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빗방울이 주인공
양쌤의 another story 54
비가 딱 오늘 정도 오는 날이면 가보고 싶은 곳이 있다.
등받이가 없는 의자에다 선반이랄지 탁자랄지 커피를 놓아두는 곳은 낮아서
턱받침을 하고 비멍에 빠지기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2층 이 자리, 굵고 가는 전깃줄에 매달린 빗방울들과 눈을 맞출 수 있는
가로로 기다란 창가 앞에 앉고 싶어서다.
따뜻한 아메리카노가 어울릴 바람이 불고 있지만 여전히 초록빛인
안양천을 뒷배경으로 만들어버린 전깃줄과
조그맣고 투명한 방울방울.
금방 떨어질 것 같던 빗방울이 생각보다 오래 매달려 있다.
눈싸움하듯 쳐다보다 자연스레 시선이 아래로 떨어졌다.
차들이 쉴새없이 지나다닌다.
승용차만 다양한게 아니라 트럭도 참 다양하다.
트랜스포머처럼 멋지게 변신할 것만 같은 트럭도 보이고
도대체 무슨 용도인가 싶게 커다랗고 복잡해 보이는 차도 있다.
대학교 2학년 때 아르바이트했던 기억이 났다.
가만히 서서 지나가는 자동차 숫자만 세는데도 일당을 많이 주는 소위 말하는 '개꿀 알바'라는 생각에 얼른 신청했다. 지금은 기계가 할 만한 일을 사람이 하던 때, 같은 과 선배 언니와 교차로 어느 구석에 앉아 통행 차종을 파악했다.
운전면허는 있었으나 어느 게 1톤 트럭인지 구분도 잘 못했지만 나름 한 대도 소홀히 넘기지 않으려 열심히 눈알을 굴렸다. 하루종일 자동차 배기가스 마시며 지나가는 차를 보는데 차를 안 타도 멀미가 날 것 같았다.
쉬운 일은 하나도 없다. 일당이 세면 다 이유가 있는 거였다.
꽤 오래 매달려 있던 빗방울이 떨어졌다.
납작하게 달려있다가 조금씩 조금씩 둥그스름해지다가
그리고도 제법 오랜 후에 드디어 아래로 뚜욱.
나란히 있었지만 그대로 남아 있는 빗방울.
아직이야.
즐겁게 낙하의 순간을 기다리렴.