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쌤의 another story 31
“천사야, 천사”
??? 이런 뜬금포 칭찬은 사양합니다.
모임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이었다. 그날은 두 명의 동승자가 있었다. 같은 아파트에 살아서 모임 후 거의 함께 내 차로 귀가하곤 하는 A와 인사 정도만 나누는 B였다. 모임에서 셋이 먼저 일어섰는데 B의 집이 우리 집과 차로 2, 3분 거리라는 걸 듣고 같이 가자고 했다.
간간이 이야기를 주고받다가 조수석에 앉은 A가 내 칭찬을 하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나는 날개만 없는 천사가 됐다. 물론 내가 좀 착한 구석이 있긴 하지. 게다가 대를 이어 오지랖이 좀 넓고, 예스맨에 가까운데다 속없이 잘 웃고 리액션이 좋다 보니 A는 내가 마음에 아주 들었을 수 있다. 그래서 말하다 보니 칭찬할 수 있긴 한데, 그만 너무 오버했다.
B : 덕분에 편하게 가네요.
나 : 지금 바쁜 일도 없고 같은 방향인데요, 뭘.
A : OO이는요 어쩌구 저쩌구... 참 착해요.
나 : 아이구, 왜 그러세요. (조용히 가는 게 불편하셨나 이상한 데서 발동 걸리셨네)
A : OO이는 어쩌구 저쩌구... 천사예요, 천사.
나 : 아하하하하.(천사를 어떻게 받아야 하나, 할 말 없을 땐 그냥 웃는 게 상책이지)
카풀 고맙다고 말 한번 했다가 궁금하지도 않은 이야기를 뒷좌석에서 가만 듣고 있던 B가 천사 발언에 결국 입을 열었다.
B : 그건 제가 판단할게요.
나 : (후덜덜. 웃어, 웃어. 웃자고 한 말일 거야) 하하하하하
A : 하하하하하
나 : (네, 웃으셔야죠. A님, 웃으시고 다시는 그런 말 마세요. 하나도 안 고마워요)
B의 표정은 안 봐도 알겠고 속마음은 안 들어도 알겠다. ‘둘이 지금 뭐하니? 2인조 사기단도 아니고 한 명은 차 태워주겠다고 타라더니 다른 한 명은 차 태워줬다고 착하다고 난리네’
‘그냥 안녕히 가세요만 하고 말지, 집이 어디냐고 왜 물어봐서는... 카풀한 죄 밖에 없는데. 아, 나 왜 부끄럽지?’ 운전대를 잡은 손이 오그라들다 아주 오징어가 될 뻔했다. A의 마음이 어떤 건지 알 것도 같고 대충 안 넘어가고 딱 잘라 말하던 B의 마음도 짐작은 된다. 확실한 건 카풀이 가끔은 불편하다는 거.
칭찬은 당사자가 없는 곳에서 합시다. 진정성 있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