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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간수집가 LSH Oct 12. 2022

무신사의 오프라인 공간으로의 성공적인 확장

무신사가 이뤄낸 성과가 의미 있는 이유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공간이 얼마나 제약적인지 뼈아프게 경험하며, 그동안의 생활상을 뒤로하고 많은 것들이 빠르게 온라인화 되어갔습니다. 그런데 최근 오프라인 팝업 스토어나 플래그십 스토어 등의 약진으로 어떻게 브랜딩 하느냐에 따라 공간이 가지는 의미가 확장되어 가기도 하는 추세인데요. 오감으로 체험하는 기쁨을 우리는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경험을 통해 역으로 알 수 있게 된 것이죠.


그 중에서도 주목해 봐야 하는 브랜드가 있습니다. 바로 ‘무신사’인데요. 무신사 스탠다드 홍대와 강남점, 가장 최근에는 29CM도 ‘이구성수’라는 브랜드 큐레이션 쇼룸을 성수동에 오픈하며 온라인에서 오프라인 공간으로 성공적인 확장을 해 나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시작에는 ‘무신사 스탠다드 홍대’가 있고요. 2022년 독일의 권위있는 디자인 시상식 ‘아이코닉 어워드’에서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숍디자인 상을 수상한 무신사 스탠다드 홍대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아이코닉 어워드는 어떤 상?
출처 : 아이코닉 어워드 홈페이지


아이코닉 어워드는 1969년 처음 발대한 독일 디자인 위원회(German Design Council)에서 주관하는 역사깊은 디자인 어워드입니다. 저한테 있어서는 독일하면 '산업 디자인의 나라'라는 인식이 있는데요. 비단 저만의 주관적인 의견이 아닐 거라 생각합니다. 이것은 독일 디자인 위원회가 60년 이상 독일의 산업계 브랜드와 디자인 발전을 실질적으로 이끌었기 때문이에요. (실제로 세계 3대 권위 있는 디자인 어워드 중 iF와 레드닷 역시 독일 주관 행사이기도 하고요) 이런 독일 디자인 위원회가 이끄는 아이코닉 어워드는 건축, 인테리어 등 공간 디자인에 있어서 상당히 권위 있는 어워드입니다.


무신사 내에 공간디자인팀이라는 조직이 신설된 이후 처음 맡게 된 프로젝트였습니다. 이번 아이코닉 어워드 수상은 저뿐만 아니라 공간디자인팀 모든 구성원들에게 ‘넥스트(NEXT)’를 준비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고 있어요. 현재도 무신사 스탠다드 외에 여러 오프라인 공간 디자인을 준비하고 있는데, 처음 선보였던 공간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는 생각에 자신감도 생기고 “우리가 잘 하고 있다”는 확신을 갖고 다음 프로젝트에 임할 수 있게 되는 것 같아요.

-무신사 스탠다드 홍대 플래그십 스토어 공간디자인 팀장 강현아 님 인터뷰 중


무신사 스탠다드 홍대 플래그십 스토어의 공간디자인을 총괄한 공간디자인 팀장 강현아 님은 아이코닉 어워드 수상 소식에 남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무신사 스탠다드 홍대

‘무신사 스탠다드’는 무신사에서 직접 운영하는 모던 베이식 캐주얼웨어 브랜드입니다. ‘무신사 스탠다드 홍대’는 무신사 스탠다드가 최초로 오픈한 플래그십 스토어구요. 홍대입구 9번출구에서 도보 1분도 안 되는 곳에 위치한 이곳은 1호점으로서 상징성을 가지기에 충분한 위치입니다. 무신사의 주고객들과의 연결고리를 가장 명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 위치임을 알 수 있는 부분이죠.


타임리스 : 끊임없이 순환하는 시간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가치를 보여주는 공간

무신사 스탠다드의 브랜드 디자인과 공간 디자인은 같은 선상에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무신사 스탠다드 홍대의 공간 테마는 끊임없이 순환하는 시간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가치를 보여준다는 무신사 스탠다드의 브랜드 정체성을 보여주기 위하여 ‘타임리스(Timeless)’로 완성되었습니다.


