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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암댁 Mar 01. 2022

부암댁의 생각_11.잊혀지는 공간, 새로운 물건


Episode 1. 부엌



밥 해먹는 소중함에 대해서 일장 연설을 했다. 밥 짓는 법도 알려줬다. 그러나 밥을 지으면 반찬은 사먹냐고 답을 한다. 한쪽에 밥을 하고 한쪽에 찌개라고 하나 끓이면 되지 않냐고 했더니 집에 인덕션 1구짜리라 밥만 가능할것 같다고 한다.



술을 빚는데 그래도 4키로는 되어야 맛이 난다고 한다. 그런데 부엌 싱크대에서 쌀을 씻을 수 있는 최대 양이 2키로다. 스텐 다라이가 싱크대에 안들어간다. 화장실에서 씻기엔 또 좀 께름칙하다. 4키로로 담은 술맛은 못보는 걸로ㅠ




Episode 2. 베란다



어느 선생님께서 장을 담가 먹어야 비로소 제대로 요리해먹는거라 하셨다. 한 친구가 어렵지 않아요? 어떻게해요? 눈망울 초롱초롱 당장이라도 장을 담그겠다는 기세로 질문을 쏟았다. 선생님께서 쉽다며 설명해주시는데, 이 대화는 끝은 너무 쉽게 장은 못하는 것으로 마무리 되었다. “유리병이든 뭐든 담아서 베란다에 두면 되” “음...베란다가 없는데요?” 





Episode 3. 옥상



나의 행복을 햇빛 비린내나는 이불을 덮는 것이라고 적었다. 햇빛 비린내가 뭐냐고 물어온다. 그러니까....해변에 누웠을때 나는 옷의 냄새나... 음..한번 이불 햇볕에 말려봐요! 했다. “글쎄요. 아파트 옥상 못올라가게 되어있는데, 그리고 귀찮아요. 집에 건조기 있어요! 얼마나 좋은데요!” “아....”




Episode 4. 냉장고



지인의 집에 가서 냉장고를 열어보니 냉장고가 텅텅 비어있다. 냉장고에 아무것도 없네 그랬더니 외식이 많고, 금방 마트에서 사오면 된다고 한다. 또 다른 지인의 냉장고 사정을 들어보니 자기는 냉동실이 컷으면 좋겠다고 한다. 냉동제품 넣을 곳이 없다고.



냉장고 사이즈가 크지 않으면서 많은 재료 사서 어디다 두냐는 이야기를 듣는다. “베란다에 둬요...”




Episode 5. 청소기



동생네 집에 갔다. 맞벌이에 매일 바쁘게 지내는 집 치고 바닥이 깨끗했다. 김슨생 눈에 포착된 로봇청소기. 동생부부는 로봇청소기에 삶이 달라진다고 강추한다. 처음엔 기계라서 질색팔색을 하다가 깨끗한 바닥에 순간 혹한다. 거실만 돌리는 건가? 하고 둘러보니 동생집은 방마다 문지방이 없다. 우리집은 죄다 문지방인데 안되겠네...




Episode 6. 식기세척기



로봇청소기에 이어 식기세척기를 살까말까 고민한다는 동생. 식기세척기가 그렇게 신세계라며. 요즘 3대 가전제품으로 건조기, 로봇청소기, 식기세척기라며. 난 또 기계에 질색팔색을 하면서 그 큰 기계 어디다 둘거냐고 했다. 물건 뭐하나 빼야지 한다. 나도 설거지 비누에 대해서 할 이야기를 조금 덜어냈다.




Episode 7. 드레스 룸



다른 집에 놀러가면 늘 옷방이 있다. 원래 옷방이란 존재가 예전부터 있었던가? 밖에 나갈일이 많은 현대인은 많은 옷이 필요하겠다 싶다. 우리집은 방도 없지만 옷방 대신 안방에 조금 옷을 걸어두고 작은 방을 창고로 쓴다. 옷에 관심 없는 탓도 있지만, 난 옷보다 먹는게 더 중요하다.



오늘 아침 책의 마지막 건네는 말에 한 구절이 눈에 띄었다.



‘누군가의 삶과 도시의 맥락을 이해하고 스스로 만들어내는 과정이란게 참 흥미로웠거든요. 그런데 건축공부를 하며 들여다본 현장은 자본과 실리사이에서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이익을 남길 수 있을까가 더 중요해요’



코로나 19로 사람들은 집에 있어야 하는 시간이 늘었는데, 집을 답답해했다. 집에서 할일도 없고 집이 너무 좁다고 했다. 집 안에서 즐길 것들은 없고 밖에 모든 즐길거리들이 있다. 내가 움직여서 해야할 것을 대신한 기계들이 집안 곳곳에 24시간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니 집이 좁을 만도.





얼마전 영월 청령포에 갔다. 큰 소나무 숲에 비해 너무 작은 어린왕의 공간. 안에 있는 것이라곤 작은 옷장 하나 그위에 이불한채 그리고 작은 책상. 그리고 옛날집 치고는 작지만 우리집 거실보다는 큰 부엌. 매일 한양을 그리며 슬프게 보낸 단종의 삶에 비해 청령포는 너무 아름다웠다.




과천을 다녀왔다. 고층 아파트 숲이 되어버린 그곳은 내가 자란 고향이다. 아파트는 질색팔색이라 과천으로 돌아갈 일도 없겠다. 부동산 부자가 될일도 없겠다. 자꾸 텃밭있는 집으로 가고 싶다. 아무래도 시골로 가야겠지! 씐난다!



어떤 공간에 어떤 삶을 그려 넣을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확실한 건 잊혀진 공간을 살리고, 물건 대신 내 손길을 채우고 싶다.


#부암댁의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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