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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쏘이윤 Aug 29. 2020

¡그냥, 스페인에서 공부해 보고 싶었다!

[프롤로그] 7년 만에 이룬 스페인 석사 유학 도전기

때는 2012년.

호기심으로 처음 스페인 유학원에 상담을 갔다.


"스페인에서 석사를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그렇게 해서 들은 대답은 온갖 불가능한 말뿐.


"스페인 중급 수준 이상은 되어야 하고요.

대학성적도 상위 수준이어야 해요.

명성 있는 유럽의 대학은 입학하기도, 졸업하기도 어려워요.

지금 고객님 상황에서는... 불가능하다고 보셔야 합니다."


왜 '가지 않은 길'에는 가지 못할 수밖에 없는 이유들이 넘쳐나는 걸까.

이런 상담을 받고 난 후에 '아씨 때려치워.'라는 생각이 들었다.


스페인(어)에 처음 호기심을 갖게 된 것은 2009년, 22살에 경험했던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할 때였다. 시드니에 있는 영어학원을 약 두 달간 다녔었는데, 거기 남미 친구들이 엄청 많았다. 나는 영어를 배우러 간 거였는데 내 주변에 있던 같은 클래스 친구들은 쉴 새 없이 스페인어로만 소통해대니, 나는 자연스럽게 스페인 리스닝을 호주에서 처음으로 경험했던 것이다. 근데 그땐 그랬다. 영어완 달리 딱딱하고 된소리도 많은 데다가 속도는 엄청나게 빠르다. 호기심을 자극하는 언어. 내가 단 1마디도 못 알아먹겠던 그 언어. 난 그때 생각했다, '나도 저 말 알아듣고 싶다.' 그때부터 나는 스페인으로 유학 가고 싶어 진 것 같다.


그러나.. 그 길로 일단 무작정 스페인어 공부부터 시작했지만 애매한 1년, 2년이 흘렀다. 시작할 때만큼은 그 누구보다도 열정이 가득했으나, 직장에서의 수많은 야근과 언어 공부를 병행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고, 유학원으로부터도 저렇게 장벽 높은 상담 피드백만 받다 보니, 결국 스페인 유학에 대한 내 꿈은 서서히 기억 저 편으로 제쳐두게 되었다.


***

그러던 어느 날, 2017년 8월 4일이었다.

친한 친구와 싸이 콘서트에 가던 날. 신당역 개찰구에서 지하철을 기다리는데, JTBC '비정상회담'에서 당시 활발히 출연 중이었던 멕시코 출신 '크리스티안'을 우연히 마주쳤다. 와. 연예인을 지하철에서 보다니. 떨리는 마음에 그에게 대화를 청했고, 셀카를 요청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면서 그에게 스페인어에 관심이 많다고 표현했는데, 이에 그는 반가워하면서 스페인어로 '¿Qué tal?(=How are you?)하며 나에게 스페인어로 말을 거는 것이었다. 그런데 나는 그 상황에서 단 한마디도 스페인어로 대답할 수 없었다. 물론 연예인 앞이 당황스러워서였긴 했지만, '아임 파인(=I'm fine = Estoy bien.)' 조차도 스페인어로 답할 실력이 없었던 것이다. 그때 나는 가슴이 철렁했다. 지난 세월동안 나는 도대체 뭘 한 건가. 스페인에 가겠다는, 스페인어로 공부해 보겠다는 내 꿈을 이루기 위해 나는 노력을 제대로 해보기는 한 걸까.


아무것도 노력한 것 없이 불평만 하다가 6년이라는 허송세월을 보냈음을 크리스티안과의 만남을 통해 절절히 깨닫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이 우연한 만남이 내 인생의 가장 큰 변곡점 중 하나이자 '하늘의 계시'라는 것임을 본능적으로 느꼈다.

그때 나는 결심했다.

'나는 내 꿈을 증명해 봐야겠다.'


***

그때부터 화상통화 스페인어 수업을 수강했다. 밤 11시까지 이어지는 야근 속에서 학원을 다니는 것은 불가능했고, 대신 집에서 제대로 된 1대 1 수업을 들을 수 있다면 좋겠다 싶어 선택하게 된 방법이었다. 나는 멕시코 선생님 Giselle과 함께 메일 밤 11시부터 50분씩 주 4회씩 수업을 감행했고, 그러기를 약 6개월, 나는 조금씩 스페인어 일상 대화를 구사할 수 있게 되었다. 1년 뒤에는 어느 정도 스페인어를 한국사람들에게 통역도 해줄 수 있는 정도로 실력이 향상되었다.


그 뒤부터는 석사 입학 준비를 병행했다. 가고 싶은 대학(국립 마드리드 종합대학 공연예술학과, Universidad Complutense de Madrid)이 있었는데, 현재로서는 여전히 내 스페인어 실력으로는 지원조차 힘들다는 한계가 여전히 있었고, 6개월 이상의 어학연수가 전제되어야 할 거라는 결론이 나왔다.


 주변 지인들, 친구들의, 한편으로는 미지근한 격려,  한편으로는 뜨거운 위로들을 뒤로하고, 마침내 2019 1 23, 나는 스페인으로 향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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