‘스탠다드(STANDARD)’라는 단어가 주는 이미지처럼 무신사 스탠다드의 제품은 시간이 지나도 유행을 타지 않는 디자인이 많은데요. 베이식한 디자인임에도 제품의 디테일이나 박음질을 보면 다른 SPA 브랜드에서는 볼 수 없는 퀄리티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런 높은 완성도에 대한 고집스러움이 공간 디자인에까지 이어지며 심미적 완성도가 높은 공간이 된 것입니다. 브랜드의 철학이 그대로 이어지는 거죠. 무신사 스탠다드 홍대가 플래그십 스토어로서 여러 상품을 진열해놓고 단순히 고객들에게 판매만 하는 공간임을 넘어서서 공간 디자인적으로도 브랜드의 정체성과 콘텐츠 등을 명확하게 보여준 겁니다.



세련되고 근미래적인 디자인의 외관은 무신사 스탠다드 홍대의 공간 테마를 미리 살펴볼  있는 예고편 같습니다. 차가운 톤의 색감과 무기질의 건축 소재가 심플하고 쿨하게 연출되어 내부 인테리어와도 연결됩니다.


스토어 안으로 들어갔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미디어타워입니다. 특히 지하 1층부터 지상 2층까지 전 층을 관통하는 14m 높이의 미디어 타워에서는 감각적인 무신사 스탠다드 브랜드 콘텐츠를 감상할 수 있는데요. 무신사 스탠다드의 뮤즈, 유아인의 멋진 룩북이 수직으로 흐르고 있었는데 대형 사이즈로 보니 분명 압도되는 게 있더라고요. 이 미디어 타워는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모노리스를 오마주하여 공간 속 각층 간의 시간의 서사를 이어주는 구조체로써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시간의 연속성을 이어주는 층별 공간

타임리스라는 공간 전체의 테마에 맞게 지하 1층부터 지상 2층까지 층별로 과거-현재-미래를 콘셉트로 공간을 구성함으로써 고객들이 상품을 구매하는 것을 넘어서 무신사 스탠다드라는 브랜드를 경험할 수 있게 했습니다.


그럼 '과거' 콘셉트 공간인 지하 1층부터 무신사 스탠다드의 안내를 따라가봅시다. 지하 1층은 맨즈웨어와 피팅룸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박스형 파티션 등을 통해 동선을 적절히 활용한 레이아웃이 특징적입니다. 넓게 사용한 피팅룸은 무신사 스탠다드가 맨즈웨어에 비중을 두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차가운 화이트 톤의 조명이 마치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우주선 속 한 장면 같기도 하네요.


'현재' 콘셉트 공간인 1층은 가장 시선이 머무는 공간이다 보니 무신사 스탠다드의 주력 판매 제품을 배치해두고 있습니다. 무신사 스탠다드 홍대는 오래된 건물을 개조해 층고가 높지 않은데 1층만은 중층을 끼고 있기 때문에 층고가 높은 편이에요. 그래서 큰 통창 유리로 된 입구에서 바라볼 때 확실히 개방감 있는 공간으로 보입니다. 여기에 메탈릭 한 소재와 하이센스의 조명으로 공간의 쿨함을 더했습니다.


중층은 포커스 존으로 보통 분기 주기로 ESG 관점의 전시를 진행 하는데요. 낮은 천장과 좁은 통로의 이 공간은 단순히 1층과 2층을 이어주는 유휴 공간이 될 수도 있었겠지만, 의미 있는 전시를 통해 적절한 브랜딩으로 활용했습니다.


짧게 전시하는 만큼 전시가 끝난 전시품들을 폐기하는 것이 아닌 원작자에게 돌려주는 형태로 협의하기에 무늬만 ESG가 아닌 구체적인 과정까지 안내하고 있었습니다. 포커스 존은 비사이클 전시 외에도 무신사 스탠다드의 시즌별 주력 상품 전시와 프레젠테이션 등의 다양한 용도로도 활용되고 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이 공간의 특별한 점은요. 제약된 것에서 더 나은 것을 창조했다는 점이었습니다. 신축 건물의 인테리어는 한계가 많지 않습니다. 만들 때부터 원하는 디자인으로 설계하면 되니까요. 하지만 오래된 건물의 구조를 바꾸지 않고 그것을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하는 것에서 시작된 디자인은 한계를 넘어섭니다. 이곳 무신사 스탠다드 홍대가 그런 공간이었습니다. 천장이 낮고 엘리베이터가 없더라도 자연스럽게 안내하는 동선을 따라 무리 없이 계단을 오르내릴 수 있는 것은 구조적 한계를 활용해 더 나은 결과물을 냈습니다.


