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쌤의 another story 20
요즘 <You’ll Never Know>라는 노래를 즐겨 듣는다. 가끔 듣곤 했는데 평생교육원에서 수강하는 강좌에서 함께 공부할 음악으로 추천하면서 자주 듣고 있다. 리릭 소프라노 르네 플레밍이 불렀는데 정통 성악가가 불렀다는 느낌이 거의 없는 편안한 재즈곡이다.
이 노래는 <The Shape of Water>라는 영화의 OST다. 영화는 196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들을 수는 있으나 말을 할 수 없는 여자 주인공과 괴생명체의 사랑을 중심으로 차별과 편견 속에서 잘 살아내고 있는 인물들을 통해 사랑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헐리우드 키드의 시절을 지나 장르를 안 가리고 영화를 많이 보는 편인데, 가사 해석을 하며 이번에야 영화를 제대로 보았다. 부드러운 목소리로 사랑을 고백하는 노래라고만 생각했는데 영화를 보고 나니 여자 주인공의 애잔한 모습이 떠올라 노래를 듣는 마음이 달라졌다. 확실히 OST는 영화를 보고 들으면 느낌이 또 다르다.
You’ll never know just how much I miss you
You’ll never know just how much I care
And if I tried, I still couldn’t hide my love for you
You ought to know, for haven’t I told you so
A million or more times?
내가 얼마나 당신을 그리워하는지 당신은 모르죠.
내가 얼마나 당신을 아끼는지 당신은 절대 모를 거예요.
아무리 노력해도 당신을 사랑하는 마음을 감출 수 없네요.
당신은 알아야 해요. 내가 백만 번도 더 당신에게 말했으니까요.
말을 못 하는 여자 주인공은 그와 마지막 식사를 하면서 말로도 수화로도 사랑하는 마음을 전할 수 없는 현실에 눈물이 터져 나온다. 그런데 끊임없는 빗소리 속에 갑자기 어두워지며 주인공에게 스포트라이트가 비친다. 곧 주인공은 들릴락말락한 목소리로 말하기 시작한다. “You’ll never know how much I love you” 그리고는 영화에 나오는 TV 속 영화의 한 장면처럼 판타지가 펼쳐진다. 자신의 마음을 대신 말해주는 것 같은 노래에 맞추어 예쁜 드레스를 입고 사랑하는 그와 춤을 추는 이 장면에서 나오는 노래가 <You’ll Never Know>이다.
양서류를 닮은 괴생명체와 사랑하게 되는 이야기라 영화에 대한 호불호가 나뉘지만,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뿌리 깊은 편견과 그 편견을 넘어서는 사랑을 말하고자 극단적으로 설정한 게 아닐까 생각한다. 마땅히 사랑할만한 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하나도 어렵지 않다. 편견 없는 사랑이라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에는 편견이 없어야 한다고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은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
Unable to perceive the shape of you.
I find you all around me.
Your presence fills my eyes with your love.
It humbles my heart, for you are everywhere.
그대의 모양 무언지 알 수 없네
내 곁엔 온통 그대뿐
그대의 존재가 사랑으로 내 눈을 채우고
내 마음을 겸허하게 하네 그대는 모든 곳에 존재하기에
<The Shape of Water> 우리나라에서 개봉할 때 '물의 모양'이라는 원제에다 '사랑의 모양'을 부제처럼 달아놓았다. 영화를 보면 물의 모양이 곧 사랑의 모양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비정형' 모양이 정해져 있지 않은 물은 어떤 그릇에 담기느냐에 따라 모양이 달라진다. 색깔도 달라질 수 있다. 작은 물방울이 모여 큰 물방울을 만들기도 하고 길을 만들어 나아가기도 한다. 사람 몸의 70퍼센트는 물로 이루어져 있어서 부족하면 문제가 생길 뿐 아니라 생존 자체가 위협을 받는데, 사랑도 사람에게 물만큼이나 없어서는 안 될 요소이지 않을까?
청소년관람불가의 다소 어둡고 괴이하다 할 수 있는 판타지 영화지만 나에게는 OST <You’ll Never Know> 처럼 따뜻하게 기억될 것 같다.
노래를 듣다가 난데없이 손동연 작가의 <빗방울은 둥글다>라는 동시가 떠올랐다.
빗방울은 둥글다
손동연
만약에
빗방울이
세모나 네모여 봐
새싹이랑
풀잎이
얼마나 아프겠니?
사랑은 어떤 모양 어떤 색깔이든 가능하지만, 빗방울의 모양처럼 누군가를 아프게 하는 모양만은 아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