보면 보통 박식하신 분이 아니신 것 같다. 그곳에 가면 작은 목욕탕 의자에 앉아 레코드를 뒤져본다. 60년대 히피 음반부터 일본의 시티팝까지 다양한 장르의 숨은 명반을 찾아 뒤적거리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듯 나 또한 정말 음악을 좋아한다. 집 앞 쓰레기를 버리러 갈 때에도 이어폰을 꼭 꽂고 다녀야 하는 사람이다. 레코드를 광적으로 수집할 만큼의 열정도 없고 음질과 이퀄라이징 같은 레코드의 질을 구별할 정도의 프로도 아니지만 때로는 레코드의 노이즈를 즐기고 싶은 아날로그 감성을 가진 사람이 되었다.




빈티지 LP 레코드 실패 없이 구매하는 방법


1. 재킷 속 LP 레코드를 직접 확인하자.

재킷이 깨끗해서 그것만 보고 구매하면 절대 안 된다. 빈티지 레코드는 엄청난 한정판 제품이 아닌 경우, 보통 비닐에 싸져있지 않기 때문에 레코드를 직접 만져볼 수 있다. 레코드 내부를 직접 꺼내 먼지나 흠이 없는지 꼼꼼히 확인하지 않으면 레코드가 튀거나 전혀 들을 수 없는 음질의 상태를 만날 수도 있다.


2. 눕혀서 보관된 레코드는 피하자.

눕혀서 덮여있는 레코드는 음압이나 음질에 상당한 영향을 받기 때문에 세워서 보관해둔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좋다. 물론 구매한 LP 레코드 또한 반드시 세워서 보관하자.


3. 야외에서 파는 제품도 주의

레코드는 습기나 직사광선에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그리고 대부분의 야외에서 파는 레코드는 파격가로 판매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당연히 그런 가격이 설정 된 건 이유가 있을 수 밖에 없다. 될 수 있으면 실내에 보관된 제품들을 구매하자.



빈티지 입문자를 위한 팁


나는 처음부터 집에 축음기가 있었기 때문에 빈티지 LP 레코드를 구매하는데 망설임이 없었다. 하지만 당신이 만약 지금부터 빈티지 LP 레코드에 취미를 가져야겠다고 호기롭게 턴테이블부터 산다면 그건 정말 말리고 싶다.


내가 처음 빈티지 LP 레코드를 듣기 시작했을 때는 두통이 올 정도로 피로감을 느꼈다. 초심자가 레코드의 퀄리티따위는 알 리가 없어서 그저 멋있는 표지나 저렴한 가격을 보고 구매했다가 음질이 너무 안좋았기 때문이다.


나같이 처음부터 물려받은 축음기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먼저 근사한 레코드 음악을 틀어주는 LP바를 투어하며 시작하는 것을 추천한다.


추천하는 LP 레코드바

@서울 바이닐  - 이태원 해방촌

@제플린 - 신논현

@뮤즈온- 가로수길

@더 팀버하우스 - 강남 파크하얏트 호텔

@골목 바이닐 앤 펍 - 이태원 경리단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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