2층으로 올라가면 미래 콘셉트 공간의 우먼즈웨어 존이 나옵니다. 계단을 걸어 위를 향해 걷다 보니 자연스럽게 천장으로 눈이 갑니다. 화이트 조명과 실버 철재 소재의 조합은 미래적인 공간을 잘 표현합니다.

2층은 여성의류 뿐만 아니라 언더웨어, 향수, 액세서리까지 놓치지 않고 진열해두고 있어요. 또 무신사 스탠다드 홍대를 방문하는 고객들 중에서 사전에 온라인 스토어에서 주문을 마쳤다면, 2층에 ‘픽업 데스크’에서 직접 상품을 가져갈 수도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고요.


MZ 세대를 위한 인스타그래머블한 공간
온라인 플랫폼에서만 판매해왔던 제품을 실제로 피팅 할 수 있는 공간이기에 ‘피팅룸’을 특별하게 꾸미는 데에 주력했습니다. 피팅룸에서 셀카 인증샷, 숏폼 동영상 콘텐츠 등을 촬영할 수 있도록 삼각대와 스튜디오 조명 등을 더한 ‘라이브 피팅룸’으로 구성하였는데 고객님들의 반응이 좋았어요.

-무신사 스탠다드 홍대 플래그십 스토어 공간디자인 팀장 강현아 님 인터뷰 중


무신사 스탠다드 홍대에는 ‘라이브 피팅룸(Live Fitting Room)’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상품을 입어보는 것 외에도 조명과 거치대를 활용해 셀피 및 숏폼 콘텐츠 제작 등의 차별화된 공간 경험도 느낄 수 있는 것이죠. 인증샷 촬영을 하나의 놀거리로 즐기는 MZ세대들에게 이러한 아이코닉 한 스팟은 ‘나도 가보고 싶다’는 욕구와 주목을 끌며 또 다른 고객들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오프라인 공간으로의 성공적인 확장


우리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한때 세계가 종말 할 수도 있겠다는 공포를 느낀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다시금 알게 된 명확한 사실은 ‘세상은 쉽게 멸망하지 않는다는 것’과 ‘인간은 반드시 실제 하는 것의 체험을 갈망한다는 것’입니다. 

무신사 스탠다드 홍대는 오픈 1년 만에 누적 방문객 약 100만 명을 기록하며 많은 관심을 받았습니다.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가 아직도 오감으로 체험할 수 있는 '실제 하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증명해낸 거죠. 무신사의 이런 오프라인 공간으로서의 성공적인 확장은 다른 온라인 브랜드들에게도 반향을 일으킬만한 고무적인 성과입니다.


무신사 스탠다드 스토어만의 ‘압도적’ 공간 경험을 차별화 전략으로 계속 내세우고 싶어요. 대형 미디월이나 미디어 타워 등의 무신사 스탠다드 스토어에서만 느낄 수 있는 브랜드 경험과 가치를 지속적으로 지역별 특성을 반영한 시그니처 스토어에 담아내고 싶어요.

-무신사 스탠다드 홍대 플래그십 스토어 공간디자인 팀장 강현아 님 인터뷰 중


올해 발표된 ‘2022년 아이코닉 어워드’ 수상자 명단에서 국내 패션/유통이 운영하는 오프라인 스토어는 무신사 스탠다드 홍대가 유일한데요. 브랜드의 정체성이 공간 디자인으로 발현되고, 그리고 이것이 세계적인 디자인 어워드 수상으로까지 인정받게 되었다면, 이제는 공간디자인을 통한 브랜딩에도 주목해 보아야 하지 않을까요? 앞으로의 무신사 스탠다드 스토어가 기대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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