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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앞 잠시 정차, 하지 마세요

책값보다 더 나온 첫 과태료

by 배우는 배우

해당 도서관에 다시는 가지 않으려 했다. 그런데 내가 찾는 고서가 주위에 여기밖에 없어 어쩔 수 없이 또 갔다.


나 혼자 마음속 씁쓸한 도서관 중 하나로 자리 잡은 이유가 있다. 어느 주말 낮, 책을 반납하러 도서관에 갔다. 안 그래도 협소한 주차장이 주말이라 그런지 꽉 차서, 자리가 하나도 없었다.

순간 고민이 되었다. '오늘 꼭 책을 반납해야 하는데 어쩌지..'


여기까지 왔는데 그래도 책을 반납해야겠다 싶어 도서관 앞 길가에 잠시 정차했다. 이미 내 차 말고도 몇 대의 차가 도서관 앞 길가에 세워져 있길래, 그 사이 자리에 잠시 세워도 되는 줄 잠깐 착각도 했다. 여하튼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후딱 책을 반납하고 내려왔다.


해당 도서관이 약간 시골에 가까워, 차가 거의 다니지 않는 한적한 길이긴 하지만 어쨌든 길가 잠시 정차는 나로서는 처음부터 좀 찝찝하긴 했다. 근데 오직 책 반납하러 나름 먼 길 온 것인데, 주차장에 자리 없다고 반납도 안 하고 돌아갈 순 없어 잠시 길가에 세웠던 것..(후회한다)


얼마 후, 주정차위반 고지서가 날아왔다.

주민 신고로.


처음 당해보는 주민 신고라 그런지, 고지서에 적힌 '주민 신고'라는 네 글자가 크게 다가왔다. 말할 수 없는 오묘한 기분으로.


결론은 내가 빌린 책값 보다 더 비싼 과태료를 냈다. 도서관 앞 잠시 정차, 하지 마세요. 주차장에 자리 없으면 다음에 반납하기로. 날짜 지나지 않게 책 반납하려다 책값 보다 더 비싼 과태료 낼 수도 있으니까요.

최근 논문 쓰느라 공간과 장소에 대해, 인간이 공간과 장소와 얼마나 밀접한 지 많은 사유를 할 수 있어 또 배우고 확장되었다. 나는 논문이나 연구는.. 집이나 도서관이나 연구실에서만 집중이 되는 스타일이라, 주로 집의 내 서재나 도서관에서만 공부하는 타입이다. 그래서 일 외에 대부분의 시간이 집 아니면 도서관이다, 어쩔 수 없이 ㅋㅋ 카페에서 일 못한다. 연구, 당연히 안된다. 글 안 써진다. 공부 그만하고, 배우로 촬영장 가서 연기하고 싶다. 연기에 집중하고 싶다.


언젠가 낑낑대고 책 빌려 오는 길에 커피가 마시고 싶어 잠깐 들른 카페에서 한 시간 가까이 혼자 책 보다가 멍 때리거나 했는데, 공간이 주는 환기가, 그날은 꽤 좋았다. 그 가벼움이.


고서(古書)에서만 느낄 수 있는 그 짙고 독특한 향과 대형 카페 그 공간의 가벼움이 잘 어우러지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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